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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30 01: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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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성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 박성철은 완성된 마법을 보며 홀린 듯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지긋지긋한 반쪽짜리 재능 신세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년간 박성철을 괴롭혀 온 재능의 문제를 벗어나면… 마침내 6클래스의 경지에서 벗어나 대마법사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으리라.
대마법사의 경지로 불리는 7클래스에 오를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은 박성철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기쁜 사실이었다. 무려 200년 동안 마법사 노릇을 하며 6클래스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던 것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콤플렉스였기 때문이다.
박성철은 자신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던 것은 남들보다 훨씬 못난 육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르게 마력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체질은 항상 박성철에게 있어서 가장 큰 벽이었다.
용케도 그런 몸으로 6클래스에 도달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박성철은 온갖 방법을 써 보아도 6클래스에서 그 이상으로 진전을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몸이 그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새롭게 창조해낸 이 마법만 있다면.
박성철이 새롭게 만들어 낸 마법은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그 효과는 육체의 재구성. 박성철은 빌어먹을 제 몸을 갈아엎어 마력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구성할 생각이었다.
‘…실패한다면 죽겠지만.’
이미 수명도 한계까지 달한 몸. 수명이 다해서 죽거나, 이 마법이 실패해서 죽거나 어느 쪽이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박성철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완성된 마법을 사용했다.
“아, 아아….”
마법에 의하여 박성철의 몸은 세포 단위에서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박성철 또한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열등했던 기존의 육신을 버리고서 새롭게 태어나는 감각. 마치 황홀경과도 같은 감각이 박성철을 휩쓸었다.
장기, 뼈, 근육 그리고 혈액까지. 그 모든 세포가 변화하고 있다. 마법에 미리 설정해 둔 대로 마력을 받아들이기에 최적인 육신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우득, 우드득. 세포 단위로 뒤바뀌는 육신은 박성철의 체형 또한 뒤바꾸어갔다. 굽었던 등은 일직선이 되고, 주름으로 자글했던 피부는 다시 매끈해졌으며, 희었던 머리는 다시 검은빛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키가 제법 줄어드는 불상사가 있는 듯했으나 박성철은 개의치 않았다.
어느 정도의 변수가 있다고는 해도 마법은 박성철의 의도대로 작동되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걸로 마지막 단계인가.’
육신 대부분의 부분이 변화를 거치고 마법은 마지막 단계로 들어섰다. 아직도 변화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었다. 심장.
심장은 마법사의 경지가 담겨져 있는 중요한 부위였다. 조심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성공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을 노릇이었다.
박성철은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마법의 조율에 집중했다. 마지막까지 무사히 의도대로 성공하기를.
***
‘다행히… 무사한 거 같은데.’
박성철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직는 별 탈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박성철은 황급히 눈을 감아 심장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변화한 상태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고리가 하나 더 늘었다.’
심장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마력의 고리. 그 고리의 개수에 따라 마법사의 경지를 나누게 된다.
기존 박성철이 심장에 두른 고리는 6개. 하지만 이제는 7개였다. 그 말인즉 슨 박성철은 마법에 성공했고 동시에 대마법사의 경지인 7클래스에도 올랐다는 소리였다.
박성철은 너무나 기뻐서 히죽 웃고 말았다. 이보다 더 기쁜 날이 더 있을까. 마침내 200년 동안 박성철을 괴롭히던 족쇄에서 벗어나게 된 날인데.
‘마력의 움직임도… 압도적으로 빠르고.’
단순하게 경지만 오른 것도 아니었다. 박성철의 육체는 반마력 체질에서 벗어나 마력 친화적인 육체로 변화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마력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주고 있었다. 과거의 몸은 억지로 뒤에서 떠밀어야만 겨우 움직여 준다는 느낌이었는데… 변화 이전과 이후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느껴졌다.
‘이런 상태라면 가만히 있어도 강해지겠는데?’
심장의 고리가 자연스럽게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며 힘을 부풀리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박성철은 가만히 있기만 하더라도 강해지고 경지가 오르게 될 것이다.
변화된 육체의 마력 친화도가 너무나도 좋았던 탓이었다.
박성철은 이런 대단한 마법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자화자찬했다. 8클래스의 대마법사조차도 이런 마법을 만들어 낼 수는 없으리라.
‘그래… 난 몸이 문제였을 뿐이지. 원래는 위대한 대마법사가 될 몸이었어….’
대마법사 박성철. 정말로 달콤한 울림이었다. 박성철은 세간에서 새로운 대마법사의 탄생이라며 떠드는 미래를 상상했다.
주목되는 스포트라이트, 기사의 일면을 차지한 박성철이라는 이름, 그리고 우러러보는 듯한 주위의 시선까지… 그 모든 것은 진즉 박성철이 손에 넣어야 했을 것들이었다. 박성철은 무려 200년 전부터 마법사 노릇을 해왔던 가장 오래된 마법사들 중 하나였으니까.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박성철은 고개를 내저으며 과도하게 성실한 망상 회로를 잠시 꺼두었다.
내부의 관조를 세세하게, 마치고서 눈을 뜨고 일어섰다. 박성철은 확 낮아진 시야가 썩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키의 축소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었다.
‘머리카락이 쓸데없이 길어진 건… 육체가 젊어지면서 생체활동이 활발해져서 그런가?’
박성철의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까지 내려와 마치 여성의 머리카락처럼 길어진 상태였다. 그 또한 박성철은 개의치 않았다.
길어진 머리카락은 다시 자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박성철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어딘가 무시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위화감의 정체는 거울 앞에 섰을 때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뭐야?!”
박성철은 새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작아진 키, 길어진 머리카락. 육체의 변화는 단순히 그 정도예서 그치지 않고 박성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금의 박성철은 영락없는 미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박성철은 아무리 마법으로 덕을 보았다고 해도, 이 변화만큼은 개의치 않을 수가 없었다.

