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가속화로
경제문제 ‘안보’ 변수 개입
尹 “공조로 경제위기 대응”
통상업무, 외교부 이관 검토
文대통령은 추진했다 불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아 온 통상업무의 외교부 이관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를 중심으로 이뤄질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에서 통상업무 소관이 부처 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은 최근 산업부의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인수위와 당내 의견에 대해 산업부와 외교부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장단점을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의원은 윤 당선인에게 지난해 요소수 품귀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 등에서 드러난 산업부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고 경제안보 차원에서 통상 현안을 외교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2013년 박근혜정부가 외교통상부에 있던 통상업무를 이관받으면서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 개편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통상 분야의 외교부 이관을 공약했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통상업무를 산업부에 존치시키고 대신 통상차관보를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대체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해 전찬걸 울진군수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경제안보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통상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의사를 줄곧 밝혀 왔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도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한·미동맹 강화, 핵심 원료·부품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주요 글로벌 무역협정 참여를 포함한 국제공조 확대를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한·미동맹 재건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기조는 북핵 위협뿐 아니라 미·중 경쟁 심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촉발된 경제안보 위기에도 대응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를 맡은 고려대 김성한 국제대학원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이 경제안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제가 안보고 안보가 경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효율성이 지배하던 경제법칙에 안보라는 변수가 개입됐다. 첨단기술 개발과 공급망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수위 차원의 통상업무 조정은 부처 간 의견 수렴은 물론, 외교·안보 분과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 및 정부조직 개편을 맡는 기획조정 분과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명박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 원장도 과거 통상업무를 주도한 경험이 있어 외교·안보 분과에서는 통상업무의 외교부 이관을 주장하지만, 산업부와 경제2분과 소속 위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가 통상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산업 현장과 유리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외교부와 산업부 소속이 아니라 통상교섭본부를 독립 부서로 분리하는 방안이 제3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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