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로 태피스트리 (Tapestry) 를 짜는 실력이나 예술성, 완성도, 한 올 한 올 안 틀리고 정확히 실을 짜서 천으로 만들어나가는 천재의 솜씨나 디자인 아이디어를 고안한 상상력은 사실상 그리스 로마 신화 원톱 실력의 천재임.

맨날 인간들을 멋대로 심판하면서 정작 악행을 지으면 절대 속죄받지 않는 그리스 신들의 내로남불이나 위선을 정확히 짚어내고 아테나 앞에서 신랄하게 까버리는 깡도 대담함도 가졌고 신들마저 한 수 접을 수준의 천재 태피스트리 제작자인데 메데이아처럼 애먼 타인에게 악행을 저질러 피해를 끼친 사례도 0%임.

혈통빨이 없으면 성공하기 더럽게 힘든 그리스 신화 세계관에서 신의 혈통을 잇지 않고 인간의 몸으로 신과 맞붙은 케이스이고, 아탈란테나 칼리스토처럼 무력빨로 승부하지 않고 오로지 가부장제 사회에서 차별당하던 여성의 전유물로 간주되던 태피스트리 하나로 베짜기신 아테나와 맞장뜨고 승리까지 거머쥔 사례는 아라크네가 유일함.

다른 인간들도 아라크네의 기록을 갱신하지 못했음. 신들에게 참교육당하긴커녕 오히려 지가 알아서 신들을 참교육시키는 그 크레토스도 제우스와 포세이돈, 하데스, 아레스, 아테나, 헤라 등 수많은 신들을 지손으로 두들겨패고 죽이지만 그 역시 제우스의 혈통 버프로 강해졌다고 부정할 수 없는데, 아라크네는 무력도 아닌 평범한 여성이면서 신의 힘을 안 빌리고 신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게 대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