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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2회덕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21 15:41:42
조회 58 추천 0 댓글 2

"이 정신나간 새끼들...."


기사는 그 말을 유언으로 쓰러졌다. 쿵 하는 묵직한 소리가 땅을 울렸지만 그 직후 시체가 생기는 대신, 새하얀 코어 하나가 떨어졌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악명이 상승합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여러 알림창이 시더의 눈 앞을 덮었다. 다대 일, 그것도 대형 길드의 정예 전투원을 상대로 한 전투.

쉽지 않았다. 만약 한번이라도 실수를 했다면 쓰러진 것은 시더였을 것이다.

시더는 마지막으로 곧장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음식과 포션을 사용했다. 정보에 따르면 경비는 이게 전부, 그래도 만약이 있으니 움직이기 전에 HP를 가득 채워 둬야 한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마친 뒤에 시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부터는 속도전이다.

잠시 후면 첫번째 사망자의 로그아웃 패널티가 끝난다. 캡슐을 나간 직후 길드에게 연락을 할 테니, 늦어도 30분 안에 증원이 올 터.


-여긴 다 끝났어, 형.

-고생했다. 여기도 거의 정리했어. …그보다 시더 넌 저런 애들을 어디서 데려온거냐.

-내가 인맥이 좀 있잖아.

-그래, 대단한 인맥이긴 하네. 이런 미친 짓에 참여할 사람이 너 포함해서 다섯이나 있다니.


형도 그중 하나면서? 라는 메시지는 굳이 전송하지 않았다.


-곧 합류 할게, 조금만 기다려.

-OK


“아무리 급해도 할 일은 해야지.”


시더는 근처에 널브러진 코어에 손을 뻗었다. 유저가 사망할 시 드랍하는 새하얀 코어.


“비싼 거 나와라, 비싼 거.”


코어를 한 데 모은 시더는 싱글벙글 웃으며 코어를 하나씩 깨부셨다. 그렇지만 그 얼굴은 코어가 하나 하나 부서질 때 마다 점점 일그러졌다.

잡템 몇개, 골드 조금, 그나마 강화 주문서가 하나 나왔지만 비싼 종류는 아니다.


‘젠장, 나올리가 없지.’


그 많던 코어가 어느덧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더는 마지막 코어를 부셨다.


-쿵.


묵직한 쇳소리가 바닥을 두드린다.

장비 아이템이 떨어질 때의,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


“오.”


『흑사자의 포효(유니크)』

-공격 시 일정 확률로 적을 ‘쇠약’상태로 만든다. ‘쇠약’상태의 적은 ‘흑사자의’라는 수식어를 가진 무기에 공격받을 시, 약간의 냉기 피해를 추가로 입는다.

-서늘한 한기가 감도는 흑검.

-테오베르크 기사단에서 인정받은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무구이다.』


흑사자의 포효를 손에 든 시더의 입꼬리가 찢어질듯이 위로 올라갔다.

무기. 그것도 유니크 무기다.

인기 없는 종류인 한손검인 것이 조금 아쉬었지만, 그래도 최소 5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어쩐지 좀 치더라니, 길드 간부였구만.’


마지막까지 버티던 기사의 얼굴을 떠올리며 시더는 흑사자의 포효를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서두를 시간이다.

지금부터 할 일은, 500만원 정도는 우습게 보일만한 건수니까.


잠시 후, 시더가 합류지점에 도착하니 휴식중인 플레이어 넷이 보였다. 주변에는 정예 몬스터의 붉은 코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늦어.”


붉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도적이 시더에게 눈을 부라렸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애초에 네가 짠 계획이잖아.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문제 아닌가?”


도적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자 실눈의 사제가 끼어들었다.


“뭐, 그래도 예정된 변수를 넘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파티장님이 혼자서 제일 힘든 역을 맡기도 했고요.”

“…동의.”


한창 메모라이즈 중이던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흥.”


