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말이지만 아직도 안 위원장은 사람 보는 안목(眼目)이 없다. 그동안 안 위원장이 손잡았던 정치인들, 주변의 일부 참모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안목을 하루빨리 키워야 한다. 또한 스스로 관상(觀相)을 변상(變相)시키지 않으면 허망한 노력의 상처만 남을 뿐이다. 5년은 금방이다.
쓰디쓴 고언(苦言)이지만 안 위원장을 위해 안 할 수가 없다.


만약 안 위원장의 삶이 의사나 기업가라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참견하지 않아도 잘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기에 고하는 충언이다.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실패하면 그동안 스쳐간 수많은 정치 선배들처럼 쓸쓸히 정치계를 떠나야 할 것이다.

안 위원장은 학자적인 식견은 올바르고 탁월하지만 세상의 이면을 보는 눈이 약하다. 그렇기에 매 순간마다 어디로 가야 좋은지를 고민하다 시간 다 간다. 협상이나 단일화 때도 아슬아슬한 막판까지 끌고 가 상대의 진을 다 뺀다. 영락없는 거북이다. 바둑 용어 중에 '장고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이 있다. 오래 분석한다고 매번 명답이 나오는 게 아닌데 거북이는 매 순간마다 심사숙고한다. 옆에서 보는 사람이 속 터져 죽을 정도로 답답하고 느리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전혀 답답함을 못 느낀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순수한 생각과 느린 판단이 정치계에서는 큰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막중한 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는 처음으로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능력과 판단력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그건 오로지 본인 탓이다.


'국민이 몰라준다'거나 '경쟁자의 방해' 또는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아서'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면 안 된다. 현명한 판단과 안목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망을 얻기를 바란다.수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세상이 나를 알아줄 거라는 오랜 믿음은 말년이 돼서야 일장춘몽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게 속세인(俗人)과 도인(道人)의 시각차이다.

안철수처럼 책을 많이 읽은 학자나 인물들에게 나타나는 한계성이기도 하다. 박학다식한 자가 대통령이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학벌 좋고 똑똑한 사람이 대권 꿈을 달성하는 것도 난해하긴 마찬가지다. 그 선례를 단 한 방에 깨부순 인물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다. 어떻게 깼는지 그 비법을 안다면 안 위원장의 대권 꿈은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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