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는 제목 어그로를 위해 과장한 측면도 있긴 한데
아무튼.. 그럼
내가 무슨 불세출의 천재는 아니고 아니겠지만 최소한 그냥 요즘 나한테 너무 스트레스다 이게
어렸을 때부터 뭐든 쉬워서 예전부터 내가 머리 좋다고 생각은 하고 살았거든? 근데 고3되니까 확실히 느껴짐 고1고2내내 팽팽 놀았고 특히 고등수학은 지수 로그 개념도 못 잡은 노베이스에서 고2 여름방학에 와서야 시작했는데 이번 4모에서 한 문제 차이로 2등급 맞음
다른 과목도 그래 국어는 한 번도 공부해본 적 없는데 매번 반1등이었고 영어도 그렇고
사탐도 그냥 설렁설렁 한 게 다인데 만점이야
하루에 공부를 기껏해야 한 시간 할까 말까 해서 늘 공부하라고 혼나는데 막상 모고보면 점수가 너무 잘 나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던 서울대였는데 정말 가게 될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병신 기만질이고 그래서 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문제는 분명히 있음
먼저 내가 양심에 너무 찔린다 친구들은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데 인스타 스토리 보면 7시간 8시간 하는 애들 투성이인데 막상 모고 보면 공부 좆만큼도 안 한 내가 거의 다 이긴다는 게 형평성에 맞질 않는 것 같고 내가 그냥 악당같아 솔직히 말하면
미안하고 쪽팔려서 자랑하기도 힘들어
막말로 dna 지능 잘 타고난 거나 부자 부모 만나서 뒷돈 찌르고 대학 가는 거나.. 그렇게 열심히 하는 애들도 sky 이름조차 꺼내길 망설이는데 나 따위가 서울대 가겠다고 나대도 되는 건질 모르겠어
또 애들이 나를 싫어할 거라는 피해망상에 자주 사로잡힘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고.. 근데 싫어하는 것도 이해는 가 고1때부터 혼자 야자 안 하고 집 가는 걸로 소문돌았었고(공부하기 귀찮아서 집 가서 잤음) 나는 공부 외에도 전교에서 가뿐하게 탑 찍을 만한 예체능 계열 재능도 있으니까
아니 자랑은 아냐 나도 너무 힘들어 막말로 가지려고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자괴감이 들고
자꾸 자만에 빠지려고 하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 노력할 줄도 모르는 주제에 너무 오만해 나는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 나는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데 자꾸 아가리 통제가 마음대로 안 되고
그리고.. 친구들이랑 공감대 형성이 안 됨 다들 목표대학을 향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데 나는 딱히 달릴 필요가 없거든 그냥 설렁설렁 걸어가면 명문대인데 열심히 할 이유가 없잖아
문제는 그래서 대학을 잘 가도 기쁠 것 같지가 않아
비장하지도 않고 딱히 목표의식도 없고 그냥 나는 sky 갈 거라고 예전부터 생각했었고 살다 보니 진짜 가게 생겼음 그뿐임
수능 끝나고 다들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축배를 들 때 나는 대체 뭘 하고 있을까 명문대 합격증 있으면 뭐해 기쁘지도 않을 것 같아 정말로
마지막으로는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애들이 한심해 보여 그러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편이긴 한데
별 생각 없이 나랑 똑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던 친구들이 내가 쉽게 넘어간 문제 갖고 씨름하는 거 보면 대체 저게 왜 안 풀리나 싶고 이해가 안 됨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정이 떨어짐
나도 나랑 비슷한 수준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평범하게 그냥 걔네 틈바구니에 끼어서 살고 싶은데 왜 이럴까 나는
나도 모르게 친구들을 내 밑으로 깔아서 보게 되고 그만큼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져 내가 불량품 같아 아니면 사기꾼
1.열심히 공부하는 애들 머리빨로 눌러버리는 거 죄책감 든다
2.애들이 나 싫어할 것 같아서 무서움 공감대 형성이 어려움
3.선민사상 자기애성성격장애있는 것 같아서 자괴감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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