도적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듯 고개를 홱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평소에는 저렇게까지 귀찮은 타입의 여자는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지간히 긴장한 모양이었다.


‘뭐, 그럴만한 일이긴 하지.’


시더는 고개를 들어 던전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집중하니, 던전의 정보가 담긴 창이 나타난다.


『종막, 제왕의 영묘.』


부활을 꿈꾸는 폭군, 레이몬드의 묘.

부활까지 남은 시간 [2일 17시간 39분]

입장인원제한 [5]

도전 제한 [7/8]

입장 재료


[영혼석, 귀수,가르막 - 준비됨]

[영혼석, 아라크네아 - 준비됨]

[영혼석, 무명기사 - 준비됨]

[영혼석, 사형집행인 - 준비됨]


『경고 - 클리어에 실패할 때 마다 레이몬드의 기운이 대륙으로 퍼져나갑니다. 기운에 비례하여 전 대륙에 언데드 몬스터가 출몰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경고 - 클리어에 실패할 때 마다 레이몬드의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경고 - 최후의 도전입니다. 클리어에 실패할 경우, 레이몬드의 망령이 부활합니다.』

『경고 - 클리어에 실패할 시, 마지막으로 도전한 유저에게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거의 모든 NPC의 우호도가 대폭 감소하며, 악명이 최대로 늘어납니다.』

『경고 - 클리어에 실패할 시, [저당잡힌 영혼]저주를 반영구적으로 획득하게 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Y/N]


‘경고 한번 살벌하구만.’


저당잡힌 영혼은 모든 능력치가 20이 내려가는 저주다. 레벨 1당 올릴 수 있는 능력치는 10, 능력치의 종류가 총 다섯이니 사실상 레벨이 10정도 내려가는 셈.

주력으로 찍는 능력치 이외에는 큰 상관이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나 치명적인 패널티다.

거기에 NPC의 우호도 감소에 악명 까지. 클리어에 실패하면 사실상 게임을 접으라는 소리다.

파티원들이 긴장하는 것도 당연했다.


‘거기에 맨 마지막에 실패한 파티만 패널티라, 거참 악질인 시스템이네.’


물론 그만큼 보상이 대폭 상승하기는 한다. 저렙 던전의 경우, 일부러 몇번 실패해 보상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클리어 하는 것이 정석일 정도.


그렇지만 제왕의 영묘는 명색이 에피소드 1의 최종 던전.

지금까지 도전한 파티는 모두 클리어 할 각오를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가지고 도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보이는 대로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궁수, 벡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시더가 피식 웃으며 벡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와서 왜 그래, 정신 차려 형.”

“이 성수 하나가 내 두달 치 수입인데, 지금 내가 정신 차리게 생겼냐?”


벡스는 화살통 안에 성수를 콸콸 들이 붓고 있었다.


에피소드 1, 최종 지역 사냥터의 이름은 제국의 무덤. 그 이름에 걸맞게 각종 언데드와 유령이 판을 치는 사냥터다.


성수는 이 제국의 무덤에서 물리 딜러들의 필수품이었다. 언데드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령은 축복받은 무기나 성수가 없으면 아예 공격조차 불가능하다.


성수는 원래도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었기에, 제국의 무덤이 발견된 이후 그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평소였다면 벡스도 화살촉의 끝에다 성수를 살짝만 묻혀서 사용했을 터.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네.”


화살통의 화살 하나를 꺼내 든 시더가 감탄하며 말했다.


『축복받은 화살』

『성스러운 힘이 깃든 화살이다.』

『언데드, 유령, 악마 계열 몬스터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미친 짓이지만.”


시더의 말에 벡스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나 오늘 실패하면 진짜 겜 접어야 된다.”

“깨도 접어야 될 지도?”

“…맞네.”


개발사는 제왕의 영묘를 클리어 하냐, 못하냐에 따라 에피소드 2의 내용이 크게 변한다고 말했다.

