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기세등등하게 말한 것 치고는 쉽지 않지?”

내 비열한 목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30분 전만 해도 ‘그런 수법에 내가 넘어갈까 보냐! 이 외도!’라고 외치던 여기사님은 이제 대답할 기력도 없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을 베베 꼬고 있다.

“저기, 대답 안해?”

“큭....닥쳐..라...”

“참기 힘들면 그냥 싸버리면 어때? 뭐, 그대로 인생 종료지만.”

나는 턱짓으로 동굴 한쪽을 가리켰다. 그녀 이전의 희생자가 넝마가 된 채 널부러져 있다. 붉은색 머리칼을 가진 마법사. 평소에 나를 병신취급하며 부라리던 눈동자는, 이제 초점없이 텅비어있다.

“그녀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너도 봤잖아, 『배설』시킨 거다.”

“...배설?”

“그러니까 이제 이 몸은 텅 빈 껍데기고, 저쪽이 본체라는거지.”

마법사의 골반 아래, 붉은색의 점액질 덩어리가 한무더기. 사람의 몸 속에서 나온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색이다. 기사는 이해가 안되는 표정이었다. 애초에 뱃속이 엉망진창일 테니, 생각이 제대로 되지 않을 터. 어쩔 수 없지, 여기서는 내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수 밖에.

“저 슬라임은 말이야, 골렘의 핵 같은 거다. 정확히는 인격 그 자체를 강제로 핵으로 만드는 거지.”

“그런...말도 안되는..”

“보여줄까?”

나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사의 몸을 향해 걸어갔다. 기사가 엉거주춤 일어나며 저지하려 했지만

“크윽!”

배의 복통을 이기지 못하며 다시 무릎을 꿇고 만다.

“자 봐봐. 이렇게 하면.”

나는 슬라임 무더기를 양 손으로 집어 들어, 그대로 마법사의 엉덩이 속으로 집어 넣었다.

“흐이엑!”

묘한 신음소리를 내며 마법사의 육체가 다시 움직였다. 상황 파악이 안된 듯 주위를 둘러보던 마법사는 나를 보자마자 곧장 표정을 바꾸었다.

“이 쓰레기가!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마법사면 이정도는 알지 않아?”

황급히 근처에 떨어진 지팡이를 향해 엉거주춤 기어가는 마법사.

“그건 안되지.”

나는 피식웃으면서 마법사의 배를 걷어찼다. 마법사의 항문에 반쯤 걸쳐져 있던 붉은 슬라임이 빠지면서

“응호오옷!”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마법사의 몸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대로 몸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제 이해됐어?”

“그런....그럼 설마 내 몸..안에도..”

이제야 이해가 됐는지 기사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자, 그럼 열심히 참아봐. 얼마나 갈지 기대하고 있을게.”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기사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크윽...이몸은..절대로..당하지 않는다. 네놈 같은 외도에게 이 몸이 질 것 같으냐..!”

그리고 30분후 

“당하셨는데요.”

기사의 고간 사이에 쌓인 파란색 슬라임을 쿡쿡 찌르며 피식 웃었다. 슬라임은 억울하다는 듯이 움찔거렸지만, 저 상태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보자 우선은 슬라임을 제대로 ‘가공’하고 그리고.

음 안되겠다. 우선 이쪽이 먼저다.

가랑이를 쭉 벌린채 쓰러진 여기사의 모습. 그야말로 ‘사용’하기 좋은 오나홀이다.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파란 슬라임이 격하게 꿈틀거린다.

“아, 참고로 영혼이 분리된지 얼마 안됐으니 쾌감은 그쪽으로 링크 될거야.”

자, 그럼. 한번 사용해 보실까.

인격배설슬라임테이머가 되었습니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