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재직 시절인 2020년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들을 소집해 대검의 이른바 ‘판사 성향 분석 문건’에 대해 입장표명을 권유했을 당시 김병수 형사수석 부장판사가 대검 감찰부 포렌식을 언급하며 ‘추가 사찰 문건이 더 나온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자리에선 조국 전 장관 1심을 맡고 있던 김미리 부장판사가 유일하게 입장표명에 찬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11월 27일 민 당시 지법원장은 ‘판사 문건’에 이름이 오른 형사합의부 부장판사 10여명을 원장실로 불렀다. 이는 추 전 장관이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지 사흘 뒤였다.

이 자리에는 민 전 원장과 김병수 형사수석부장판사, 조국 전 장관 재판 등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 정경심 전 교수 사건 담당 임정엽·김선희·권성수 부장판사,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담당 윤종섭 부장판사, 유영근 부장판사, 조국 전 장관 5촌 조카 사건등을 맡은 소병석 부장판사 등이 참석했다.

당시 민 원장이 먼저 “입장 표명을 하는 게 어떠냐”고 했고 이에 참석자들이 “사찰로 보기 어렵다” “(총장 직무정지에 대한)행정법원 재판이 예정된 상황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사흘 뒤인 11월 30일 윤 전 총장이 직무정지 처분을 중단해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의 심문 기일이 잡혀 있었다.

이처럼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룬 상황에서 김병수 형사수석부장이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을 언급하며 ‘판사 사찰 문건이 더 나올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회의 이틀 전인 2020년 11월 25일 대검 감찰부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했었다. 김 부장판사의 발언은 참석자들에게 이런 과정에서 판사 문건이 더 나올 수도 있으니 입장 표명을 해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반대 의견이 우세한 상황에서 원장을 거든 것인데, 왜 저런 얘기까지 하나 싶었다. 평소 조용하고 자기 소신을 내세우지 않는 분이어서 의외로 느껴졌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추가 문건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소집된 부장판사 중에서는 김미리 부장판사가 유일하게 입장 표명에 찬성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김 부장판사는 ‘판사 문건’ 작성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주요 재판부의 인적 사항과 성향 등을 적은 이 문건에서 김 부장판사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검찰이) 이런 문건을 작성한 것 자체가 화가 난다”고 했다고 한다. 또다른 참석자는 “당시 김 부장판사의 태도는 문건 작성 자체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어서 법원 수뇌부와 교감이 있는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2021년 2월 정기인사에서 통상 2년을 지내는 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을 3년째 유임했다. 그러다 그해 3월 돌연 질병휴직을 했고, 복귀 후 형사합의부 대신 민사 단독재판을 담당하다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다른 법원으로 전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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