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 귀신이 씌어서 16세에 꼭 결혼을 해야만 살 수 있는 팔자를 타고난 안평강(임은경). 그 결혼 프로젝트가 23일 개봉한 ‘여고생 시집가기’의 전부다. 제목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범작이란 얘기다. 카메라는 고교생들의 고민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평강의 온달 잡기에만 전력을 쏟고 있다. 극을 관통하는 어법은 과장과 억지. 표피적인 재미에만 집착하는 장면들만 줄줄이 나열되는 것도 거슬린다. 또래 관객들의 단발적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남길 게 없다. 차에 치일 뻔하거나 지붕 위에서 타이어가 떨어지고 샌드백이 날아오는 일들이 벌어지자 평강은 자기 사주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온달(은지원)이란 남학생이 전학을 오자 평강과 그 일파들은 온달 사로잡기 프로젝트로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천년을 이어온 로맨틱 프로젝트’라는 광고문구가 무색하게 로맨스는 간데 없고 엽기녀만 있다. 평강은 무슨 재주로 하늘을 붕붕 떠다닐까. 하도 신기해서 어안이 벙벙하다. ‘신비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임은경의 변신 노력은 불행하게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란 대사로 유명해진 박노식의 망가지는 연기 또한 공감을 주기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극의 초반부를 극성스럽게 이끌어가는 이칸희의 연기가 그나마 위안거리. ‘바람의 전설’에서 보여주었던 바람난 귀부인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억척스런 엄마이자 아내 역을 실감나게 소화해낸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은지원 표정봐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