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운이 나빴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말하자면 그건 재해와도 같았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바라지 않는단 점에서.
때로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인생을 망쳐버리도 한다는 점에서.
그래, 그날 일어난 일은 일종의 재해였다. 여러 장애가 겹치고 얽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았다.
(도입)
어린 시절,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내 아버지는 세간에서 유명한 선수였던 모양이다. 육각형 결투장─옥타곤, 그곳에서 온갖 사람들과 맞서 싸운 끝에 당당히 정점에 다다른, 즉 챔피언이라 불리는 남자. 잘은 모르지만 삼체급 석권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꽤나 대단한 업적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과거에, 내 아버지는 나를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으로 데려 갔다.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다. 아마, 내 재능을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뭐니뭐니 해도 챔피언의 아들이니까. 격투의 재능을 물려받았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했겠지.
안개 속을 걷는 느낌으로, 그날의 이미지는 흐릿하다. 그 순간을 제외한다면.
싹둑 끊긴 필름처럼, 돌연 기억은 재생된다. 어느 순간에 나는 옥타곤 위에 서 있었다. 두 손에는 유아용으로 제작된 가벼운 글러브가, 눈앞에는 나와 비슷해보이는 어린 꼬마가.
아버지는 가볍게 말했다.
“한 번 싸워봐. 싸움, 아빠가 테레비에 나와서 하는 거 본 적 있지? 그렇게 해봐.”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싸움과 조금도 연이 없는 인생을 살았다. 아홉 살은 인생을 살았다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싶지만, 여하튼, 누군가와 다툰 적은 없었다.
주먹을 뻗는 것도, 두 팔로 얼굴을 가리는 것도, 상대와 마주서는 것도, 적의에 찬 시선을 바라보는 것도.
너무 어색했다.
종이 울리고, 이런 스파링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내게로 다가오는 꼬마는 내 상황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극적 아이러니)
주먹이 뻗어온다. 당황스럽지만, 마냥 맞아줄 수만은 없어서 나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날렸다.
퍽, 하고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모든 것이 끝났다.
어떻게 한 거냐──.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옥타곤의 중앙에 서서, 그저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메아리처럼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떻게 한 거냐──.
구겨진 종이인형. 문득 그것이 생각난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링 위로 올라와 나를 밀쳤다. 영문도 모른 채로 나는 철푸덕 쓰러져, 바닥을 보았다.
(서스펜스)
구겨지기 쉬운 종이인형처럼, 손쉽게 목이 기역(ㄱ)자로 꺾인 소년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나를 향한 동공은 풀린 채로, 텅 빈 시선만이 느껴졌다.
(발각)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아버지는 기분 나쁜 악몽에 줄곧 나왔던 귀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내보인 채로,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한 거냐──.
어떻게 한 것이냐니,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고, 아버지가 알려준 인간의 약점인 턱을 노렸다. 알지 못했다면 때리지 못했겠지만 알게 되었으니까 가능했다. 단지 그뿐이다.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일인데.
죽어버렸다──.
죽여버렸다, 어떻게──.
아버지는 어째서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를 알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로 이쪽에서 궁금해졌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나는 입을 열어 물었다.
왜 이렇게 쉽게 죽어버린 거냐고──.
(반응과 행동)
그날 나는 평범한 사람과 나라는 존재 사이에 엄청나게 커다란 간극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극적 반전)
걍
완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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