***


 
 
“맙소사.”
 
정말로 예기치 못한 변수였다. 설마 기존 육신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육신을 얻는 대가가 이런 것일 줄은.
 
정말로 이상적으로 아름다운 육체이기는 했다. 박성철이 미적 감각에 둔하기는 하나 이 외모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팔을 들어 올리니 거울 속의 소녀도 같이 따라 움직였다. 환각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 변화는 사실이었다. 박성철은 경악하면서도 속으로 그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마법사의 신.’
 
박성철은 마법사의 신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마법사의 신이 여신이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지금 박성철이 만들어 낸 마법은 마력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마법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육신을 변화시키는 마법. 박성철의 마법에서 변화의 지향점이 마법이라면 그 영역에 있어서 궁극에 다다른 이와 닮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면, 이 육체는 마법사의 신의 형상을 닮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박성철은 생각했다.
 
“이걸 어쩌지...?”
 
거울 안의 소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분명 220년간 남성으로 살아오며 남성으로서의 자아가 확실한 박성철이라고는 하나, 마법사로서 박성철의 자아는 더욱 비대하였으니.
 
여성으로, 그것도 소녀의 몸으로 변해 버린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불쾌하게 느껴지더라도 이 몸을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었다.
 
대마법사가 되기 위한 대가가 이런 것이라면 박성철은 기꺼이 감내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 대마법사가 될 수 있는 대가가 고작 이 정도라면….’
 
그렇다면… 변해 버린 몸에 적응해야 한다.
 
박성철이 아무리 골방에 처박혀선 마법 수행만 하는 히키코모리라고는 하나 멀쩡한 상식을 지닌 현대인이기도 했다.
 
몸이 이렇게 변하게 됨으로써 곤란하게 될 문제들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떠올렸다.
 
‘신분증을 다시 만들어야겠는데….’
 
