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자평진전> 관법을 따라 쓰여 있음을 밝힙니다.)

발복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사주는

병을 하나로 딱 잡아서 말할 수가 없더라.

북방(方) 운[水]을 만나라, 남방 운[火]을 만나라,

이런 조언을 할 수가 없어.

예를 들면

일간이 힘이 너무 약한 게 흠인데

식재관을 써야 하는 사주라서

일간의 근이 올 때 좋아야 하는데,

천간의 기가 겁재에 맺혀 있어서

결국 남 좋은 일만 해주겠다든지.

식신격이라 식신이 떠서 천간의 칠살을 잡아

식신제살을 해야 하는 사준데

천간에 재성도 떠 있어서

결국 이 사람은 공을 세우려면

천간에 재성이 극이나 합을 당해야 하고

식신이 떠 있어야 하는 상태가 나와야 하잖아.

인수가 떠 있을 때는 천간의 문제가 해소되지만

인수를 강하게 쓸수록 지지에서 편인도식의 문제가 심화되고.

천간에 뜬 인수를 쓸 때 힘을 발휘하는 뿌리가 되는 

지지의 글자(이 경우엔 인수)에 많이 의존할수록

나의 격, 나의 용신(이 경우엔 식신)은 오히려 위축되지.

그럼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게(식신을 안 쓰는 게)

더 나은 방법 같기도 해.

이렇듯 평범한 사람들은

병을 하나로 잡을 수가 없으니

처방도 내리기가 어려워.

그냥 지금처럼 평범하게, 

조금 아쉬운 대로 살겠구나 싶어.

그렇지만 사회적 성취가 반드시 그 사람 인생의 모든 부분을 설명해 주진 않잖아.

자기가 만족하고 살아가면 되지.

반대로 발복할 잠재력이 있는 사주는

병이 무엇이고 약이 무엇인지가 확연히 보여.

북방(方) 운[水]을 만나라, 남방 운[火]을 만나라,

패운이 예상된다면 패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적게 시도하고 사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고,

성운이 감지된다면 승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이 투자하는 삶을 살 수도 있겠지.

사주는 비정한 거야.

이것은 인생이 참 비정하다는 뜻과도 같지.

그렇지만 내 사주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내 사주대로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