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가 말하길 그 사람은 나를 기도하는 수행자로 여기고, 실제로는 내 스스로 빈천을 골랐다고 했다. 그러자 태어나기 전에 스스로의 운명을 정하고서 태어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을 나는 어느 정도 믿는다. 나의 윤회관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꿈에서 나의 전생들을 보았으므로, 삶들에는 그것이 이어질만한 뚜렷한 사명이 있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내 손으로 빈천함을 골랐다는 말인데, 왜일까. 다시 타로에게 물었다. 그러자, 나는 나를 벗어난 실제를 알고 싶었노라고 알려준다. 그렇다. 내가 기억하는 아니, 내가 본 가장 처음의 나는 괴로움을, 괴로움으로 통합하여 말할 수 있을 법한 모든 세상의 어둠에 의아했고, 아연실색했으며, 기꺼이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알고자 했다. 숭고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끌림이요 의문이고 사랑이었다. 놀라운 건 그전까지의 내 삶은 빛으로만 충만했으나, 세상의 반쪽이 어둠임을, 그것이 산재해 있음을 알자마자 너를 만나 뛰어들었단 것이다. 그때의 눈과 지금 생의 네 눈빛이 닮아있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고통이 기꺼운 게 아니라 네가, 사랑이, 이해와 깨달음이 기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