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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한 그릇에서 희망 발견했죠” 확인하기

ㅇㅇ(223.62) 2021.12.30 19:33:21
조회 26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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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에서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고 있는 지보현 씨 | 지보현

‘봉사의 달인’ 지보현 보험설계사
‘언젠가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 거야!’
흔히 사람들은 봉사활동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돈이 많고 시간도 여유로워지면 그때 남들을 도울 거라고. 하지만 정말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에 시선을 돌린다. 김포우체국 보험설계사 지보현(66) 씨는 반지하 월세를 살던 가장 힘든 시기에 남들에게 따뜻한 짜장면 한 그릇을 나눠준 사람이다. 지 씨는 27년간 전국각지로 봉사활동을 다닌 공로를 인정받아 ‘2021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포천사, 봉사의 달인 등으로 불리고 있는 지 씨의 이웃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상은 서로 도우면서 더불어 사는 것
1994년, 월세 20만 원 반지하에 살던 지 씨는 당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있었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은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들이 발달장애 판정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반지하에서 아내와 아들을 끌어안고 울면서 ‘같이 죽자’고 말했어요. 앞이 하나도 안 보이고 캄캄하더라구요. 제가 52kg 밖에 안될 만큼 하루종일 일했는데도 아들 치료비, 월세 등을 내며 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 지 씨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준 것은 다름아닌 장애인 복지시설 짜장면 봉사활동이었다. 우연히 성당에서 만난 장애인 복지시설 원장으로부터 “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짜장면을 먹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지 씨는 그 아이들을 찾아가 정성껏 짜장면을 만들어줬다. 이때 그는 몸이 불편한 장애 아이가 더 장애가 심한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뭉클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장애가 있음에도 서로 돕는 모습을 보고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그저 장애인이 안쓰러워서 갔는데 나중에는 내가 기쁘고 행복해서 계속 찾아갔죠.”
이렇게 시작된 그의 짜장면 나눔 봉사활동은 10년 넘게 계속됐다. 장애인 복지시설과 노인요양원은 물론 전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대구, 전남 목포, 경기 안산 등의 복지시설까지 찾아가 짜장면을 나눴다.
지 씨는 1998년 목포 인애원에서 짜장면 나눔 봉사활동 하던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곳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돌봄을 받는 곳이었다. 열심히 짜장면 배식을 하던 중 유독 한 아이가 세 번이나 짜장면을 받아가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던 찰나 그 아이가 지 씨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이었어요!” 그 아이의 말은 지 씨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고 계속 짜장면을 나눌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계속된 적자로 결국 식당을 접게 됐고 2006년 김포우체국 보험설계사로 직업을 바꿨다. 지 씨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어김없이 장애인· 노인복지 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고 보험관련 업무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봉사활동 영역은 다방면으로 확대됐다. 그는 동네 통장 일과 통장협의회장까지 맡으며 도움이 필요한 가정과 이웃을 위해 소통 메신저로 활동했다. 또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포복지재단과 경기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부하는 등 각종 봉사활동 단체에서 지금까지 3000시간 넘게 봉사한 기록을 갖고 있다.

▶김포우체국 동료들과 함께 모은 성품을 장애인 복지시설에 전달하고 있는 지보현 씨 | 지보현

장애 아들 키우며 장애인 인권 위해 노력
지 씨는 아들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적극 활동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에 앞장서는가 하면 발달장애 아이들이 유치원·초·중·고등학교를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 서명운동에도 나섰다. 결국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고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것을 지켜보며 삶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이미 커버려서 혜택을 받을 수는 없지만 발달장애를 가진 더 어린 친구들이 혜택을 볼 수 있잖아요. 우리 아이가 어릴 때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이라도 발달장애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죠.”
지금도 그에게는 봉사활동 중 장애인을 위한 것이 1순위다. 최근 그는 교통사고로 장애가 생겨 방문도움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을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어려운 점을 들어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이 힘들어지자 자신의 물건을 팔아 만든 성금과 김포우체국 동료들과 함께 준비한 선물을 지역 내 어려운 가정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봉사활동 덕분에 그는 지역사회에서 유명인사로 통한다. 김포에서 그의 별명은 ‘김포천사’, ‘봉사의 달인’ 등이며 친한 지인들로부터는 ‘봉사에 미쳤다’는 격한 표현까지 듣고 있다. 덕분에 지역사회에서 받은 각종 감사패와 상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17년에는 선행도민상(경기도지사), 환경유공상(환경부 장관), 2018년에는 김포시문화상(사회봉사부분), 경기복지대상을 받았고 ‘2018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 이어 ‘2021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까지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 왜 봉사활동을 삶의 목적인 것처럼 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상대방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거든요. 봉사는 ‘행복한 일상’을 내게 줍니다. 즐겁고 감사하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김민주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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