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쿼드 회의 앞두고
이번주 정상들과 연쇄 통화
당선인 신분으론 첫 사례

G2간 줄타기 외교 벗어나
美와 안보전략 보조 맞출듯
기후변화·백신 포괄 협력도

◆ 대통령직 인수위 가동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민의힘] 지난주 미국·일본 정상과 소통을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금주 중 호주·인도 총리와도 통화한다. 외교안보 분야 대선 공약이었던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가입을 염두에 두고 발 빠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번주 중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이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향후 동맹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순차적 쿼드 가입은 당선인의 외교안보 공약 중 중요한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지난 10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다음 날인 11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취임 후 한·미·일 공조 의지를 밝힌 바 있다. 14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도 통화하며 양국 우호 협력 증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 당선인이 미국·일본에 이어 호주·인도와 연쇄 통화를 하게 되면 쿼드 가입국인 4개국과 잇따라 통화하는 셈이다. 당선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호주·인도 정상과 통화한 적은 있지만 당선인 신분으로 이들 국가 정상과 연쇄 통화를 시도하는 것은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이는 5월 중순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제3차 쿼드 정상회의를 앞두고 새 정부가 쿼드 가입을 서두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이들 4개국 정상과 쿼드 협력을 조율하기엔 정상회의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직접 방문할 예정인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방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쿼드 가입 등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한미동맹 사안에 대해 진전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 상태다.

쿼드 가입과 관련해 그간 외교부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쿼드 참여를 요청한 적이 없으며 특정국을 배제하는 협의체에는 참석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쿼드가 미·중 갈등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지난해 외교안보 공약 발표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파기하겠다면서 "쿼드 산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워킹그룹에 참여해 기능적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 성과를 평가해 가면서 향후 정식 회원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점진적'이라는 단서를 달아놓고 쿼드 참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중국이 쿼드를 반중 협의체라고 비난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쿼드 가입에 따라 사드 보복과 같은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후 첫 외교 행보로 쿼드 4개국 정상과 영상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쿼드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만큼 가입을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 외교안보 분야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쿼드와 밀접한 공조를 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