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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인방물 1화 진지하게 다시 평가좀

죄 악(110.11) 2022.06.04 03:45:27
조회 147 추천 0 댓글 5


 *



 나는 드래곤 테일즈란 게임의 몇몇 커뮤니티에서 두루두루 욕을 먹는 편이었지만, 별로 그게 크게 신경 쓰인 적은 없었다.



[PVP 비매너 유저 박제합니다]


[유맘붐 ← 이 사람 정말 개념 없네요]


[채팅내역 스크린샷 첨부합니다]


(게임 내 채팅이력이 찍힌 스크린샷)


[이 ㅅㄲ 박제 1000번은 더 당했을걸요]


[유명한 또라이에요 알아서 피하셔야 해요]


[그냥 관심을 주지 마세요]


[욕먹으면 좋아함 먹이 ㄴㄴ]



 왜냐면 PVP에서 이긴 후 상대방을 조롱하는 일을 취미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롱당한 녀석이 화가 잔뜩 나서 콧김을 씩씩거리면서, 아무 영향력도 없는 일기장 같은 게시판에 '얘 좀 같이 욕해주세요!'하고 박제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내게 최고의 찬사 같은 행동이었다.


 '게임 좆같이 하네'가 적 플레이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유맘붐 이새끼 커마 너무 리얼해서 기분 나쁘지 않음?]


('유맘붐'을 확대해서 찍은 캐릭터 스크린샷)


[분명 현실 지얼굴 빼다박아놓은 거일듯]


[ㄹㅇ 역겹게 생겼네]



 그런데 이런 뒷담글만은 못참겠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팩트라서 뼈를 때리기 때문이었다.


 아니 근데 나 정도면 굉장히 괜찮게 생긴 거 아님?


 이 정도면 평범 이상 아니냐고요, 씨발.


 괜히 억까하기는!



[ㅈㄴ 공대생처럼 생겼네 ㅋㅋㅋㅋㅋ]


[└ ㅇㅈ]


[└ 체크무늬 셔츠 입고다닐 거 같이 생김]



 내가 공대생인지는 어떻게 아는 건데 씨팔?


 관심법이냐?



"이건 씨발 모욕죄니 뭐니로 고소 못하나?"



 나와 똑같이 생긴 캐릭터를 욕하면 솔직히 고소 가능해야 하는 거 아니냐?


 물론 지금 나는 저 캐릭터와는 180도 다르게 생겼지만.



 왜냐하면 지금 나는 내가 키우던 게임 캐릭터처럼 변했고,


 내가 키우던 게임 캐릭터가 원래 현실의 내 모습으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커마 욕하지 마라!


 이 씹새끼들아!






 *


 그날은 평화로운 주말 아침이었다.


 아니 그럴 예정이었다.


 주중 내내 과제 실험 과제 실험 과제에 치이다가 마침내 찾아온 꿀같은 휴일에 새벽까지 게임을 달리고 잔 날이었다.


 해가 중천에 걸릴 때쯤 느긋하게 일어나보니, 몸이 더럽게 무거웠다.


 너무 무리했나? 군대 갔다온 뒤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단 말이야.


 그리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그렇다 쳐도 너무너무너무 몸이 무거웠다.


 이건, 이상한데?



'몸살인가?'



 가슴이 엄청나게 답답해, 무슨 혹이라도 달린 듯이.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혹이 달린 듯이 무거워.



"씨발 이게 뭐여?"



 진짜 생겼네 혹?


 혹시나 해서 가슴을 더듬었는데, 엄청나게 큰 혹이 두 개.


 게다가 목소리는 또 왜 이러고, 이 치렁대는 머리칼은 무엇이며 앞머리는 언제 눈을 찌를 정도로 길어졌다냐?


 어마어마하게 답답한 가슴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방 풍경이 묘하게 어제와는 달라져 있었다.



"누구세요?"



 내 방에 있을 리 없는 화장대 위의 거울을 보며, 아니 이게 거울일 리 없잖아.


