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이었다.

아침시간에 고속도로나 대로가 막히면 답이 없기 때문에 늘 한적한 뒷길을 이용하는데, 이 경로에는 차가 드문 교차로가 하나 있다.

신호운빨이 없는 나는 항상 여기에만 오면 신호에 걸렸었고, 비록 내 차 외에 아무 차도 없지만, 그리고 신호도 꽤 긴 교차로이지만, 꼭 멈춰서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내가 교차로에 도착했을 때 신호가 파란불이었다. 

그 파란불을 보는 순간 나는 '아싸!'하고 쌩 교차로를 지나간게 아니라, '혹시 저쪽에서 신호 무시하고 달려오는 사이코가 있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주저주저 멈추고 말았다.

웃기게도 그 찰나에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한동훈이었다.

한동훈이 지키고자 했던 세상은 사회 구성원들이 신호등을 지킬 거라고 믿고 내 신호에 교차로를 건널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조국과 이재명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어차피 쟤도 신호를 지키지 않으니 너도 나도 신호 어기고 교차로에 머리를 들이밀고 되레 큰소리 치면 되는 세상이다. 

(아니, 자기들은 머리 디밀고 빨리 건너간 뒤 도로를 막아버리고 다른 사람들은 못 건너가게 하는 세상이겠구나...)

애브노멀이 뉴노멀이 되는 시대... 정말 오케이냐고 묻던 한동훈이 생각난다. 나는 오케이 하지 않다. 

어릴 때 부터 길거리에 아이스크림 꼬다리 하나 버린 적 없고, 애매하게 신호바뀌어 친구들이 다 대각선으로 찻길을 건너갈 때 전속력으로 기역자로 달려서 꼭 횡단보도 선 안으로 건너던 나였기에 더더욱 오케이 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동훈이다.

다시 노멀이 노멀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