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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 말 듣기 전에 어제 프롤 써본거...앱에서 작성

시스템올그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21 06: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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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작 마을 뒷산의 드루이드가 되었다.]


-소개문

병상에 누워서 하던 게임, <아델리아 전기> 속에 들어와 버렸다.
주인공이나 녀석의 동료는 아니고, 시작 마을 뒷산의 드루이드가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좋아하던 자연도 즐기고, 평온하게 살아야겠다.

근데 왜 산에 이상한 애들이 점점 모이지?

#판타지 #게임 #힐링 #경영 #상태창





000. 프롤로그


“한스.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아?”
“쉿. 조용히 해봐. 도망치면 어쩌려고.”

게임 <아델리아 전기>의 시작의 마을, 레브레.
정확히는 그 마을의 뒷산.

남자 둘이 진흙을 바른 채 몸을 숨기고 쑥덕거렸다.
마을 사람에게는 다행히도, 몸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도적 같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사냥을 나왔을 뿐이었다.
게다가 마을 사람이기도 했고.

“그런데 제이콥. 이래도 괜찮은 걸까? 남작님이 아신다면 큰일이잖아.”
“나도 알아. 사냥한 건 뺏기고, 벌금 내고, 곤장도 두들겨 맞겠지?”
“거기다 벌로 비료 더미 치우는 일도 할 거고. 난 그거 저번에 술 마시고 교회 탁자 부쉈을 때 해봤어. 똥 냄새 씻어도 안 사라지더라.”
“그래. 그치만 들키지만 않으면 돼.”

밀렵꾼이란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들은 수렵이 금지된 꽃사슴을 사냥하려 나온 것이다.

평소에야 뒷산에서 하는 사냥과 채집은 영지민의 권리다.
왜, 중세 마을의 관습법이란 게 있지 않은가.

다만 지금은 사슴들의 번식 기간이다.
사슴 부부가 짝을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시기.

지금 사슴을 죽이면 새끼들도 자연히 죽는다.
그런 식으로 사냥했다간 3년도 지나지 않아 사슴의 씨가 마르리라.

때문에 이 마을을 관리하는 남작은 3개월간 사슴 사냥을 엄격히 금지했더랬다.

그리고 오늘, 한스와 제이콥은 오늘 그 명령을 어기려 한다.

둘은 도박장에 가서 거하게 잃은 바람에 큰일이 난 몸이다.

그걸 벌충하지 않는다면 올겨울은 교회에서 나야 할 것이다.
밥값 하라며 새벽기도부터 끌려다니며 고생을 하겠지.

남들 다 쉬는 겨울에도 혼자만 못 쉬게 되는 것은 질색이었다.
차라리 남작님께 끌려가 곤장을 맞지 그건 못 참을 일인 것이다.

이 두 얼간이는 남작에게 곤혹을 치룰 각오가 되어있었다.
다만 한스의 걱정거리는 남작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제이콥. 남작님은 그렇다 치고. 산신령이란 거 진짜 나타나면 어쩌지?”
“뭐? 산신령?”
“어. 산신령. 산을 해치는 사람을 죽이는 산신령이 있대.”

한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저번에 마을에 온 유랑 상인이 한 이야기를 기억했다.

한스와 술집에서 만난 상인은 말했다.
자기가 산길을 넘던 중 산에 불을 놓던 인간을 벌하는 산신령의 모습을 봤다고.

나뭇잎들을 칼날처럼 휘두르며 나타난 모습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더랬다.

게다가 그 산신령은 혼자 다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산신령은 사악한 엘프 마녀와 커다란 괴수까지 끌고 다녔다고 했다.

상인은 그때 엘프가 서리 폭풍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멀찍이 있었지만, 그의 몸에 성에가 낄 정도의 냉기였다더라.

괴수는 더 끔찍했다.
그 괴물은 몸에 줄무늬가 난 거대한 쥐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불을 놓은 남자를 꿀떡 삼켜버렸다고 한다.

귀가 얇은 한스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한스는 벌벌 떨며 그 얘기를 제이콥에게 전해줬다.

생각해보니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남작님이 화내면 어떻게 몸으로 때울 수 있겠다만, 괴수에게 잡혀먹히기는 싫었으니까.

반면 제이콥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너 설마 그 말을 진짜로 믿냐?”“진짜면 어떡해.”

제이콥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말했다.

“야. 그거 다 영주님이 지어낸 거야. 멍청아. 여기 오는 상인들 남작님께 허락받고 물건 파는 거 모르냐? 산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고 헛소문 만든 거라고!”

한스는 팔랑귀답게 제이콥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가?”“생각해봐라. 이 깡촌에 무슨 엘프가 와? 세계수의 숲이나 제국 중심부에서나 사는 애들인데. 그리고 몸에 줄무늬가 난 거대 쥐 몬스터? 여기 제국 최후방 마을인데 왜 위험한 몬스터가 살아?”

한스의 얼굴에서 긴장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제이콥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사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잡아감 되는 거야. 마침 올무도 튼튼하게 쳤고, 미끼도 맛있는 사과를 놓아뒀으니까.”
“알겠어.”