 거울에는 '나의 모습'이 비쳐야 한다.


 내가 무슨 배우자를 알려준다는 거울점을 믿는 계집애도 아니고, 거울에 나 말고 다른 상이 비치는 일 따위는 믿지 않아.


 물론 저 여자가 내 배우자라면 엄청 좋겠다.


 가슴도 존나 크고 허리는 잘록하고, 얼굴은 SSS급 미소녀 랭크네.


 ……가슴이 존나 커?


 시선을 내려 확인해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엄청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거유가.


 이 정도면 대체 얼마나 되는 컵이지? F컵은 무조건 넘는데?


 그 다음에 있는 알파벳이 G, H, I ,J던가?


 일상생활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컵이다.



"목소리 뭔데."



 내 목에서는 왜 이렇게 듣기 좋은 청량한 소녀 목소리가 나는 것이며?


 내 어깨와 등에는 왜 긴 머리칼이 스치는 것이며?


 가랑이 사이에는, 왜 파트너의 기척이 사라지고 만 것이냐?


 나는 벌떡 일어나 침대를 벗어나서 내 방에 있을 리가 없는 화장대에 다가섰다.


 거울에 비치는 인간도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모습이다.


 자세히 보니 이 머리칼, 백금발이 아니야.


 자연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분홍색을 엷게 띈, 그런 은발이다.


 거기에 눈동자는 보라색이라고?


 이거 진짜 만화에나 나오는 눈깔 아니냐고 증말.



"아니, 이거?"



 어딘가 익숙해.


 기억을 열심히 뒤지니 전구에 불 켜지듯 팍 떠올랐다.


 여기에 귀랑 꼬리만 달면 내 캐릭터잖아?


 구미호를 모티브로 한 '환영술사' 직업의 캐릭터.


 트리키한 속임수 스킬들을 사용하기에, PVP에서 상대할 때 제일 짜증나기로 유명한 캐릭터.


 그런 이유로 내 주캐릭터가 되었던, 그런 캐릭터의 모습이었다.



"이게 무슨 현상인데 대체?"



 나는 곧장 컴퓨터를 켜서 드래곤 테일즈에 접속했다.


 설마설마설마 내 캐릭터가 없어졌다거나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했던가?


 거기에는 내가 게임 캐릭터처럼 변한 것보다 더 믿기 힘든 놀라자빠지고 뒤로 넘어졌는데도 코가 깨질만한 역대급 레전설 사건이 일어나 있었다.



"내가 왜 거깄는데 씨팔?"



 캐릭터 선택창의 내 캐릭터 '유맘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내 얼굴을 그대로 베껴 그래픽으로 구현한 것 같은 남자 캐릭터가 서있었던 거다!



"그리고 넌 왜 여기 있고?"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보면, 이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유맘붐'이라는 게임 캐릭터인 그녀가, 내가 서있어야 할 자리에 서있어. 뭐야, 이게 뭐냐고. 대체 뭔데 이게?



"어지럽네."



 진짜로 어지러웠다.


 

"이건 꿈이야."



 일단 현실도피를 시전해본다.



"그럼 깨기 전에 야한 짓 해야지."



 모처럼 개쩌는 미소녀가 된 꿈이다.


 즐기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다.


 꿈이란 건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것이니, 깨어나기 전에 최대한 즐겨야겠지.


 스륵, 스륵하고 옷을 벗겨낸다.


 예쁜 속옷, 흔히 포장지라 불리는 그걸 벗겨내니 정말 놀랄만한 사이즈였다.


 H? I? J?



"이건, 보통인가?"



 가슴이 이 정도면 포인트도 이 정도인 게 맞나?


 그야 이렇게 커다란 가슴에 점만 콕 찍혀있으면 상당히 이상하겠지만.


 그렇지만 이게 맞는 크기인가? 큰 가슴을 본 적이 없어 알맞은 크기인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색깔 하나는 마음에 든다.


