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1 - 판타지 갤러리

병상일기 -1앱에서 작성

홍삼더덕

2022.03.26 09:40:07

조회 44 추천 0 댓글 2

야밤에 조지 플로이드처럼 숨을 못쉬겠다고 뭍에 나온 민어처럼 팔딱거리고 있으니 어찌어찌 부모님이 엠뷸런스를 불러주셔서 병원에 왔다.

엠뷸런스는 나와 같은 환자 이송에도 최선을 다하더라.

누가 보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처럼 마구 달려서 나 같은 히키코모리가 이런 사회적 혼란을 일으켜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필이면 노트북을 누나한테 빌려준 터라 병원에 오니 수건이랑 속옷 핸드폰 ,충전기 외엔 무소유인 채로 병원에 오니 할 거라고는 폰 가지고 하는 일 뿐이다.

다행히도 현대의학의 힘이 대단해서 하루만에 호흡곤란은 거의 없어졌고 이젠 완치를 기다리는 지루한 기다림만 남았다.

병실 메이트는 호감과 호1감을 넘나드는 사람들이다.

커피 먹겠냐고 권유하는 호감 아저씨는 tv를 사시사철 켜놓는 호1감 노인네랑 대립중이다.

남들 다 자는데도 tv 켜놓고 렘수면과 tv시청을 오가는 듯한 가느다란 눈으로 tv를 고수하는 걸 보면 뭔 tv가 이승으로 돌아오는 매개물인 것마냥 구는 것같기도 하다.

심지어 이쯤 되어 베토벤 머리를 한 호감아저씨가 정중히 꺼줄 것을 요청해도 싫다고 하는 걸 보면 tv가 없으면 외로워 죽는 스타일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낮잠에 들었을 때 꼭 꺼서 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봐야겠다. 그거로 노벨 의학상 받아야지.

나이가 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병동에서도 tv안끄다 이빨이 나갔는지 발음이 영 별로인데 그 때문에 너스콜을 해도 너스들이 두세번 왔다갔다 해야 한다.

게다가 약 들어가는 속도 조절을 제맘대로 하려고 해서 가만히 냅두면 의료사고감일지도...

약먹을 시간이다.

약먹고 한숨 자려고 악전고투하다보면 2시간 지나있다.

노트북이 오기 전까지는 글을 쓸 수 없어 뻘글 싸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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