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믿음을 위해 순교한 분의 명식을 뒤져 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러나 특징이나 개성이 강한 사주명식을 보면 통변하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해보는 것이다. 

이 사주명식을 보고 맨 처음에 느낀 것은 

이분 성격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다. 

년월간지에 포진한 재관으로 인해 신약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을목이 자신의 비견으로 일지를 깔았으니 

이 명주는 자신의 언행에 거침이 없고 또한 확신에 차 있다. 

일간 을목에게 있어 년월지 진토는 양인살인데 음간이라 음인이라 부른다. 

이 음인 재성 진토가 재생관까지 해낸다. 

이는 그의 정신 세계이면서 부모님, 선조의 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그의 집안, 선대는 많은 것을 성취한 매우 저력 있는 사람들이었다. 

선비의 덕목이 학문을 닦아서 입신양명을 하고 치국평천하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명주의 선조들은 원하는 것을 다 이뤄서 사회의 축을 구성해왔다. 

정약종의 선대는 나주 정씨, 유서 깊은 남인 대학자 집안이었으며 

아버지는 나주 목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진토 속에는 을목 비견들이 하나씩 숨어 있는데 

그의 형인 정약전, 동생인 정약용 역시 조선 사회에서 이름난 학자들이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명식에서 제일 많이 주목한 건 

명주의 화려한 집안 배경보다도 

진토 재성의 자형으로 인한 곡절이었다. 

정재 진토가 자형을 이렇게 구성하면 결혼 생활에서 파란만장이 심해진다. 

예를 들어 같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인사신 삼형살이나 축술미 삼형살은 겪고 난 뒤에 성취하는 바가 있는데 

즉, 수술 끝에 병이 낫는다던가, 우여곡절 끝에 회사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자형은 그냥 어려움 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답답하다. 

이런 경우는 대세운에서 술토가 와서 이 상황을 부수어 주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아무튼 이 진진 자형으로 인해서 명주는 결혼 생활에서 아내와 두 번이나 사별을 하고 

세 번째 아내와 결혼생활을 하다가 천주교 박해 기간에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떴다. 

시주를 기묘시로 설정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을 보면 시주도 경진시나 신사시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구조 자체가 파워 있는 재생관으로 이뤄진 명식은 

잘못하면 신내림 세게 받는 수가 있다. 

나는 무당이 신내림 받는 거나 명주 정약종이 조선 최초의 조선 천주교 신도회 회장이 된 거나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신자들은 반발하겠지만...

정약종은 다만 동네 무당이 맞이하는 신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것이다. 

한국 천주교 교회는 정약종을 비롯한 처자식들의 희생으로 터전을 마련했다. 

정약종은 1801년 신유년에 박해를 받아 숨졌다. 

정관 경금을 쓰는 사주가 이와 음양이 다른 편관 신금을 맞이하니 절명운이 온 것이다. 

내가 어떤 십성을 쓰고 있는데 그와 음양이 다른 십성이 오면 액운이 닥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그렇듯이 정약종 그도 자기 사주 명식이 생긴 대로, 대세운이 오는 대로 살다가 갔다. 

다만 그는 죽을 때,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망나니가 목을 쳤는데 한번에 끊어지지 않자 그는 한번 일어나서 

하늘을 향해 성호경을 긋고 두 번째 칼날을 받아 숨졌다. 

나는 이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이 칼날이 바로 신유년의 그 년간지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을묘일주가 아주 강한 일주라는 것도 같이 생각한다. 

을묘일주는 을신충을 하더라도 신금에게 순순히 고개 숙이지도 않고 

칼날 한번에 쉽게 가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가더라도 성호경으로 자신의 뜻을 보여주는 것이다. 

을묘일주는...그렇게 고집이 세고 존재감이 뚜렷한다. 

을묘일주 정약종 아오스딩은 자신의 죽음으로써 

자신의 경진 재생관이 만들어낸 세상을 끝까지 지키고 

끝내는 자신이 그 경진 세상을 지키는 수호신이 된 거다. 그의 명식에 있는 

저 경진 기둥은 바로 조선 천주교 교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