지금 전 세계 유저들의 시선은 모두 이 제왕의 영묘로 향해 있는 상태!

기대도 우려도 큰 만큼, 마지막 도전에 참여할 유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전 도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생존에 성공했던 『청하』의 길드장인 전사.

게임에 단 하나뿐인 레전더리 무기를 가진 『엘레고스』의 마법사.

탱커 랭킹 1위이자, 『아르고스』의 부 길드장을 맡은 기사.

몇 안되는 2차 전직자 중 유일한 힐러 클래스인 프리스트.

마지막 한명은 놀랍게도 NPC다.

하루 고용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 레벨이 무려 170이 넘는 최상위 용병 NPC.


거대 길드 사이의 치열한 다툼과 협상 끝에 만들어진 최정예 파티로, 당연히 크로니클 온라인 화제의 중심이었다.

게임 방송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특집방송을 내놓았고, 인터넷의 여러 사이트에서도 이 드림팀의 성공여부를 점쳤다. 심지어는 지상파 9시 뉴스에도 소개되었을 정도.

그런 수 많은 기대가 달려 있는 기회를, 지금 시더의 파티가 가로채려 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애초에 못 깰 것 같았으면 부르지도 않았으니까.”


시더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지만, 벡스는 내심 실패를 점치고 있었다.

계속 시더과 벡스를 꼬나보며 혀를 차는 붉은 복면의 도적.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혼자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키 작은 마법사.

그리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아까부터 쭉 싱글싱글 웃고 있는 실눈의 사제. 자세히 보면 성서가 아닌 메이스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말로만 듣던 암흑사제인 모양이었다.

거기에 궁수인 자신까지.


'대체 뭘 어쩌자는 조합인지.'


딜은 확실히 강하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조합이다.

시더가 부른 파티원인 만큼 실력은 뛰어나겠지만, 보아하니 다들 시더를 제외하곤 초면인 모양. 다시 말해 합 한번 맞춰본 적 없는 오합지졸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만약이란게-“

“아 거 아저씨 거참 말 많네.”

“아저씨…”


도적의 말은 형태 없는 비수가 되어 벡스의 가슴에 꽂혔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해야지 뭐 어째. 어차피 게임인데 깨면 깨는거고 못 깨면 못 깨는 거지. 왜 그렇게 혓바닥이 길어. 게임이 일이라도 돼?”

“저 형 한테는 일이 맞아.”


폭언에 의기소침해진 벡스를 대신해 시더가 대답했다.


게임을 업으로 삼는 이들은 오래 전 부터 있었다. 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지금, 최상위 랭커들이 버는 돈은 어지간한 회사원의 수입을 훌쩍 뛰어 넘었다.


“…백수?”


마법사까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자, 벡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벡스가 씩씩거리며 한 마디를 하려던 찰나, 사제가 먼저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자, 그쯤들 하시죠. 어차피 들어가는 것 말고는 답도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시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 자신들이 하는 행위는 일종의 강탈이다. 길드 연합의 경비들도 PK로 이미 잔뜩 죽여버린 상태. 지금 와서 잠자코 돌아간다고 해서 그들이 용서할 리가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직 성공 뿐이었다. 성공해서 영웅이 되는 것 만이 유일하게 살아날 구석이니까.


“자, 그럼 다들 준비 끝났죠?”


시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긴장한 기색이었지만 시더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모두 하나같이 24시간 이 게임만 하는 폐인들 중 폐인이다. 졸면서도 사냥을 하는 그들이, 고작 긴장따위에 무너질 리가 없었다.


“그럼 갑시다.”


쿠르릉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던 영묘의 문이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쿵 하고 닫혔다.


그리고 세시간 뒤, 레이몬드가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는 메세지가 모든 유저의 앞에 나타났다.


★—★


2037년. 12월. 레이몬드의 클리어로부터 1년 8개월 뒤.


시더, 현웅은 군대를 제대했다.






군대 제대하는 내용 걍 프롤에 넣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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