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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버스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은 많았지만 직접 말을 걸어온 사람은 이 녀석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이야 말로 개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다는 뜻이겠지.

 …….

"네?"

"그거, 코스프레죠? 무슨 캐릭터인가요?"

 20대 초반 혹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남자는 엄마가 시장에서 사온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설프게 멋을 내려고 시도한 후 귀찮음에 3개월쯤 방치한 듯한 헤어스타일까지 더해 보자면 그 취미가 애니감상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어쩌면 분기별 신작 애니를 모조리 챙겨보는 중증의 씹덕 환자일지도 모른다.

 이런 녀석들은 반에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자애들한테도 말 한 마디 못 붙이면서, 게임 좋아한다거나 무슨 애니를 봤다는 여자만 보면 어디선가 수수께끼의 용기가 솟아나 눈이 뒤집혀서 말을 거는 족속이었다.

 상식적으로 게임이나 애니를 좋아하는 여자라고 해서 씹덕인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는데 말이야.

"어……."

 다시 대화로 돌아와보자면 나는 대답이 궁했다.

 코스프레가 아니고 게임 캐릭터 본인인데요, 하고 대답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

 대충 씨커 온라인의 버서커 클래스라고 말하기에는 홈페이지 직업 소개란의 일러스트와 천만 광년 쯤 멀어진 커스터마이징이기에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

"코스프레 아닌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밖에.

"네? 그럴 리가 없는데."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망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은 본 적 없다.

 게임에서 계속 보다 보니까 익숙해진 탓에 너무 안일한 복장을 하고 나온 건지도 모른다…….

 마침 정류소가 코앞이길래 당황한 나는 하차 벨을 누르고 그대로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다.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었는데.

"저기요."

 아니 씨발 왜 따라내려?

 이거 코스프레 아니라니까 미친 씹덕아!

"으앗!"

 다시금 당황한 나는 그대로 달려서 줄행랑을 쳤다.

 역시 집 바깥은 위험해, 이 세상은 너무나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다!

이거 런 말고 뭐 더 재밌는 전개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