지금의 모습으로 자신이 박성철이오 주장해 봐야 대다수의 사람들은 믿어 주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야 했다. 지금의 모습에 걸맞은 신분을.
 
단순히 새로운 신분을 만드는 것으로 그치는 일도 아니다.
 
박성철이 지닌 재산들을 전부 박성철의 이름에서 새롭게 얻게 될 신분으로 옮겨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조만간 통장에 있는 돈을 쓰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을 부탁하기에 제격인 사람이 있었다. 박성철은 그의 오랜 친구를 떠올렸다. 그 오랜 친구라면 박성철이 변화한 모습을 이해해 줄 뿐만이 아니라 이 곤란한 상황을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지금 만날 수 있어? 해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곧바로 박성철은 오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원래라면 전화하겠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메시지는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답변이 돌아왔다.
 
[뜬금없이 불러서는 냅다 만나자고? 자네 나 바쁜 몸인 거 알면서 이렇게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 건가?]
 
메시지 너머로 친구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박성철은 황급히 답변을 써서 보냈다.
 
[미안한데 진짜 급한 일이라 그래. 부탁할게 있어.]
 
박성철의 친구는 매일이 바쁜 몸이었다. 정말로 쉬는 날이 없이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친구를 불러내자니 미안 함이 느껴졌다.
 
[좋아 만나지. 지금 바로 나가면 되나? 늘 만나던 곳에서?]
[ㅇㅇ.]
 
박성철은 친구의 대답에 안심하며 빠르게 ‘ㅇ’을 두 번 눌러 답변을 보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성철의 오랜 친구는 정말로 바쁠 때는 연락마저 못보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하나의 고비는 해결되었으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거울 속의 소녀는 반쯤 나신이었다.
 
박성철이 집에서 옷을 벗고 다닌다거나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라 옷이 체형에 맞지 않는 탓에 죄다 흘러내려 버리며 생긴 일이었다.
 
나신인 탓에 가려지지 않은 치부가 거울을 통해 보였다. 정말로 여성의 상징이 그곳에 있었다. 박성철은 묘한 수치심을 느끼며 시선을 돌렸다. 이 나이 먹고서 이게 왠 꼴인가.
 
‘옷을 어떻게 입고 나가지?’
 
박성철은 혼자 사는 몸. 당연하지만 박성철의 집에는 그사이즈에 맞는 남성의 옷 밖에 없다. 왜소한 소녀의 몸에 맞을 만한 옷 따위 구비해 두지 않았다.
 
옷장을 뒤지며 그나마 걸칠만한 거적떼기들을 찾아보았다. 상의야 그렇다 치고… 아래를 가릴 만한 것은 사이즈가 맞는 것이 없었다.
 
허리는 흘러내리고… 아랫단은 끌리고….
 
박성철은 적당한 하의를 찾아 허리는 끈으로 졸라매고 아랫단은 여러 번 접어 어떻게든 사이즈를 맞추었다.
 
이러고서 거울을 보니 정말로 우스운 꼴이었다. 남에게 보이기에는 정말로 부끄러울만큼.
 
대충 몸은 가릴 수 있었으니 투명화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서 외출할 생각이었다.
 
무려 대마법사의 투명화 마법인데 평범한 사람들이 그 마법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친구를 만나고서 이 우스꽝스러운 꼴에 대해선 직접 설명한다면 납득해 줄 테니… 대충 곤란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셈이었다.
 
‘나가 볼까.’
 
이번이 얼마만의 외출이었더라? 필요한 생필품들은 죄다 배달로 시키니 나갈 일이 없었다.
 
대충 계산해 보니 반년쯤. 이 새로운 마법의 개발에 매진하느라 다른 곳에는 그다지 시간을 사용하지 못했다.
 