한스와 제이콥은 사슴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반나절을 기다린 결과, 입질이 왔다.

사슴 하나가 새끼를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새끼들은 젖도 떼지 못한 나이였다.

어미 사슴은 냄새를 킁킁 맡으며 주변을 맴돌다가 사과에 입을 댔다.
그리고 그 순간.

-푸드덕!

사슴은 올무에 걸려 매달렸다.

“야호!”
“잡았다!”

녀석은 열심히 버둥거렸지만 이건 힘쎈 아름드리 나무에 묶어놓은 함정이다.
사슴은 도망칠 수 없었다.

한편 새끼들은 제 어미 곁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두 밀렵꾼 입장에서는 뜻밖의 수확이었다.

“야, 새끼들도 잡자!”

한스와 제이콥은 자루를 들고 달려들어 새끼 사슴들을 잡아넣었다.

“흐흐흐”
“월척이야. 월척!”

자루의 끝을 묶으며 둘은 낄낄거렸다.

그럼 이제 메인 메뉴 차례다.
제이콥은 단검을 들고 어미 사슴에게 다가갔다.

“자아, 아픈 건 잠깐이란다! 우리도 슬퍼요. 도박으로 돈만 안 잃었어도 이러진 않았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막 사슴의 동맥을 그으려던 때였다.

-촤르르르르륵!
“아악! 뭐야!”

갑자기 나뭇잎들이 칼날처럼 날아들어 회오리를 만들었다.

이것만 해도 무서운 광경이다.
마법이 있는 판타지 세계라지만, 이런 깡촌에서 마법을 직접 볼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지금 나왔다.

“허억.”

제이콥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며 벌벌 떨었다.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나온 남자.
녹색 로브를 입고, 후드를 썼으며 토란잎 같은 스태프를 든 사람이다.

얼굴은 어떻게 보면 잘생겼으나 음침하고 섬뜩한 인상이다.

게다가 그의 입가에는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 돌려 말할 필요도 없다.

저건 피가 맞다.
산딸기 열매 과즙 같은 게 아니라 피다.

남자가 입을 여는 순간 피비린내가 났으니까.

살기 등등한 목소리가 제이콥의 귀에 들렸다.

“야. 미쳤냐?”
“으아아아악!”

제이콥은 반사적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죽이네 뭐네 그런 걸 떠나서 너무 무서워서 일단 뭐든 휘두르고 본 것이다.

-또각.

당연하게도, 단검은 남자의 몸에 박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단검이 부러졌다.

인간의 신체 중 부드러운 부분에 속하는 뺨을 찔렀는데 그게 부러졌다.

이쯤 되면 산지기 같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망상이다.
제이콥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정체가 짐작 갔다.

“사… 산신령. 숲을 해치면 죽이는….”

제이콥은 벌벌 떨며 뒤로 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달리기를 시도했다.

-빡!

이것도 당연히 불가능했다.
제이콥은 녹색 로브의 남자가 휘두른 스태프에 뒤통수를 맞고 쓰러졌다.

“아니 이 새끼가 일 저질러놓고 어디서 도망쳐!”

녹색 로브의 남자는 입에서 피를 튀기며 화를 냈다.
살벌하기 그지없다.

“아, 아아.”

이 모든 모습을 본 한스는 기절할 것 같았다.

‘진짜 숲을 해치는 사람을 죽이는 산신령이 있잖아.’

한스는 이를 악물고 도망쳤다.
친구에게는 의리 없는 행동이지만, 정신 팔려있는 사이 자기라도 몸을 살려야 했다.

“아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숲을 내달렸다.

다행히도 늘 다녀서 아는 길이다.

‘민가로 가기만 한다면. 남작님의 경비대가 있는 마을로 가기만 한다면. 살 수 있어!’

…사실 볼에 칼을 박았는데 칼이 부러진 시점에서 경비병도 도움이 될 리는 없다.

최소 오러 사용자는 와야 뭐든 될 것 아닌가.
남작이 다스리는 깡촌에 그런 게 어디 있나.

물론 지금 한스의 작은 뇌는 그런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당장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상인이 말해준 이야기의 세부사항을 잊어버렸다.

산신령 하나만 나타난 게 아녔다는 말 말이다.

“어? 아저씨 지금 왜 도망쳐요? 혹시 곰이라도 나타났어요?”

수풀에서 웬 미녀가 불쑥 나타났다.
그녀를 본 한스의 시선은 잠시 얼굴에 꽂혔다가 귀 쪽으로 이동했고,

“끄아아아아아앆!”

비명을 내질렀다.

뾰족한 귀의 미녀, 엘프.
평소라면 신기하다고 멍하니 봤겠지만 지금은 맥락이 맥락이다.

‘사악한 엘프 마녀!’

산신령과 같이 다니는 악녀가 나타났다.

한스의 도망치는 방향은 90도로 틀어졌다.
그러나 이번 달리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퍽!

뭔가 폭신하고 말랑하고 북실북실한 벽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에.’

한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상인의 이야기에 나온 마지막 등장인물을.

