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o 작가님이 헌정하신 응애홈즈(8)과 모리어티(추정 20대)

Khaloff 작가가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인 '홈즈 양, 선생님은 악당이 아니에요'는 판타지 세계관이 섞인 근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피카레스크 소설이다.

'홈즈 양'의 모방

특이하게도 약칭 '홈즈 양'은 전작 '이세계 러시아 대학원생이 못 죽음 -죽지 않는 병사 이반'처럼 수많은 고전을 패러디, 패스티쉬했다.

패러디라는 단어와 다르게 패스티쉬라는 표현은 상당히 생소하다. 필자가 바닥을 기는 덕성을 보유한 관계로 은근슬쩍 검색엔진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 바로는, 웃음기를 뺀 패러디. 혹은 주제를 차용하지 않은 오마주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모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살짝 잿밥을 곁들이자면 예술에서는 패러디, 오마주, 패스티쉬 등 여러 유형의 모방Mimesis가 존재하는 것 같다. 미흡하게나마 이들에게서 받은 인상을 정리하자면

- 패러디란 원형의 컨텐츠를 비틀어 해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은 명화의 주인공을 고양이로 대체한 'The Frogman'의 패러디 작품들.

- 오마주는 특정 작품의 기법, 혹은 연출을 '존경Homage'하는 의미에서 사용한다.

만화 체인소맨의 작가인 후지모토 타츠키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한 장면을 오마주했다고 밝혔다.

- 표절

- 패스티쉬는 다른 작품의 일부(인물, 사건, 배경)등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진은 고 전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블루 아카이브에 혼성모방(패스티쉬)한 노박사의 '노랑 아카이브'.

전부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맥 더 나이프'와 같이 음악에서 따온 인물, 원작 셜록 홈즈에서 모티프를 얻은 듯한 '프레드 포록', 지킬 박사와 하이드부터 찰스 도지슨처럼 실존했던 인물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홈즈 양'은 패스티쉬의 면모를 강하게 보인다.

또한 어린 시절 홈즈와 모리아티의 악연은 니콜라스 메이어의 '7퍼센트 용액'에서 영감을 받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째서 '홈즈 양'을 읽어야 하는가? *스포일러 있음

1. 보기 드문 정통 피카레스크 작품이다.

주인공이 악역인 작품이라면 19금 스위치를 켠 다음 스윽 훑어보면 수도 없이 나오겠으나, 피카레스크만의 특징인 '절제된 옹호', '객관적 시선'등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은 '홈즈 양'뿐이라고 확신한다.

본작의 주동 인물인 제임스 모리아티는 꾸준히 감정이 비틀린 소시오패스라고 언급되며, 다른 인물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연민받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여나 자칼의 날, 대부 연작처럼 피카레스크 컨텐츠를 재미있게 봤다면 '홈즈 양'을 꼭 읽기를 추천한다.

2. 개꼴린다.

시작에 앞서 본인은 남들처럼 적당히 수치스럽고 적당히 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필자에게는 소아성애취향은(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없으며, 여성의 광배근에 대한 평균 이상의 집착은 존재하나 이는 '역겨운 페티쉬 나선'에서 상당히 고층부에 위치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페도는 아닌데, 8살응애홈즈를 모리아티가 가스라이팅하는 모습을 보며 솔직히 감탄했다.

전술했듯 초반부의 홈즈 부부 살인사건은 '7퍼센트 용액'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홈즈의 성별을 단순히 반전시킨 것만으로 이 소설은 밥끼리-가스라이팅이라는 미지의 땅을 개척했다.

유년기 특유의 비대한 자아와 롤모델을 향한 갈구, 혹은 보호자를 겨냥한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겹쳐진 와중, 홈즈는 모리아티를 유일한 이해자로 인정한다.

하지만 모리아티는 홈즈가 이해자 선에서 멈추기를 바라지 않았고, 홈즈 부부 살인 사건에 연루시키는 방법으로 셜록을 자신의 적수로 가스라이팅한다.

이 와중에도 홈즈(8세)가 모리아티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노벨피아에 '음습한 성욕'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이 있었다면 홈즈 양은 단언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일 것이다.

쓰다보니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방향의 글이 되었기에 치졸한 자기변호를 곁들여보자면, 셜록 홈즈의 이성으로써의 면모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드러난다. 따라서 어둠의 밥끼리팸은 물러가도 좋다.

그러나 만일 '꼴림'이라는 개념을 타인에 끼치는 영향력에서 찾는 사람이라면 홈즈 양을 강력 추천한다. 여:정신조종, 여:최면 등의 태그를 좋아한다면 당장 첫 에피소드를 읽는 편이 좋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어린아이를 가스라이팅하는 장면은 셜록 홈즈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연상케하는 모란과의 에피소드는 푸만추에게 정서/육체적으로 학대당하던 모란(10세)를 카드 내기로 딴 뒤, 정서적으로만 학대하는 기가 막힌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그 선머슴같던 모란이 씹덕적으로 완벽한 메이드가 된 것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치며

구태여 참고한 수많은 착품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홈즈 양은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특히 노벨피아의 트렌드인 집착을 트렌디하게 작품 내에 녹여냄으로써 킬링 타임용으로도, 깊이 파고드는 용으로도 좋은 글을 완성해냈다.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마조도박광(찌찌큼) 왓슨, 레스트레이드 등등 수많은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으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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