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정형에게
형 안녕하세요. 재훈이형이라고 쓸까하다가 어색해서 스정이라고 썼어요.

15년도에 우승 했을 때 너무 행복하면서도 자꾸 형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렇게 형이 원했던 우승일텐데 형이 있어야할 곳에 왜 형이 없을까 꼴태룡이 원망스러웠어요.

형 복귀한 날 기억나죠? 그 누구보다 형이 제일 기뻤겠죠. 하지만 형 만큼이나 우리도 기뻐했다는거 알아주면 좋겠어요. 물론 형에게 성적을 기대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형이 다시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잠실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행복했어요. 이왕이면 우승하는 그 순간에 형이 있었으면 했어요.

형이 얼마전 인터뷰에서 복귀한 후 허슬 인터뷰했을 때 잊지 못 한다고 했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형이 울먹거리면서 한마디 한마디 할 때 마다 다시 돌아온 형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종종 저렇게 허슬인터뷰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16년도 형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최고였어요. 덕분에 제 소망처럼 형은 종종 허슬인터뷰를 했어요.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와 형의 인터뷰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무언가 달랐어요.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 형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그리고 형과의 이별은 정말 아름다웠으면 했어요. 베어스에서 선수와 팬의 아름다운 이별이 얼마나 어려운지 형도 잘 알고있죠? 그런데 형이라면 그 어려운거 해낼거 같았어요. 형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주 해내잖아요.

흠... 별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형 부상 당할 때 이야기를 해야겠죠? 흠... 맞는 순간 아!! 형의 마지막 순간이라는걸 저는 직감했어요. 물론 형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 이번 만큼은 아닐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느낌은 슬프지만 맞았네요....  형!!!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묻지 않을게요. 다만 형이 생각 했던 그 이상으로 우리들도 슬펐다는거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16년도 우승 하는 순간 그 누구보다 형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결국 이렇게 형을 보낸다는 생각에 그 누구보다 슬펐어요. 형!! 이렇게 선수로서는 우리랑 이별했지만 코치로서 그리고 어쩌면 감독으로서 함께 우승합시다!!! 형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죠??

형 은퇴식 축하해요. 밤이 늦었지만 왠지 저처럼 형도 지금까지 못 자고 있을거 같아요. 그동안 형 덕분에 즐거웠고 감사했어요. 형 안녕히 주무세요. 이따 울지 말고 웃는 모습으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