-찌익?

줄무늬가 난 갈색 쥐 괴물.
거대한 괴수가 벽처럼 서 있었다.

-뀨!

그리고 그 괴물은 한스를 집어삼켰다.


*


-팟!

[돌발 상황: “번식기의 밀렵꾼”을 해결했습니다!]
[드루이드 포인트 +15]

“어휴, 멍청이들. 왜 하지 말라는 데 하는 거야?”

난 물로 입을 행구며 중얼거렸다.

10분 전, 난 아기곰이 놀다가 뱀에 물린 걸 봤다.
아마 빈 굴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손 집어넣었다가 난리 난 거겠지.

어차피 독 면역이고 해서 입으로 빨아내 주고 있었다.

근데 알림이 오더라.
웬 이상한 녀석들이 사슴을 밀렵한다는 소식이었다.

평소라면 사냥을 하든 잡아서 그 자리에서 바비큐를 해 먹든 신경 안 쓸 것이다.
난 채식주의자도 아니요, 채식을 강요하는 사람도 아니다.

당장 나도 마을 내려가서 베이컨 사다 구워 먹고 그런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번식기에 새끼에게 젖 먹이는 사슴을 죽이면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다.

그렇게 한둘 장난치기 시작하면 숲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그 말인즉 내 삶의 터전이 황폐해진다는 얘기다.
나, 드루이드 로드의 영지가 말이다.

내 마법 저택은 숲의 생명력에서 나오는 마력으로 유지되는 거다.
어느 날 갑자기 가구가 사라지거나 하면 곤란하지.

자고 일어났는데 내 비단 거위털 매트리스 침대가 사라져버린다면 끔찍하다.

‘헤글러 남작 그 영감탱이 진짜.’

특별히 남작 찾아가서 영지 애들 관리 좀 잘해달라고 그랬는데 이 모양이다.
이번 가을에 밤 수확량 늘려주기로 한 거 취소다.

물론 화내는 건 화내는 거고, 할 것은 따로 해야겠다.

“바인드.”

난 일단 기절한 밀렵꾼을 꽁꽁 묶어줬다.
일부러 필요 이상으로 꽉 묶어서 나중에 팔다리가 저릿하게 해준 건 덤이다.

-끼잉, 끼잉.

그리고 올무에 걸려 다친 어미 사슴에게 힐을 해줬다.

[당신은 자연의 동물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줬습니다.]
[드루이드 포인트 +5]

그렇게 고마워하는 사슴들을 쓰다듬고 있으니 다른 식구들이 왔다.

“조슈아! 라타스토크가 사람 물어왔어!”

엘프 스텔리아가 우리 거대 다람쥐 라타스토크랑 왔다.

-뀹뀹뀹

라타스토크는 볼이 불룩해 소리를 제대로 못 내더라.
하기야 이미 사람 하나가 저기 들어가 있었다.

-베에

라타스토크도 갑갑했는지 도착하자마자 사람을 뱉었다.
얼굴을 보니 아까 사슴 잡으려 했던 그놈이다.

잡으나 마나 포인트는 안 줘서 그냥 풀어줬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잡힌 거 봄 저게 저놈 팔자인가 보다.

난 이 녀석도 바인드로 꽁꽁 묶어줬다.

그럼 이 두 녀석을 처리할 차례다.
난 팬과 종이를 꺼내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써내려갔다.

곤장도 특별히 아프게 때려주고 벌금도 이것저것 물려달라는 이야기를.
그리고 나를 번거롭게 한 죄로 밤나무 수확 버프는 없다는 이야기도.

“라타스토크! 얘네 남작 아재에게 좀 갖다 줘. 이 편지랑 함께.”
-뀨?

라타스토크가 못 알아들은 척 고개를 갸웃한다.
사람 말 다 알아듣는 녀석이 모르는 체하는 이유가 있다.

“알았어. 갔다 오면 초콜릿 줄게.”
-뀨뀨뀨!

라타스토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밀렵꾼 둘을 입안에 넣었다.
방금 전의 어리버리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빠릿빠릿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축소마법을 사용, 평범한 다람쥐 크기가 돼서 길로 달려갔다.

그 오동통한 엉덩이를 보고 있을 때.

“난 먹을 거 안 줘?”

스텔리아가 내게 밥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남작 집 다녀오는 심부름 다람쥐가 하지 니가 하냐?”
“점심시간이잖아!”

하기야 점심시간이긴 했다.
나도 마침 배가 고파졌고.

“좋아. 뭐 먹고 싶어?”
“베이컨 치즈 햄에그 샌드위치!”

아예 육류 덩어리를 요구하는 스텔리아를 보며 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애를 버려놨구나.
수행하는 하이 엘프라며 고기는커녕 우유도 입에 대지 않던 녀석을 이렇게 만들다니.

“좋아. 그거 먹자.”
“왜 한숨은 쉬어?”
“몰라도 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난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츠즈즈즈

공간이 열리며 아름다운 저택의 모습이 드러났다.

내 집, 드루이드 맨션이.

Azarath, Metrion, Zin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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