표정은 편안하다. 늘 그렇듯,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다.

조금씩 퍼져나가는 피 웅덩이는 그녀를 감싸안고 있는 요람과도 같다.

벤치에 앉아 눈을 북북 비비던 소녀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기억이 난다.

- ’무서워요.’

- ’죽기 싫어요.’

허나 벽에 기대어 있는 얼굴은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그 벽에 피로 크게 쓰여진 글자만이, 아델의 편안한 얼굴의 이유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별로 그렇게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말이었다.

- ㄱㅅ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델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은 무의미한 죽음이다. 끝끝내 차가운 성황도의 벽 아래에서 홀로 남아있을 클라리스를 생각하면, 자기의 죽음조차도 큰 의미가 없어보였던 것이다.

끝끝내 교단의 뜻에 휘둘리든가, 모든 신앙을 잃고 불신의 성녀로 타락해 세상을 적으로 돌리든가. 그런 클라리스의 미래가… 그저 안타까웠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클라리스의 옆에 에드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끝끝내 그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 자체로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 결국 그녀는 웃었다.

바람처럼 살다간 삶이었지만, 끝끝내 그 삶과 죽음엔 이유가 있었다.

이게맞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