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맥락
청년세대의 반페미니즘을 논할 때 먼저 주의해야 할 지점은 마치 반페미니즘이 하나의 보편적 실체로 존재하는 것처럼 상정하여 서구의 안티페미니즘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전통적인 가정과 성역할을 강조하는 기독교 보수주의적 관점이나, 과거의 ‘남자다운’ 덕성을 페미니즘의 ‘중성화’가 위협한다는 식의 입장은 종교적 열정에도, 전통적인 남성성에도 거부감이 큰 한국 청년세대의 반페미니즘에서 유의미한 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3) 오히려 우리는 현재의 반페미니즘을 극히 최근의, 즉 지난 수년간 한국사회에서 진행되어 온 거대한 변화의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너무나 상식적이게도 페미니즘의 대두 바로 그 자체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페미니즘은 적어도 2015년 트위터의 페미니스트 해시태그 운동 및 온라인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등장 이전까지는 청년남성이 주로 참여하는 온라인커뮤니티, 혹은 한국 자체에서 매우 제한적인 관심만을 받는 주제였다.4) 메갈리아 커뮤니티와 연관 페이스북 페이지의 운영자들은 (공식적인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내용 또한 적지 않게 포함하던) 다양한 게시물 중에서 새로운 페미니즘을 정당화할 수 있는 내용을 선별하여 전파하는 정치적인 감각을 보여주었다.5) 당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로 상징되는 거대한 극우혐오세력의 출현을 심각하게 경계하던 진보진영 및 언론이 메갈리아를 일베에 대항하는 ‘젊고 적극적인 페미니스트 여성집단의 등장’으로 받아들여 열성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미러링”·“여혐”(여성혐오)과 같은 개념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폭넓게 퍼졌으며, 메갈리아 커뮤니티 자체의 짧은 수명과 무관하게 사회 전반에 페미니즘 논의를 불붙이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여성운동세력은 (다소간의 환상과 오해를 곁들여) 새로운 “넷페미”의 확산을 자신들이 추구해 온 여성주의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동력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여러 정책적 시도로 이어졌다.6)
청년남성집단의 반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는 전술한 흐름이 남성중심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또 대응되었는가의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7) 먼저 남초 커뮤니티는 진보진영·언론과 달리 자신들의 여성혐오문화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메갈리아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들은 메갈리아가 그 모태였던 디시인사이드,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의 ‘미러링’ 대상이었던 일베의 여러 코드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지했다―진보진영·언론이 메갈리아를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의해 ‘선별된’ 자료를 통해 이해했다면, 남초 커뮤니티의 메갈리아 비판자들은 “메갈” 커뮤니티가 일베의 여성화 버전으로서 혐오표현이 판치는 곳이라는 (전적으로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을 구축했다. 메갈=일베=혐오세력이라는 도식은 이후 메갈리아가 기존의 여성주의단체·언론 등에 의해 새로운 페미니즘으로 인정받으면서, 또 메갈리아와 워마드가 한데 묶여 지칭되면서 자연스럽게 메갈=웜=배타적 여성우월주의=“페미”라는 논리로 확장되어갔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논리가 문재인 정권에서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의식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주요 쟁점 세 가지를 꼽아보자. 첫째,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 도입 판시, 같은 해 11월 대법원의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단이 나오면서 병역의무와 닿아있는 20대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하게 표출되었다. 둘째, 2018년 9월 대전 곰탕집 성추행 1심 재판의 (명확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유죄 판결에 따라 무죄추정의 원칙이 위반되고 있다는 논란이나, 같은 해 12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개신교 우파의 논리를 따라 성소수자를 법적 보호의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우파정당 의원의 주도 하에) 당초 원안과 달리 ‘생물학적 여성’만을 보호하는 형태로 통과되는 등 성폭력과 관련된 법적인 판단에서 남성의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졌다. 셋째, 각 분야의 여성할당제 도입 추진이나, 2019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신 패킷을 감청하는 방식으로 해외 성인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정권의 적극적인 개입조치가 이어졌다. 요컨대 2018년 후반부터 2019년 초반까지 군대·성범죄·포르노·성별할당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남성집단의 반발을 초래하는 공적 결정이 이어지면서, ‘정권이 페미니즘과 결탁해 20대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서사가 굳건히 자리를 잡게 된다.
2017년까지 남초 커뮤니티에서 소수나마 찾아볼 수 있었던 메갈·워마드와 ‘정상적인’ 페미니즘을 구별해야 한다는 목소리, 즉 페미니즘 자체는 옹호해야 한다는 입장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제 각 대학의 학생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페미니즘이 남성의 기본권을 짓밟고 여성이 우월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해로운 “정신병”이라는 구호가 광범위하게 울려퍼졌으며, 조던 피터슨이나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 같은 영어권 안티페미니즘 논자들의 주장이 잘 요약된 형태로 유통되었다.
3번부터는쓰레기라내림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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