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운관에서 환호를 받는 히어로는 도도한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 아줌마와 누나들의 사랑을 받는 ‘귀여운 남동생’형 캐릭터들이 안방극장에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른바 ‘아줌마·누님코드’형 꽃미남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것. 18일 40％ 가까운 시청률로 종영된 K2TV 수목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의 오지호는 ‘아줌마·누님코드’를 공략해 성공한 대표주자다. 평범한 이혼녀 아줌마인 여주인공 오연수와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은 오지호는 방영 내내 새로운 남자주인공의 전형을 선보였다. 모든 것을 다 이뤄주는 전지전능한 완벽남과는 대척점에 서 있음에도 시청자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꼭 친정 남동생같은, 뭘 해도 밉지 않은, 그러면서도 만만하지 않은 편안함’이다. 마냥 편해서 막 대하다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남자같은 면모를 보여 한 순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으로 사랑받았다. 지난달 종영한 MTV 수목미니시리즈 ‘아일랜드’의 현빈은 오지호보다 한층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외모로 ‘아줌마·누님’시청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연상의 이나영을 어설프지만 살뜰하게 보살피는 모습에서 큰 점수를 얻었다. 22일 시작한 STV 월화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김래원 역시 ‘옥탑방 고양이’에 이어 어리광이 뚝뚝 묻어나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하버드 로스쿨 신입생으로 분해 여성시청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 할 준비를 끝냈다. 이렇게 최근 브라운관에 귀엽고 깜찍한 아줌마·누님코드형 캐릭터들이 범람하는 것은, 가파르게 나빠지고 있는 경제상황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힘든 상황에서 한국 여성들에게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지만 “애기야！”라고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절대왕자 박신양(‘파리의 연인’)보다는, “아줌마 땜에 내가 아주 늙어요！”라며 말로는 투덜대지만 실제로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오지호(‘두번째 프러포즈’)같은 귀여운 남동생들이 실질적으로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효안기자 a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