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라인업을 작성하시오 


오늘 리드오프는 누구요? 

'이명기'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라인업을 작성하라던 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이명기는 WRC+ 83인 타자요. 외야수중 타격 생산력이 가장 낮고 수비도 안좋은 선수를 리드오프로 쓰면 어쩌자는 거요? 

'이명기'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 돌이킬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이길수 있는 기회를 왜 포기하는 거요?

'이명기'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자가 말한다. '지금 KIA 타이거즈에서는, 타격감이 좋은 박준태가 있소. 
박준태는 무엇보다 좋은 수비력을 가졌으며, 오늘 3타수 2안타를 쳤고 모든 팬들이 박준태를 쓰기를 바라고 있소 
런까들도 당신의 기용을 반길 거요' 

'이명기'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 말하던 자가 다시 입을 연다. '당신의 심정도 알겠소, 작년 우승 때 이명기가 큰 공헌을 한건 맞고 여태까지의 기용도 용서할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팬들은 당신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앞으로 박준태를 기용함으로써 얻은 성과를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비판도 없을것임을 약속하오. 당신은.... 

'이명기'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오는 다음 포로에게 옮겨 버렸다. 



'지금 기아 순위가 몇위인가?'
'.....'
'음 5위군'

설득자는 ,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김민식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수비좋은 포수보다 나은게 어디 있겠소. 공격형 포수 써본 감독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포수가 수비가 중요하다는걸 안다고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감정은 잘 압니다. 작년에 트레이드로 데려와서 우승까지 시킨 포수인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선수 기용에는 공평함이 있습니다. '작년의 우승 경험과 LG에서 런한 경험으로 그걸 이중으로 느꼈을 겁니다. 감독은...

'김민식'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승할만한 전력을 가진 감독이. 굳이 김민식을 쓰겠다 하니, 어찌 참고되는 말을 안할수 있겠습니다. 
백만 기아 팬들의 부탁을 받고 온것입니다. 제발 한승택을 기용하라는....

'김민식'

당신은 작년 기아를 우승시킨 우승감독입니다. 팬들은 한승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승택을 기용하지 않고 김민식을 기용하렵니까?

'김민식'

우승감독일수록 아집이 많은 편입니다.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은 아직 임기가 3년이 남았습니다. 우리 기아에서는 따라잡아야 할 승차가 태산 같습니다. 
당신보다 스탯을 더 많이 보는 사람으로써 말합니다. 충고해 주고 싶습니다. 한승택을 제발 기용해 주세요 
만약 한승택을 기용한다면 여태까지의 런까 경력을 청산하고 런리타가 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기태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덕아웃 천장을 올려다 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히 말할것이다. 

'김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