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은 8일 잠실 삼성전을 끝으로 2018시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성적표는 낙제 수준.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6패 평균자책점 9.76으로 바닥을 쳤다. 세부 지표가 심상치 않다. 9이닝당 피안타는 12.66개. 시즌 피안타율은 0.340으로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피출루율(0.418)과 피장타율(0.525)을 합한 피OPS는 0.943. 규정 이닝을 채웠다면 피안타율과 피OPS를 비롯한 대부분의 투수 지표가 리그 최하위다.

위기관리가 되지 않는다.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이 0.315로 그나마 낮은 상황. 주자가 있으면 0.367, 득점권에선 0.484로 수치가 수직 상승한다. 만루에선 피안타율이 무려 0.818(11타수 9피안타)로 믿기 힘든 성적이다. 8일 삼성전이 딱 그랬다. 득점권 피안타율 0.600(5타수 3피안타), 만루 피안타율 1.000(2타수 2피안타)으로 무너졌다. 전반기 3승에 그친 가장 큰 이유다. 두산 타선은 장원준이 마운드에 있을 때 경기당 3.62점을 뽑아줬다. 규정이닝을 채웠다면 27명 중 상위 15위에 해당한다. 넥센 최원태(3.65점·10승6패 평균자책점 3.73) KT 고영표(3.53점·5승8패 평균자책점 4.46)와 비슷한 수준. 그러나 시즌 성적엔 차이가 있다.

직구가 경쟁력을 잃었다. 구속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삼성전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3km에 불과했다. 대부분 시속 140km 안팎에 형성됐다. 최저는 시속 138km로 슬라이더 최고 구속 136km와 2km/h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타자 입장에선 직구와 슬라이더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올 시즌 거듭되고 있는 문제점. 2군에서 조정기를 갖고 치른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14일 잠실 KT전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1km다. 지난해 5월 11일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잠실 SK전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8km까지 찍혔다. 컨트롤에 강점이 있는 투수지만 구속이 받쳐주지 않으니 타자 입장에선 부담이 덜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장원준을 믿는다. 최근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왼손 토종 에이스. 통산 승리만 무려 129승이다. 한국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이 0.77(23⅓이닝 2실점)에 불과할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하다. 2명의 외국인 투수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장원준까지 원래 기량을 회복한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하지만 후반기에도 반전이 없다면 마운드 운영이 꼬일 수 있다.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할 두산의 작지 않은 숙제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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