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커가면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제 스스로가 천재는 커녕 범인조차 되지 못하는 천치였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치를 아십니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괜찮았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싶었습니다.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너를 위해서 사랑하고자 합니다.

그랬습니다.

너의 곁에 서고 싶었습니다. 

동등한 위치에 있고 싶었습니다.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인정 받으면 사랑 받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나에게도 날개가 달려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깃털이 없고 달린 것은 비늘이었으니, 제가 가진 것은 아가미 뿐이었습니다.

아가미를 가진 이가 창공을 바라보니 될 수 있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하늘을 내려놓고 밑을 바라보니 깊은 바닷속이 보입니다. 

그런데 웬걸, 저는 부레가 없었습니다. 

우습지요. 

이제는 헤엄조차 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날개짓을 너무 열심히 해서 잃어버렸나 봅니다.

가만히 가라앉을 수는 없으니 열심히 물장구라도 쳐보지만, 결국은 헛된 짓이었습니다.

내가 바라보던 창공은 더는 저를 보지 않았으니까요.

네가 멉니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을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저는 이 수치심을 이길 수 없으니 이만 짐승이 되어야겠습니다.

나는 날 수 없으니, 허공에 매달리기라도 해야겠습니다.

날개야 돋아라.

돋아라.

돋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