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날 밤에 인적드문 숲속 통나무 위에 앉아있다가 김삐약씨랑 우연히 만나게 된다..

- . . .안녕!

잠깐만, 가지 마!

난 듀스라고 해. . . 이름이 뭐야? 

- . . . 거기 내 자리야. 

- 자리?

아! 미안, 여길 전부 내 땅으로 할 생각은 없으니까!

어,,, 같이 볼래? 

- . . . 별 보러 온 거야? 

- 너도 역시? 

하늘에는 저런 빛이 정말로 많다는 거 알았어? 

- 응. 

- 아. . . 그래. 나도 알아.

- 여기가 네 자리라고 했지, 응? 

- 축제 동안만. 

- 사람들 모인 곳은 별로 안 좋아해?

. . . 나도 안 좋아하지만.

저기, 아직 네 이름 안 알려줬는데. 

- 말 안 할 거야.

. . .  모두들 내 이름 놀리는걸. 

- 왜? 

- 내 이름 들으면 씻고 싶어진대. 

- 아. . . 그럼, 됐어.

야, 그래도 '듀스'보다는 낫겠지.

봐, 세상 어딜 가든 거의 전부 이름이 듀스잖아! 

- 인도에서도? 

- 그럴 거야! 

- . . .  그럼 안 돼? 

- 응?

-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름이면 안 돼? 

- 아니 . . . 재미없잖아, 그러니까.

어, 모두 이름이 똑같으면,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어? 

- 난 괜찮아.

한 번 정도라면. . . 모두가 같은 이름을 가지는 것도.

저 하늘의 별빛 같은 거야. . .

. . . 여기서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름다움이 덜하진 않잖아. 

- 아, 그렇지. . . 

왜 하늘에 저렇게 별이 가득하다고 생각해? 

- 우리 아빠는 저게 엄청나게 큰 가스 덩어리가 타고 있는 거랬어. 

- 아, 적당히 말을 만든 걸 거야. 

- 왜 아빠가 나한테 거짓말 하는데? 

- 자, 생각해봐 그건 어른들의 말이잖아. 항상 적당히 말을 만든다고. 

- 산타할아버지, 부활절 토끼, 캥거루. . . 그런 것들. 

- 너. . . 별로 부활절 토끼를 그려 본 적 있어? 

-별자리처럼? 

- 응. 

- 음, 다른 건 해봤지만. . . 토끼는 한 번도 안 해봤네. 

- . . .  한 번 해볼래? 

- 응, 제일 아름다운 별자리를 만들자!

누가 먼저 만들어내는 지 내기다! 

셋, 둘, 하나. 

- 됐어. 

- 어. . .  어디? 

- 하늘에. 

- 음, 그러니까 하늘 어디? 

- 크게 봐. 

- 어. . . 

- 다른 것보다 훨씬 커. 

- . . . 모르겠는데.

잠깐. . . 잠깐만!!

. . .  찾았다!!! 

- 뭐가 보이는 지 말해줘. 

- 저거 맞지?? 큰 귀 두개랑, 머리!

그리고 저기가. . .  다리 두 개! 

- 응, 또? 

- 그리고. . .  그리고 저 달!!

달이 통통한 토끼 배야!!

.

.

.

저. . . 그럼 넌 저게 사실은 뭐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별들 말이야. 

- 난. . . 

아무한테도 말 안 했지만, 그. . . 

. . . 항상 저건 등대라고 생각했어. 

수십억 개의 등대들이. . . 하늘 저 편에 있는 거야. 

- 아, 거긴 정말 시끌시끌 하겠네. 

- 아냐.

거기서도 등대들을 다 볼 수 있어, 그리고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해.

하지만 할 수 없어, 너무 멀어서 서로 말 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 . 빛을 멀리멀리 보내는 것 뿐이야.

. . . 그게 저 별들이야.

다른 등대들에게 빛을 보내고, 나에게도 보내. 

- 왜 너한테? 

- 왜냐면 언젠간. . . 

. . . 저 등대들이랑 친구가 될 거니까. 

.

.

.

그 가방. . .  안에 뭐가 들었어? 

- 아, 이거 내가 두더지잡기에서 탄 거야!

너도 해봤어? 

- 응. . .  그치만 난 너무 둔해서.

상은 뭘 받았어? 

- 난. . . 뭔가.

솔직히 뭔지 모르겠어.

이상하게 생긴 오리. . .  아니면 비버거나. 

- . . . 만져봐도 돼?

이상하게 생겼네. . .

. . . 나도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듀스??!> 

- 악, 엄마다! 

- . . .자, 여기. 

- 아, 그거. . . 가져, 네 거야. 

- 내 거? 

- 응, 난 다른 거 탈 수 있으니까.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난 두더지잡기 일인자니까! 

- 내년에도 여기 올 거야? 

- 응. 너도? 

- 응. 

- 같은 곳, 같은 때에? 

- 응.

까먹거나. . . 여길 못 찾으면 어떡하지? 

- 그럼 달에서 만나면 되잖아, 바보!

. . .  토끼 배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