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 40대 초반 아재입니다. 요즘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다시금 사주에 관심이 생겨서 틈틈이 사주 관련 유튜브 영상을 듣고 있습니다. 집안일, 특히 설거지하면서 유튜브 들으면 지루하지 않고 좋더라구요.
그러다 문득 인생에서 어떤 흐름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름이 안좋을 땐 납작 엎드려 지내고, 흐름이 좋을 땐 최대한 활발하게 움직여서 기회를 잡거나 하는 식으로, 흐름에 맞게 대응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사실 저같은 보통 사람은 그 흐름을 감지하지 못해 경거망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아서, 이런 경우 사주를 익히면 미리 예방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개업한 변호사인데 돈을 엄청 잘 버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달 적당적당히 벌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허덕일 때도 많고요. 제가 매달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건을 수임해야 하는데요. 이 사건이라는 게 들어오는 건 마치 소개팅이랑 비슷합니다. 사건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올 때가 있는가 하면, 씨가 마를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순에 많이 들어와서 이번 달엔 돈 좀 벌겠네 하고 있으면, 중순 하순 경에는 사건수임이 거의 안되는 식으로, 흐름이 나름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래서 매달 평균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고 들쭉날쭉 하지만, 또 반기, 일년 단위로 통계를 내보면 어느 정도 흐름이 보입니다.
말이 좀 길어졌는데, 다시 돌아가서 결국 제가 호기심을 갖게 된 부분은 바로 인생의 흐름입니다. 사주에도 대운, 연운, 월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명리학을 익힐 수만 있다면 내 사주에 대운 연운 월운 등을 대입해 미리 계획을 세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이러한 생각이 허튼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2.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한 몇 가지 특이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대략 13살쯤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 빨간불에서 아무 생각없이 횡단보도 앞으로 내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친구 중 한 명이 제 목덜미를 잡아당겼어요. 마침 고개를 들어보니 대형 버스가 제 눈 앞을 스쳐지나가더군요. 그 친구가 없었다면 아마 저는 어린 나이에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땐 매우 암울했습니다. 깡패학교로 이름난 학교를 다녔는데 도무지 적응하기 어려웠거든요. 그저 책만 읽으며 시간을 때웠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 영어를 잘하지 못했습니다. 연산은 잘했지만 시험성적이 늘 50점대였습니다. 학원은 다녔지만 말그대로 가방만 매고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고3 초부터 몇달 간 수학의 정석을 열심히 풀었더니 점수가 많이 올라 제법 안정화되더군요.
재수를 했는데 수능을 모의고사에 비해 너무 못봐서 원치 않던 대학 법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름 상향지원이었는데, 당시 빵꾸가 나서 운좋게 들어간 곳이었죠. 학교에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그곳에 합격한 것도 나름 운이 좋았던 셈입니다.
법대에 들어가니 너도나도 사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사시를 하지 않으면 낙오자 취급을 하더군요. 팔랑귀라 몇년 논 뒤에는 저도 자연스럽게 사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몇년 째 계속 낙방하더군요.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고 몰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 4번째 시험을 앞두고는 너무나 막막한 마음에 혼자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제가 분수에도 맞지 않는 법대에 와서 군대도 미룬채 사시 공부를 하다가 20대를 완전히 날리고 있으니, 마치 저주받은 기분이 들더군요. 누군가 제 인생을 꼬아놓은 기분이었습니다.
느지막히 군대를 다녀와서 로스쿨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저는 로스쿨 진학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버지가 로스쿨 진학을 권해주셨고, 로스쿨 면접에서 운좋게 제가 준비했던 문제가 나온 덕분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로스쿨에 가서는 나름 공부를 재미있게 했습니다. 법대에서 몇년간 구른 구력이 있으니, 로스쿨 공부는 적응하기 쉬웠겠죠. 변호사 시험도 나름 무난하게 통과를 했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했는데, 이래저래 너무 재미가 없고 적응이 안되는거에요.
그래서 몇년 법무법인을 다니다가 좀 우발적으로, 개업을 했습니다. 개업을 하니 좀 살만하더군요. 근데 그때 제가 큰 잘못을 한게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에 손을 댈 수는 있지만, 문제는 제가 시간이 많으니 단타를 하게 되더군요. 9시면 자리에 앉아서 데이트레이딩을 하는데, 순식간에 오후 3시반이 되더라구요. 일을 해야 하니 늘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주식을 끊지는 못했고 큰 손실을 보고 말았습니다.
어쩌다보니 결혼을 했는데 결혼 후에는 더더욱 주식에 미련이 가더군요. 주식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하다보니 더 큰 손실이 이어졌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벨트를 허리에서 풀어 목에 맨 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깔끔하게 죽을 수 있을까, 죽고나면 영혼이 사라져야 하는데 사라지지 않으면 어쩌지 등등의 생각들로 머릿 속에 가득했습니다. 부모님과 처가에서 저를 도와주신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주식을 끊기로 결심하고 상담치료를 받았습니다. 정말 끊기가 어렵더군요. 특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건수임은 늘 불확실 불규칙하게 들어오니, 그 불안감을 견디기 보다는 주식으로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고 싶더라구요. 하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주식에서 손을 뗀지도 벌써 몇년이 지났네요.
얼마 전 사주를 보고 왔는데, 저보고 주식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3. 제 사적인 이야기를 익명을 빌어 길게 적었는데, 지루한 이야기를 너무 길게 늘어놓아 죄송합니다.
요즘 제가 궁금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을 하다보면 문득문득 성욕이 치솟을 때가 있습니다. 이 성욕은 제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아오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일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기혼이자 딸을 둔 아빠이기 때문에, 이런 성욕은 제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죠. 그런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이러한 성욕 또한 어떠한 흐름에 맞춰 제게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극단적으로 제가 술을 먹다가 이런 성욕을 만나면, 바람을 피거나 업소에 갈 수도 있겠죠. 이런 유익하지 않은 욕구, 유혹들을 제 사주 속 '귀문관살'로 볼 수 있을까요? 귀문관살이 특별히 작동하는 조건이나 시기가 있을까요?
2) 천을귀인이라는 게 확실히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늘 저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었거든요. 다만 제 인생에도 나름 굴곡이 있었고, 터무니없는 사고를 친 적도 있습니다. 혹시 천을귀인이라는 것은, '위기'를 전제로 한 것일까요? 다시 말해서, 천을귀인이 있는 사람은, 위기도 겪게 된다는 점에서 마냥 천을귀인을 좋게만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사주에도 대운, 연운, 월운이 있는데, 제 사주에서는 어떤 경우에 좀 더 자제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있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간략하게나마 좀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위와 같은 점을 여쭙고 상담을 받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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