박성철은 주문을 읊었다. 투명화가 본인의 몸에 적용되어 시야에서 사라졌다. 문을 여니 눈 부신 빛이 들어왔다. 조금은 불안한 심정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무려 반년. 반년 만에 위대한 대마법사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
 
박성철이 오랜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어느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이었다.
 
그 친구가 맛집이라고 극찬하며 정말로 좋아하는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에 약속을 잡을 때면 늘 이곳에서 만나고는 했다.
 
박성철은 투명화를 풀지 않고는 호텔의 레스토랑 층까지 올라갔다. 투명화 상태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는 것은 귀찮았지만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당연히… 레스토랑에 사람은 없고.’
 
역시나 레스토랑 층은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 친구가 레스토랑 전체를 잠시 대여한 것이다. 박성철의 친구는 그만한 재력이 되는 사람이었다.
 
식기가 깨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그 친구가 식사하고 있었다.
 
정말로 이 레스토랑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다. 음식이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띄우며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오랜만에 친구의 얼굴을 보게 되어 더욱 기분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박성철은 친구가 있는 테이블에 접근했다.
 
“거, 누구요? 몰래 들어온 것을 보니 박성철이는 아닐 테고… 쥐 새끼인가?”
 
박성철의 오랜 친구, 이석운은 정확하게 투명화된 박성철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마지막 마디에는 살기까지 어려 있어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역시나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무인다웠다. 박성철이 투명화로 인기척을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척을 감지한 것이다.
 
박성철은 잠시 고민했다. 이제 어떻게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가 하고. 220살을 살아 온 노인이 미소녀가 되었다는 설명을 하려니 막상 부끄러움이 앞섰다.
 
박성철이 고민하는 사이 이석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런 얄팍한 마법으로 숨은 걸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쥐 새끼?”
“….”
“좋아. 끝까지 모습을 안 드러내시겠다 이거지?”
 
그 말을 마치고서 이석운이 도약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석운의 모습은 도약하는 순간만 보였고 그 모습이 사라졌다가 정확히 박성철이 서 있는 앞에 도달했다.
 
그러고는 주먹을 내지르려는 순간, 박성철의 내면에서는 그랜드 마스터의 주먹에 대한 공포가 부끄러움을 앞섰고 황급하게 투명화를 풀며 외쳤다.
 
“잠깐! 멈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는 주먹이 정확히 박성철의 코끝에서 멈춰있었다. 코끝에서는 핏방울이 살짝 방울져 흘러내렸다. 정말로 섬뜩했다.
 
살짝 고개를 들어 보니 이석운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 박성철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자네 누구야?”
 
더 이상은 피할 수 없었다. 박성철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나야, 나… 박성철. 모습이 조금 달라졌긴 하지만 지금 만나기로 한 박성철이 맞아.”
“그게 뭔….”
“못 믿겠지? 이해해. 나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거든.”
 
박성철은 이석운에게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가 새롭게 만든 마법을 사용한 일, 그로 인해서 몸이 이렇게 변해 버린 일, 마지막으로는 마침내 7클래스에 도달하여 대마법사가 되었다는 일까지.
 
이석운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조금 괴상한 복장을 하고 있긴 해도 영락 없는 소녀의 모습인데. 눈앞의 소녀가 오랜 친구 박성철이라는 사실을 믿으려니 거부감이 있었다.
 
박성철은 그 심정을 이해했다. 그래서, 확실한 증명을 위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이석운의 오래된 치부를 까발리기 시작했다.
 
“너 201년 전에 취향이 밀프라면서 우리 엄마한테 고백하려고 했던 거….”
“…!!!”
 
이석운은 화들짝 놀라선 급하게 박성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읍읍-. 입을 막힌 것이 답답한지 괴로운 듯 고개를 비트는 소녀가 손안에 보였다. 이석운은 다시 놀라 손을 떼었다.
 
“후우. 진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이제 믿겠지?”
“…자넨, 기껏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꼭 그렇게 꺼내야만 했나?”
 
