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이 출연자 모두를 아우르는 살림꾼 매력으로 예능 MC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SUS 3월부터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지키고 있는 두 MC 서장훈, 이수근은 '나쁜 경찰과 좋은 경찰', '당근과 채찍' 역할을 서로 분담하고 있다. 서장훈이 사이다 돌직구로 유명하다면 이수근은 출연자를 위로하고 편들어 주는 다정한 멘트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상담가로 활약 중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따금 이수근의 다정 멘트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정신 차리기 위해 따끔한 한마디가 필요해 보이지만 이수근은 출연자를 두둔하며 위로한다. 서장훈이 일침 역할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수근은 때론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이솝우화 '북풍과 태양(바람과 태양)'을 떠올리게 한다. 이수근의 다정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허문 출연자는 차마 입에서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곤 한다. 두 보살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출연자와 좀 더 깊은 공감을 주고받게 된다.

이수근의 우직한 매력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중계진으로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엔 요령 없이 일단 부딪혀 몸싸움하는 개그맨 후배들 걱정에 얼굴이 굳을 때도 있고, 선수들의 작은 활약도 크게 기뻐하며 동네방네 떠나가라 외치기도 한다. 또 스핀오프 '골때리는 외박'에서는 여행사 직원이 되어 직접 선수들의 힐링을 위해 버스기사, 셰프, 레크리에이션 강사 등등을 책임진다.

여기에 멘탈 관리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8일 '골 때리는 외박'에서 선수와 감독, 선수와 선수 간 오해를 푸는 시간을 가진 가운데 이수근은 "모든 팀들이 풀지 못하는 오해를 계속 가져가는 팀이 많다. 즐기면서 하기를 바라는데 운동장에서 보인다. 시원하게 털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해나 같은 분이 모든 팀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송해나의 밝고 세심한 인품을 추켜세웠다. 단순 경기 중계만 아니라 각 팀, 각 선수를 챙기는 살뜰한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송해나는 시즌1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이룬 팀원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이날도 남을 배려하는 성정 탓에 혹여나 팀원에게 피해를 주게 될까 힘들었다며 눈물 흘렸다. 이수근의 말 한마디는 그런 송해나를 간파하고 팀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인물임을 상기시킨 것이기도 했다.

또 이수근은 오랜 세월 합을 맞춰온 강호동과 있을 땐 '2인자', '오른팔'을 자처한다. SBS '판타스틱패밀리-DAN싱어', JTBC '딸도둑들', MBC에브리원 '맘마미안' 등 본인이 메인이 아닌 때는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웃음을 불어넣으면서 적절한 방향으로 물 흐르듯 진행을 이어간다.

짓궂은 농담과 장난만 하는 것 같지만, 남모르게 알들 살뜰 살림꾼 같은 면모가 그의 MC로서 진행력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