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림자 속의 속삭임

[장소: 한적한 서점 – 늦은 저녁]

(고요한 서점, 은은한 조명 아래 책들이 가득하다. ‘채시라’는 고서가 진열된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문이 열리며 ‘주지훈’이 들어선다.)

주지훈: (책장 사이를 둘러보며) 여전하네요. 책 냄새도, 분위기도.

채시라: (책장에서 시선을 떼며) …오랜만이네요.

주지훈: (웃으며)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요?

채시라: 네가 다시 이곳에 올 줄은 몰랐으니까.

주지훈: (조용히) 나도… 몰랐어요. 다시 오게 될 줄은.

(둘 사이에 짧은 침묵. 주지훈은 천천히 걸어가 책 한 권을 꺼낸다.)

주지훈: (책을 바라보며) 어릴 때 여기서 이 책을 읽었어요. 그땐 이해 못 했는데.

채시라: (고개를 갸웃하며) 무슨 책인데요?

주지훈: (책 표지를 보여준다 – 『이별의 기술』)

(채시라는 잠시 멈칫하지만, 이내 피식 웃는다.)

채시라: 그때는 이별하는 방법을 몰랐고, 지금은 돌아오는 방법을 모르는 거예요?

주지훈: (진지하게) 아닙니다. 이제야 제대로 배운 것 같아요.

(그의 시선이 채시라를 향한다. 채시라는 잠시 그 시선을 피하지만, 곧 다시 그를 바라본다.)

채시라: 늦었어요.

주지훈: (부드럽게) 기다려주셨잖아요.

(서점 안의 공기가 서서히 변한다. 오래된 감정이 책장 사이를 맴돌며 다시 피어오른다. 바깥에서는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