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까뮈 <계엄령> 출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1 23:54:59
조회 49 추천 0 댓글 0

#한동훈

오래도록 반복되었던 압제의 역사. 까뮈의 희곡 <계엄령>은 그것을 ‘페스트’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비유한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이 권력자는 ‘죽음’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는 자는 언제 말소 되어도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하지만 사실 진실로 그가 바라는 것은 증명이나 논리 따위가 아니다. ‘존재의 이유’가 증명 불가능하다는 것은 죽음과 맞닿아있는 ‘페스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단지 그는 증명의 과정에서 모두가 지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바싹 말라버린 그들이 끝내 ‘존재’ 자체가 유죄임을 인정하게 되기를.
‘모두가 의심의 대상이라는 것, 이것으로부터 통치가 시작된다’ -p.77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한 사람들은 말소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존재는 증명 불가능한 것이므로, 실상 성문 안 사람들 모두 말소의 대상에 해당된다. 불시에 소멸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그들이 중요하다 믿었던 가치를 훼손한다. 묻어두었던 치부를 서로 끄집어내고, 서로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으며, ‘사랑’이란 말 뒤편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있던 이기와 소유욕도 그 일부나마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도 자기 자신을, 사랑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과 함께 죽겠어. 하지만 당신의 적인 채로 죽고 싶지는 않아!’ -p.115
작품 속 빅토리아는 ‘증오와 두려움으로 얼룩진(p.115)’ 연인 디에고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사랑을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디에고는 오히려 두려움에 우적거리는 자신의 상태를 통감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그대로 두려움에 굴복하며 끝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상징하는 비서와의 대화에서 끝까지 맞서며 마침내 이 폭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단 하나의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 두려움에 맞서는 것, 그리하여 그들이 수단으로 여기는 ‘말소’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 용기였다.
페스트는 디에고에게 말한다. 인간의 삶이란 옹졸하고, 구차하고, 언제나 어중간하다고. 디에고는 그 권력자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자신은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거라고.
어쩌면 페스트가 경멸하는 것은 ‘삶’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생이란, 근사하고 아름다운 그 뒷편에 옹졸하고 구차한 이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여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디에고가 보이는 이 태도는 단지 빛나는 명에를 좇는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를 사랑하는 태도처럼 보였다. 결국 결말에 이르러, 그 무해한 사랑은 그를 공포와 폭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하는 단서가 된다.
‘내 삶은 아무것도 아니야. 중요한 건 삶을 사는 이유지.’ -p.154
존재는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살아가는 이유는 각자의 손에 달려있다. 죽음의 손짓 한 번에 힘없이 스러질지 모를 한낱 삶에서 우리가 자유를 쟁취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것이 아닐까. 무엇도 정해지거나 주어진 것 없는 허무의 삶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것. 하여, 끝내 이 생을 사랑하여 삶이 안기는 두려움까지 넘어서고 마는 것.
공포와 두려움이 우리를 덮칠 때, 우리가 그것에 ‘생의 권력’까지는 넘겨주지 않기를 바란다. 페스트가 떠난 자리에 다시 무책임한 권력이 자리잡는다 해도, 적어도 굴복하지 않았던 용기는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작품 속 카디스의 바다가, 그 거대한 너울이 이곳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것처럼.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스타는? 운영자 25/02/24 - -
18364808 20대 젊은 배우 중엔 잘생긴 애들 없어? [6] ㅇㅇ(118.235) 01:00 91 0
