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의 시사·교양프로그램 '장동건의 백투더북스 시즌2'를 두고 저작권 침해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을 파는 서점'을 발행한 출판사 측은 외주제작사 측에서 책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책을 기반으로 백투더북스 시즌2 첫 회가 제작됐다는 것이다.

제작 맡은 인디컴 측 "책 출간 전부터 기획"

TV조선 측이 아직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작사 측은 책을 도용한 적 없고 단순 자문 성격으로 시간을 파는 서점 저자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방송 마무리에 저자에게 도움 받은 부분에 대한 자막을 누락했을 뿐 오히려 출판사 측에서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박했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관련 기획을 진행했다는 게 제작사 측 주장이다.

논란은 시간을 파는 서점을 발행한 정윤희 카모마일북스(책문화네트워크 단행본 브랜드)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정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판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한 백투더북스에 강력하게 항의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 대표는 지난 20일 방송됐던 백투더북스 1회 네덜란드 편을 문제 삼았다. 저자에게 수 차례 자문을 받고 협조 받은 뒤 방송을 제작했으면서 방송에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백투더북스2 제작팀은 시간을 파는 서점 저자에게 연락해 여러 차례 자문받고 방송에도 반영했으나 출판사에 저작권 관련 협의도 하지 않았다. 방송에 저자 자문이나 도서 제목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방송을 본 후 저자와 출판사에서 제작진 감독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니 그제야 바빠서 스크롤에 저자 자문과 책 제목, 출판사 이름을 넣어주고 자문료로 50만 원을 줄 예정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책을 바탕으로 방송을 제작했으면 그에 따른 저작권에 대한 가치를 출판사와 협의하고 저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권리 보장을 해줘야 한다"며 "제작진이 출간한 책을 참고하고 저자에게까지 연락해 자문도 여러 차례 받고, 네덜란드 현지 촬영 시 통역사까지 연결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TV조선 측에 △저작권 무단 사용에 대한 입장과 사과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 2차 유통 중인 영상에 '원 소스' 출처가 시간을 파는 서점이라고 표기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28일 TV조선 측에 내용증명을 보낼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내용증명에는 △다음 회차에서의 방송 사과 문구 요청 △홈페이지 사과문 게시 요청 △지면을 통한 공개 사과 요청 등이 담길 예정이다.

정 대표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책과 동일한 표현도 있고 흐름도 비슷하다. 프로그램과 책을 살펴보며 대조표까지 만들었다"며 "법적 대응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민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TV조선 측은 아직까지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다. 백투더북스 외주 제작을 맡은 인디컴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간을 파는 서점이 출간되기 전부터 백투더북스 제작이 기획됐다는 이유에서다.

시간을 파는 서점은 지난 2018년 출간됐다. 인디컴은 2016년 한길사를 통해 출간된 '세계서점기행' 출간 당시부터 이번 제작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후 백투더북스는 2019년 10월 시즌1으로 제작됐고 이는 또 다른 종편 JTBC에 방영됐다.

인디컴은 정 대표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도 주장했다. 인디컴은 제작 단계에서 시간을 파는 서점 작가를 2020년 9월 단 한 차례 만났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만남에서 50분간 대화만 있었을 뿐 이후 추가 미팅도 없었다는 것.

이후 작가에게 현지 코디네이터를 소개 받는 과정이 있었고 이 과정에 몇 차례 카카오톡만 교환한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문과 도움 주신 분들에 대한 자막을 영상 말미에 누락한 것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소정의 자문료를 주겠다고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디컴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막을 넣을 때 깜빡하고 넣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소정의 금액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 정 대표가 오히려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거꾸로 우리가 도용했다는 부분은 명예훼손으로 접근하려 한다"며 "우리 프로그램 가운데 저작권을 위반한 내용이 있는지 다 찾아봤지만 문제될 내용이 전혀 없다. 우리가 오히려 정 대표에게 사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디컴 관계자는 "영상물과 관련해 이미 오픈된 정보가 인터넷상에 많이 있다. 어떠한 부분을 도용했다는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