그리 말하는 이석운의 표정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떠올라 있었다.
 
“이렇게까지 안 하면 안 믿어 줄 게 뻔한데 어떻게 해.”
 

박성철은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


“음….”
이석운은 다시금 소녀, 박성철의 모습을 훑었다. 괴상한 의복에 가려져 몰랐는데 소녀의 외모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물론 손녀 뻘에다가, 정체가 친구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하니 절대로 이성으로서 볼일은 없었지만 그 외모가 지닌 아름다움만큼은 감탄할 만했다.
“진짜로 믿을 수 없는 일이로군. 마법으로 그런 것도 가능하다고…?”
“보통은 안 되지. 하지만 나는 가능해.”
이석운은 박성철이 지닌 재능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육체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마력을 다루는 능력은 천부적인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서 여섯 뿐인 그랜드 마스터인 이석운도 한 수 접어 줄 정도로.
아무리 그런 대단한 친구라고는 하나 마법으로 육체를 재구성을 하다니?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 것인가? 마법이 아무리 만능이라 해도 그렇지… 이석운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기업의 회장 자리에서 온갖 사건들을 보아왔지만 이런 일 만큼은 이석운도 처음이었다.
“그럼,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이석운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성철이 바라던 목적은 달성했으나 그 부작용이란 제법 커다란 것이었다. 완전하게 박성철의 원래 모습을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당연하지! 이게 얼마나 축하해야 할 일인데!”
박성철은 의기양양해져서는 신나가지고 이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자랑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그 외형은 소녀에 불과하다. 마치 어릴 때 손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훈훈한 미소가 지어지려 했다. 이석운은 220살 먹은 노인의 모습에 귀여움을 느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며 입꼬리를 관리했다.
“그래서….”
박성철의 대화가 끝을 모르고 이어지자 이석운은 그 말을 끊어내며 말했다.
“알겠네, 알겠어. 그래서, 자네가 날 부른 이유가?”
“…아. 그래. 새로운 신분이 필요해서. 새로운 신분으로 내 재산들 명의도 좀 바꿔줘.”
“…하기야. 이런 모습이여서는 곤란하겠지.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이석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어서 말했다.
“그럼, 나도 조만간 자네 한 번 부를 일이 있는데 이제는 시간 되나? 한동안 그 마법 만드는데 바쁘다며 집에서 나오질 않고 있었잖나….”
친구 관계라고는 해도 한쪽만 받는 관계로 있을 수는 없었다. 워낙 이석운에게 받은 도움이 많은 박성철은 가끔 이석운의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마저도 한동안 마법 연구로 바빠서 거절하고 있었지만… 그 바쁜 일도 해결되었으니 이제는 시간적 여유가 제법 있었다.
“당연하지. 필요할 때 불러.”
“그러면 조만간 부르겠네.”
이석운은 바쁜 사람이다. 대기업의 회장쯤 되면 애초에 해야 할 일자체가 많을뿐 더러 이석운 본인이 자처해서 업무들을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바쁜 사람의 시간을 더 낭비할 수는 없었으니… 이제 박성철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돌아가려던 박성철을 이석운이 잡아 세웠다.
“잠깐. 자네 그 모습 그대로 돌아갈 셈이야?”
“아니. 다시 투명화 걸어서 돌아가야지. 나도 이 모습은 부끄러워.”
잠깐 이석운은 생각하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이전에 입던 옷들은 다 버려야겠군?”
“…그래. 네가 버리라고 그렇게 지랄 염병을 떨던 옷들 모두 버릴 수밖에 없지 이젠.”