18364807 아니 솔직히 오늘 언더커버가 재밌었어 [1] donke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0 79 0
18364806 김혜윤 큰일난 이유 ㅇㅇ(175.223) 01:00 241 0
18364805 박보검 김소현 케미 엄청 좋다..... [15] ㅇㅇ(106.101) 00:59 474 0
18364804 티벤은 원경이랑 감자 편성을 바꿨어야지 [4] ㅇㅇ(118.235) 00:59 197 0
18364803 서강준 여복없어서 망하는거지 모, 우정민(1.176) 00:59 89 0
18364802 이수지 때문에 블러드 함 보고 있어ㅋㅋ ㅇㅇ(106.101) 00:59 73 0
18364801 동양에서 딸은 출가외인이라는데 서양은 왜 귀족영애가많이나옴? 긷갤러(121.174) 00:59 27 0
18364800 박보검 얻어터진 얼굴 섹시함 ㅋㅋ [6] ㅇㅇ(106.101) 00:59 192 0
18364797 유툽에 재혼황후 수애 이종석 주지훈으로 누가 만든거 있는데 [5] ㅇㅇ(223.38) 00:58 184 0
18364796 보물섬 섭녀도 이쁘지 않냐? ㅇㅇ(211.235) 00:58 52 0
18364795 중국인에게 땅을 사라고 문열어준 이명박 ㅇㅇ(211.234) 00:58 15 0
18364794 수줌 왜 또 발작이냐 [3] ㅇㅇ(211.234) 00:58 94 0
18364793 주지훈 재혼황후 소비에슈 vs 상속자들 김윽빈 [1] ㅇㅇ(106.101) 00:58 114 0
18364792 내가 여자 사귀면서 깨달은 이것만은 잇어야하는거 [16] 긷갤러(220.89) 00:58 118 0
18364790 여자애들 뚱뚱하다놀린새끼 [2] 자경매니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8 30 0
18364788 마이유스는 일단 송중기 목소리땜에 찍먹해봐야지 [2] ㅇㅇ(211.235) 00:57 123 2
18364787 서강준 공승연의 너도 인간이니 왜 망함? 긷갤러(122.43) 00:57 50 1
18364786 티벤 주말 연속 1%대는 심하다 [1] ㅇㅇ(118.217) 00:57 94 0
18364785 나 굿보이 비누방울연출 기대했는데 [1] ㅇㅇ(118.235) 00:57 150 0
18364784 십일조 안보이게어케넣어 [2] 자경매니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7 46 0
18364783 남녀 케미없는 외모 = 꾸러기 상들 [19] 긷갤러(39.7) 00:57 432 2
18364782 빙금 유튜브에 단 댓글들 삭제했는데 [2] 긷갤러(221.158) 00:57 65 0
18364780 재혼 촬영7월부터 써있는거보고 뭔가 주지훈 하는거같다는 느낌받긴함 ㅋㅋ [4] ㅇㅇ(211.36) 00:56 224 0
18364779 굿보이 나도 연출이 너무 생동감이 없어서 의외였음 [4] ㅇㅇ(211.234) 00:56 257 0
18364778 강원도에 대규모 차이나타운을 계획한 ㅇㅇ(211.234) 00:56 42 0
18364777 주지훈,최수종선배 부러워.앞으로 황제나 왕전문 배우로 거듭나려해 [1] ㅇㅇ(223.38) 00:56 70 0
18364776 올해도 대박느낌 났던 눈여 하라같은 드라마가 없네 ㅋ ㅇㅇ(211.234) 00:56 53 0
18364775 궁 리멕은 아이유 나오는 대군부인 아니냐? ㅇㅇ(118.235) 00:56 50 0
18364773 ㄹㅇ 남자년들 피부검한여자까면서 [4] 자경매니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5 73 0
18364772 김소현은 왜이렇게 케미가 없지 [8] ㅇㅇ(106.102) 00:55 331 0
18364771 굿보이가 박보검 제일 최근 와꾸지? [2] 긷갤러(14.7) 00:55 188 0
18364770 추영우 연기잘해? 얘랑 차기작ㅅㅊ많더라 여배빠들 [3] ㅇㅇ(118.235) 00:55 143 0
18364769 주지훈 사주에 잘맞는 배우 캐릭터 [3] ㅇㅇ(106.101) 00:55 168 0
18364768 긷갤놈들 억까를 보고 있으면 긷갤러(1.224) 00:54 43 0
18364767 어마그 ㅈㄴ재밌네 진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4 11 0
18364765 남자도 피부하얀게 멋있음? [10] ㅇㅇ(211.235) 00:54 133 0
18364764 혜자드 할배 최불암 특출 시켰어야지 ㅇㅇ(211.36) 00:54 25 0
18364762 에덴의동쪽 혜리누나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4 14 0
18364761 한지민 ㄹㅇ 강아지같다 [3] ㅇㅇ(211.234) 00:54 412 2
18364759 아니 허준호는 뭐저렇게 얼굴에 [4] ㅇㅇ(211.235) 00:54 141 0
18364758 변우석 5년간 연애금지 [12] ㅇㅇ(118.235) 00:54 669 0
18364755 근데 애 낳으려면 진짜 인연 궁합이 맞아야 하는게 숙명 커버 해줄만한 우정민(1.176) 00:53 72 0
18364754 굿보이 태원석 ㅋㅋ 덩치는 산만해서 귀여워 [1] ㅇㅇ(211.234) 00:53 111 0
18364753 굿보이 윤동주 민주영 집착광공 느낌 [3] ㅇㅇ(112.163) 00:52 195 0
18364752 마이유스 송중기 얼굴 보정한건가? ㅇㅇ(106.102) 00:52 76 0
18364751 티벤 수목드 편성 취소할것같아 ㅇㅇ(118.235) 00:52 93 0
18364750 마이유스랑 굿보이 하라 대충 보고 온 소감 [3] ㅇㅇ(106.101) 00:52 354 0
18364747 굿보이가 경찰 얘기임? 난 복싱 선수얘긴줄 [2] 긷갤러(211.36) 00:52 116 0
18364746 재혼황후 감독자체가 막장드랑은 거리가 멀어 근데잘살릴지는 ㅇㅇ(106.101) 00:52 42 0
뉴스 [인터뷰①] ‘춘화연애담’ 고아라 “19금 연령제한 아쉬워…여성 시점 메시지 공감해주길” 디시트렌드 03.0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