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송하려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가스라이팅 관련 방송이 법원 결정으로 금지되자 SBS PD협회에 이어 SBS 구성작가협의회도 재판부 결정을 비판했다.

SBS 구성작가협의회는 한 여성의 극단적 선택이 남편의 가스라이팅과 관련 있다는 의혹을 취재하던 중 남편 측이 제작진의 반론요청에 응하지 않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사실을 전하며 "법원이 밝힌 가처분 인용사유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우려했다.

해당 협의회는 "이처럼 명백한 반론 거부를 법원이 반론기회 상실과 같은 의미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이유로 방송금치 가처분을 인용한 판단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 묻고 싶다"며 "답변하기 곤란한 언론의 질문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번 사례처럼 그 신청을 모두 인용한다면 그알뿐 아니라 여타 탐사보도 프로그램 역시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수많은 언론인들이 취재원의 반론을 듣는 대신 법정에 서야 할 것이고 결국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언론통제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SBS 구성작가협의회는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법원이 이번 방송을 해당 방송 날짜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영구히 금지시켰다는 점"이라며 "더구나 망자의 휴대전화기와 부검사진, 현장 CCTV 영상 등 주요 증거자료가 아직 확보되지 않아 여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조차 종결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방송을 영구히 금지시킨 법원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은 이번 방송의 궁극적인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방송이 신청인의 사생활을 드러내 그의 인격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정서적 학대인 가스라이팅을 해외 여러 나라가 이미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이유는 가스라이팅을 더 이상 개인 간 사생활로 치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생활 영역이 아닌 범죄라는 주장으로 가스라이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을 비판한 대목이다.

해당 협의회는 "법원은 '이 프로그램이 이전에도 수차례 왜곡, 편파방송의 문제가 제기됐던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며 "지난 30년간 1300회의 방송을 제작하면서 법과 제도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고통들에 먼저 다가가 공감하고, 권력과 재력, 편견에 의해 감춰졌던 진실을 드러내며 많은 시청자의 지지와 신뢰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갑론을박이나 반대가 있었다고 해서 해당 프로그램 전체를 왜곡, 편파 방송으로 매도했다"고 우려했다.

SBS 구성작가협의회는 "이번 가처분 결정은 결정 그 자체보다 부당한 결정 사유로 우리 회원 전체에게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다시 한번 깊은 우려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앞서 SBS PD협회도 비슷한 취지로 법원 결정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