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고 인간이 모방할 수도 없는 단 하나의 천연 자연환경이다. 극지는 지구 문명을 결정한다. 극지의 물은 태평양까지 영향을 미치며 기상은 열대, 온대 지방의 기후에 영향을 미쳐 농업과 수산업, 산림 등에 큰 피해를 가하기도 한다. 흔히들 극지의 중요성이 무엇인가 물으면 지구의 환경 조절자로서 지구 시스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천연자원이 많아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나는 극지가 천연자원이 아닌 연구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다. 척박한 환경에서 새로운 생물과 효소를 발견해 의료 발전과 신소재 개발을 이루고, 지층의 변화와 퇴적물을 조사해 미래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환경오염과 재난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극지 연구 덕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극지의 연구 자원을 발견하고 이를 응용하는 일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나는 지구의 해양 환경 중 가장 흥미로운 현상이자 극지의 중요한 잠재적 연구 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앵커 얼음(Anchor Ice)에 관한 연구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앵커 얼음은 주변의 물보다 밀도가 낮아 강이나 해저 바닥에 붙어 생성되는 얼음을 자유롭게 묘사하는 광범위한 용어다. 고위도에 위치한 하천과 호수부터 극지방의 대륙까지 겨울 동안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자연 현상이다. 보통 강물이나 바닷물이 차가운 대기와 만나 열손실을 일으키다 빙점 아래로 떨어질 때 형성된다. 민물에서의 앵커 얼음 형성 메커니즘은 널리 알려졌지만 해양에서 특히나, 극지방에서의 앵커 얼음은 염도와 밀도, 온도라는 변수들과 함께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앵커 얼음에 대해 많은 관찰이 보고되었지만 앵커 얼음을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적은 양에 불과해 관심 깊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앵커 얼음은 프래질 얼음(Frazil Ice)에서 파생되며 초냉각수에 의해 생성된다. 프래질 얼음은 초냉각수가 난류와 만나 형성하는 무작위적인 방향을 지닌 얼음 결정체의 집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이 해저나 빙붕 바닥에 붙은 채 성장하면 앵커 얼음이 되는 것이다. 앵커 얼음은 프래질이 활발하게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에 따라 형성된다. 첫 번째, 표면 냉각 메커니즘이다. 해수보다 낮은 온도의 대기는 해수의 열 손실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해수는 냉각되는데 냉각될수록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열 손실은 곧 혼합층 내에 대류를 발생시킨다. 특히나 강풍이 더해지면 혼합층에 난류를 유발하고 더 많은 열 손실을 초래하여 고밀도 초냉각수를 생성한다. 이는 침강하다가 해저에 도착하면 프래질 결정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로는 유체 인터페이스 메커니즘으로 각기 다른 온도와 염도를 지닌 2개의 유체 층이 만나는 부근에서의 생성이다. 대표적으로 브라인 배수와 지하수에 의해 생성된다. 해빙이 형성됨에 따라 육상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에서는 고농축 염분을 지닌 브라인(Brine) 배수가 방출되고 침강한다. 내려갈수록 비교적 염분이 적은 바닷물과 섞이며 주변을 빠르게 냉각시키고 브리니클(Brinicle)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얼음의 50% 이상이 프래질 얼음 결정체로 성장한다. 또한, 지하수가 방출되는 유역 부근에서도 프래질이 성장할 수 있다. 방출된 담수를 차가운 바닷물이 열을 흡수하며 프래질과 앵커 얼음을 형성한다. 세 번째는 얼음 펌프 메커니즘이다. 빙붕 아래는 바다의 깊이가 증가하면서 해수의 빙점이 낮아지기 때문에 밑부분이 녹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주변 바닷물에 더 신선한 녹은 물이 확산하면서 플룸을 생성한다. 부력에 의해 수면을 향해 상승할 때 빙붕 바닥에 추가적인 바닷물이 유입된다. 상승하는 플룸은 압력이 낮아지며 해수의 빙점이 증가하여 초냉각 상태가 될 수 있다.