 아주 선명한 핑크색이.


 만져보면 확 하고 오는 느낌은 없지만, 뭔가 몽실몽실 두둥실하고 끓어오르는 느낌이 든다.



"아으❤+ 하으응❤+"



 목소리도 너무 예뻐, 너무 좋아.


 멍해지는 감각을 한껏 즐기다가 이번엔 아랫도리로 눈을 돌렸다.


 바지를, 팬티도 마저 내리고 천천히 이 몸을 감상한다.


 좆되네!


 진심, 개좆되네!


 꿈인데도 이 정도의 구현도라니, 정말이지 현실감이 너무 넘치는 꿈이잖아?


 그쪽에 손을 대면,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자극이!



'근데 원래 이쯤 되면 오류! 데이터 없음!으로 깨야 하는 거 아닌가?'



 예전에도 음몽을 꾼 적이 몇 번이나 있다.


 건강한 남자니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거야.


 하지만 어째 본방을 하려고 하면 '오류! 데이터 없음!'으로 맨날 튕기던데, 왜 이런 내가 느껴봤을 리 없는 감각을 계속 꿈꿀 수 있는 거지?


 몰라! 기분 좋으니까, 그걸로 된 게 아닐까?


"히읏❤+"


 이후, 지쳐서 기절할 때까지 메챠쿠챠했다.






 *



"꿈 아니네. 씨발."



 물론 팽이 돌리는 그 영화마냥 꿈 속에서도 꿈을 꿀 수 있는 걸 알고 있고, 자고 일어났다고 해서 그게 꿈 속이 아니라는 보장이 안된다는 건 잘 알지만,


 여전히 모든 감각이 너무나 생생하고 완벽해서 도저히 꿈이라고 현실도피할 수가 없었다.


 저절로 슬립 모드에 들어간 컴퓨터를 깨우기 위해 마우스를 휙휙 휘저으니, 여전히 켜져있는 캐릭터 선택창에는 내 얼굴과 똑같은 캐릭터가 떡하니 서있었다.


 이 몸으로 바뀌기 전의 내 몸 말이야.



"내가 왜 거깄냐고!"


 

 이세계전생인가?


 나는 드디어 드래곤 테일즈의 세계에 빙의하게 되고 만 것인가?


 근데 왜 내 정신은 여깄는데?


 나는 캐릭터 선택창에서 '나'를 고르고 게임 속에 실제로 접속했다.


 거기서 내 캐릭터를 확대해놓고, 눈을 마주치면서 눈싸움을 했다.



"……."



 '나'는 눈을 전혀 깜빡이지 않았다.


 현실의 나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는데 말이야.



[혹시, 나니?]



 채팅도 쳐보았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적어도 얘한테 무슨 의식이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대학교 어떡해!"



 뒤늦게 떠오르는 내 대학, 내 신분.


 카드지갑을 열어보니 익숙하지만 전혀 낯선 학생증이 들어있었다.



[한초연]


[공과대학]


[학사과정]


[전기정보공학부]



"한초연이 누군데 씨발!"



 내 이름은 한서준인데?


 근데 학번이 그대로인 걸 보니, 이건 내가 맞나보다.


 이게 대체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여?



 하지만 나는 현실주의자기 때문에 이 상황을 이제는 수용하기로 했다.


 사실 더 즐기기엔 체력이 달린다…….


 아까 너무 많이 해서…….


 바닥을 걸레로 닦아 뒷정리를 한 다음, 씻고 나서 속옷 착용법을 인터넷에 검색해 재무장했다.


 이제 좀 평범한 사람 같군.



"그럴 리가 있냐!"



 왜 한국인 머리가 벚꽃색 은발인데?


 학생증에 무슨 아비게일 엘라 헤일리 이런 이름이 적혀있었으면 또 몰라.


 이게 말이 되는 색깔이냐고.


 참고로 혼잣말을 계속하는 건 정신병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자꾸 말해보는 것이었다.













구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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