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에 용신을 띄워놓고 지지에 그 용신의 근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대운의 방이 그 용신과 역행하는 쪽이라면 그 글자가 힘을 발휘하기가 힘든가 보더라.

지게차 운전기사의 사주와 의대 교수의 사주가 한끗 차이더라. 천간에 띄운 인수를 살리는 대운 방을 초년에 건너왔느냐 아니냐.

반대로 사주에서 병이 근이 아무리 튼튼했다 하더라도 대운의 방이 그 병을 극하는 쪽으로 향한다면 제아무리 깝죽대던 병이라 할지라도 심한 패악질을 부리긴 어려울 것이다.

월지가 흉신인 상관이라면 인성의 대운 방이 가장 길하며 월지가 길신인 재성이라면 관성의 대운 방이 가장 길한 까닭을 이제야 알겠다. 길신은 생화하는 대운이, 흉신은 제화하는 대운이 좋다. 약도 생조하는 대운이, 병은 제거하는 대운이 좋다.

나는 재성의 병이 깊다. 월지에서 두 번째로 투출한 용신인데 길신인 제1 용신을 극하여 사주를 패격으로 만들고 있으며 제왕지마저 깔고 앉아 있어 뿌리도 깊다.

마침내 재성을 무찌를 비겁의 대운 방을 만났으니 사람답게 좀 살아보고 싶다. 병을 제거하는 약이 오는 이번 대운 방에서 부디 어깨 좀 펴고 살고 싶다.

벌써 서른 중반이다. 부모님께 낯이 없고, 누구와 만나도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