이석운은 대기업의 회장이었고, 공인으로서 보이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옷은 사람을 사람답게 꾸며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옷을 잘 차려입는 것으로 사람은 사람다워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석운의 시선으로 볼 때 박성철이라는 인간의 패션 감각은 인간 이하의 것이었다.
지금까지 박성철의 패션 감각을 따져 봤을 때 저렇게 모습이 변해도 입을 옷들은 그렇게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저런 외모를 가지고서 패션 테러를 저지를 것을 상상하니 이석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 저 나이때 소녀들처럼 꾸미고 다니라는 소리가 아니라 최소한 사람답게는 입고 다녔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보는 사람이 다 부끄러울 패션으로 다니니….
“그럼 집에 입을 옷들 없을 테니, 내가 비서한테 시켜서 새롭게 옷들 좀 보내주겠네. 자네 여자 옷에는 까막눈일 거 아냐?”
“어… 뭐, 상관없지 나는.”
박성철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석운이 품은 시커먼 의도를.
***
“이석운, 이 미친 인간이!”
박성철, 아니 신분이 바뀌어 박서아가 된 소녀는 집에 한가득 쌓인 여성복에 경악을 내질렀다.
당연히 예상했어야 하는 일인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지금의 몸은 엄연히 성별이 여성이었으므로 이석운이 보내 온 옷들은 죄다 여성복이었다.
속옷부터 시작해서 모든 옷들이 여성용 의상이었는데 220년을 남성으로 살아온 박서아에게 있어서 이 옷들은 너무 부담스러운 의상들이었다.
게다가 기존에 있던 옷들은 앞으로는 입을 일이 없으리라 여겨 죄다 버렸기 때문에 이석운이 보내 준 옷들을 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박서아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진짜로? 이 옷들을 입으라고?
평소 제 옷을 보는 이석운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때 알아차려야 했다.
‘새로 옷을 사도 오는데 하루는 걸리겠지….’
수치심이 느껴지지 않을 만한 옷을 새롭게 주문하면 내일은 되어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오늘은 빨지 않은 지금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거나 이석운이 보낸 옷들로 갈아입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박서아는 위생에 대해서는 철저한 인간이었다. 위생을 위해 남성으로서의 존엄과 어느 정도는 타협하기로 했다.
‘그나마 좀 덜 부담스러운 걸로….’
박서아는 여성복 더미를 뒤적이며 화사함이 덜한 옷들을 몇 가지 건져 내어 갈아입었다.
브래지어는… 착용법을 몰라 입지 않았고. 팬티는 입긴 했는데…. 이런 여성용 속옷을 입으려니 얼굴이 수치심에 마구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옷들이 헐렁하지 않고 딱 사이즈가 맞으니 편하긴 했다. 여태껏 입었던 옷들은 팔다리 소매가 길어 질질 끌려서 너무 불편했다.
‘무슨 의도로 보낸 건지는 알겠는데, 이건 심하지….’
입고 있는 것 외에도 추가로 비교적 입을 만한 옷들을 몇 가지 더 건져 내고 도저히 입지 못할 나머지 여성복들을 보며 박서아는 몸을 떨었다.
만날 때마다 옷 좀 똑바로 입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하던 인간이다. 곧 죽어도 그 말을 무시하고 다녔더니만, 설마 이런 식으로 곤란하게 만들 줄이야….
박서아는 옷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인간이다. 지금 옷이 부끄럽긴 해도 새롭게 옷을 사는 것은 귀찮았다. 나름 신경 써서 비싼 옷들을 보내준 건데 버리기 아깝기도 했다.
이서운의 목적은 박서아에게 멀쩡한 옷을 입히는 것. 박서아는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라 기분이 좋아진 터라 이번만큼은 친구의 의도대로 행동해주기로 했다.
‘대충 옷 정리는 끝났고….’
잔뜩 쌓인 옷의 정리는 금방 끝났다. 박서아는 주저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서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이젠 뭐 하고 지내야 하지?'




예전에 써뒀던건데 공모전이니 함 진짜 달려볼까 하는데

이래저래 좀만 다듬어서 늙은 애새끼인 관종 대마법사가 힘숨찐 하는 내용으로 써보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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