선행 연구를 토대로 앵커 얼음은 생태학적, 고고학적, 광물학적 그리고 지질학적 연구 과제로서 잠재적인 가치를 지닌 새로운 연구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고고학적 측면에서는 앵커 얼음을 통해 과거의 기후와 지질학적 특성을 직접 연구할 방안을 새롭게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해빙의 물리학적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운반해온 다양한 퇴적물을 이용한 지층 분석, 유기물 분석 등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길을 개척해줄 것이다. 1919년, Debenham이 최초로 해빙과 퇴적물 사이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후 수많은 연구인이 해빙과 퇴적물 사이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했었다. 1986년, Reimnitz는 앵커 얼음이 침전물과 조개껍질과 같은 일부 화석들을 운반하는 메커니즘이라고 발표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Kellogg의 연구를 선두로 앵커 아이스의 미세 침전물들과 유기체들을 직접 화학적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리고 Darby와 Eicken, St John 등 다양한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다양한 해양 표본에서 불규칙적으로 발견되는 퇴적물을 관찰하고 앵커아이스래프팅 현상을 추론했다. 비교적 현대 자료에서는 Stickley의 연구에서 앵커 얼음의 입자 크기 분포를 이용해 과거의 폭풍과 해빙 범위의 대리 지표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동안의 앵커 얼음 연구를 살펴보면 앵커 얼음을 통해 형성 메커니즘 분석, 과거 해빙 추론, 생물 군집의 이상 행동 분석 그리고 퇴적물 분석에 관한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1900년도의 연구이기도 하며 비교적 최근 5년 이내의 연구 자료가 부족한 것을 고려한다면 현대에서 앵커 얼음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앵커 아이스 래프팅(Anchor Ice Lafting)”이다. 앵커 얼음은 모래, 자갈 및 자갈 크기의 퇴적물을 운반하는데, 해양 침전물 유입의 메커니즘이다. 침전물을 선택적 투과하지 않으며, 수용하는 크기와 종류에 제한이 없다. 나는 특히나 이 앵커 얼음을 통해 확산하는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POPs)에 관해 중점을 두고자 한다. 선행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 해빙에 의한 물질 운송에 관한 연구들은 많지만 이로 인한 오염물질 재분배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었다. 청정지역이어야 할 극지에서 오염물질을 분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야 한다. 이는 대부분 다른 대륙의 영향을 받은 것이며 극지의 대기와 해양 오염물질과 원인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도시와 공장,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화학 물질과 원예, 농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농약, 제초제에서 오염물질은 끝없이 쏟아 나온다. 이들의 대부분은 대기대순환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한다. 심지어 수은, 납과 같은 중금속과 유기 독소들도 극지에 정착한 지 오래다. 증발과 응축을 여러 번 반복하며 물질이 지구 표면을 통통 튀어 다니는 이러한 ‘메뚜기 효과(Grasshopper effect)’는 추운 고위도 지역이나 고지대에 도착하면 기화가 잘 발생하지 않아 이동이 멈추고 갇히게 되는 ‘저온동결 효과(Cold-trapping effect)’로 이어진다. 이들은 몇 주 만에 극지의 해빙, 빙하, 토양 속으로 흡수되며 몇 십 년 이상 잔류한다. 이들의 흔적은 앵커 얼음이 운반해온 퇴적물을 얼음의 물리적 물성 측정, 유기 탄소 함량 및 구성 분석, X선 회절 분석을 통한 광물 분석, 유기 염소 비율 측정 등의 방법으로 분석함으로써 오염물질의 종류와 분포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앵커 얼음을 조사하고 특히나 오염물질의 분포가 큰 지역은 어디인지, 그리고 이 지역은 과거의 어떠한 영향을 받았기에 오염물질이 유독 많이 분포되었을지, 이 오염물질은 운송 중 어떻게 변형될지, 계절별 방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에 따라 해양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등 여러 연구 과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오염물질은 한 곳에 농축되었다가도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며 증폭되는 이차적 문제가 발생한다. 메뚜기 효과와 저온동결 효과가 아닌 해수와 해빙을 통해 재분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동시키는 주요 원인은 모든 물질을 수용한다는 점, 운송 중 녹지 않는다는 점에서 앵커 얼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구가 시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앵커 얼음과 오염물질 재분배의 관계성을 파악하고 싶다. 그리고 해수의 흐름과 유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극지 내에서 오염물질이 재분배 되는 과정을 모델링하고 싶다. 이는 단순한 오염물질 이외에 다른 물질들의 이동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표본 채취가 어려운 빙붕 밑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며 현재의 빙하 코어 연구와 연관 지어 기상학의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지의 오염물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극지에서 검출되는 오염물질은 비교적 최근에 합성된 물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구의 환경 변화를 모니터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 앵커 얼음은 극지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주요한 장벽으로 보인다. 극지는 지구상 양극 지역의 거대한 청정 환경으로서 기권, 수권, 지권, 생물권의 환경시스템을 모두 갖춘 또 하나의 소지구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극지 연구를 통해 이러한 소지구를 지키고 있다. 나도 그 측면에서 극지의 비밀을 하나하나씩 풀어나가고 싶다. 

논술공모대회 준비하는데 이 친구가 전 년도 수상했더라

저거 보고 자괴감빠졌는데 그냥 포기해야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