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생각한 건데..

흔히 후회, 피폐, NTR, 따위의 용어로 소설을 규정하는 게

한국 웹소설 업계를 너무 편벽하게 만든 것 같음

NTR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사랑하는 사람의 배반'이라는 소재는 아주 오래 전부터 통속적인 비극을 나타내는 흔한 소재였는데

그걸 'NTR'이라는 단어로 가둬버리니까

조금만 ntr 분위기만 나도 독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대체 왜 작품 앞에 그 태그를 안 붙여놓았냐고 항의하고, 이렇게 어떤 금기가 되어버린 거임

생각해보셈

애초에 '사랑을 배반한다'는 전개는 떡인지에 나오는 것처럼 단순하지가 않잖음

육욕에 휩싸여 배신하는 경우도 있고, 인물이 가진 권력에 대한 야망을 극단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납치와 복수를 쓸 때 갈등을 극한까지 끌고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전부 다 오해였다는 전개로 나아갈 수도 있고...

이런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NTR이네 시발 거른다'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와버리니까 작가들은 그쪽 전개를 완전히 검열할 수밖에 없음

'후회'와 '피폐'도 그럼

후회물이라는 건 전개의 방식인데 이게 장르 자체가 되어버리면서, 판타지 소설이 후회물의 장식품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작가 꿈나무들이 깊은 내용을 못 쓰고 단순히 후회물만 찍어내게 만들고 있음

피폐라는 태그를 달면 피폐가 깊을수록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또, 피폐라는 단어를 안 달아놓으면 인물의 삶이 비극으로 흘러갈 때 '왜 태그를 미리 안 달아놓았느냐'며 작가의 독자에 대한 배신행위가 되어버리고...

작가는 이런 장르의 구분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고, 독자는 '태그'로 구분되는 소설 장르에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더 넓은 웹소설 문학의 확장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