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06 04:21:20
조회 32 추천 0 댓글 0

https://blog.naver.com/lby56/220930719916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외모와 달리 술 일절 못 마셔 가장 의외인 스타는? 운영자 24/07/01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2/28 - -
484261 관이랑 식상이랑 비슷하게 있으면 이도저도 안된다네 티타늄z(106.101) 21.11.07 75 1
484260 인다 멘탈 개약하긔 [2] ㅇㅇ(27.119) 21.11.07 133 6
484259 평가해줘 나임수라서 임수그렷어 병화는없어서 [3] ㅇㅇ(175.115) 21.11.07 72 1
484258 편인이 있으면 방에서 혼자 하는일이 좋은듯 [55] 편육이(119.204) 21.11.07 6978 155
484257 자긴 딸이없어서 딸이있었으면좋겠다는 할줌마들보면 [1] ㅇㅇ(223.62) 21.11.07 94 8
484255 그냥 아까 햄버거 먹고싶을때 먹고 끝낼껄 ㅇㅇ(118.235) 21.11.07 15 0
484254 식상다자는 관성들이대면 미쳐 날뛰지 않냐 [3] ㅇㅇ(106.102) 21.11.07 142 6
484253 진짜 편관잇는 사람 보면 식신 [5] ㅇㅇ(223.33) 21.11.07 281 2
484252 관격 관다인데 진짜 세상을 티타늄z(106.101) 21.11.07 59 0
484251 이제기다렸어 초코브라운♡(118.40) 21.11.07 16 0
484249 나랑만 샤랑 그려내 ㅇㅇ(39.7) 21.11.07 26 0
484248 식욕돋을때 그림그리거나 만들면되겠네 ㅇㅇ(175.115) 21.11.07 13 0
484244 인다들 멘탈센편이양? 철학자 밤비(211.246) 21.11.07 61 0
484243 흙수저 일침 유튜버가 젊을 때 5천이상 못 모으면 ㅇㅇ(211.36) 21.11.07 85 0
484241 엄마 싫어하는 딸들 많음 [1] ㅇㅇ(106.254) 21.11.07 90 5
484240 시지에 육해살 두개 월지에 육해살 한개 있어 ㅇㅇ(118.235) 21.11.07 131 0
484239 그림솔직히못그리는데 ㅇㅇ(175.115) 21.11.07 20 0
484238 얼굴 말고 성격 본다는 남자들 조심해라 [11] ㅇㅇ(175.223) 21.11.07 325 19
484237 역갤에 징징충들 많은것같은게 ㅇㅇ(223.33) 21.11.07 27 1
484236 제산제먹구 누웟어 ㅜㅜ ㅇㅇ(223.38) 21.11.07 14 0
484235 유화로바다그렸어 ㅇㅇ(175.115) 21.11.07 25 0
484233 듕 훼죤묙 ㅁ F ㅊ ㅕ 렴 오우 뭼뭼 됴 z r ♪ 듈늬☾(116.93) 21.11.07 9 0
484232 무관 식상다 관용신일 수 있어? [3] ㅇㅇ(58.127) 21.11.07 234 0
484231 근데 거기서 오래 알하고싶었는데 한명이 계속 괴롭히니까 가슴이 사무치게 ㅇㅇ(118.235) 21.11.07 16 0
484228 교운기 때라서가 아니라 안 괜찮은 사람은 언제든 거르는 게 맞다 ㅇㅇ(39.7) 21.11.07 153 5
484227 아다 찾는 남자들 특징 ㅇㅇ(180.83) 21.11.07 77 4
484226 비떱녀가 뭐임?? ㅎㅎ(121.133) 21.11.07 12 0
484225 일지 편인 = 구두쇠, 내로남불 사주 [2] ㅇㅇ(175.223) 21.11.07 131 3
484224 식상다녀들 남자 먹여살린다는거 이해안감 [2] ㅇㅇ(223.38) 21.11.07 199 7
484223 자기상태같은거 매번 줄줄이 말하는사람 완전별로임 [1] ㅇㅇ(223.62) 21.11.07 83 6
484222 이제 뗘나고싶네 초코브라운♡(118.40) 21.11.07 13 0
484220 나 착한사쥬라고 했거든 [1] ㅇㅇ(118.235) 21.11.07 17 0
484218 사람이 잘해주면 호구처럼 부려먹으려는 사람들 붙는 사람하고 ㅎㅎ(121.133) 21.11.07 52 1
484217 효신살 탕화살 아는사람! [4] 편육이(119.204) 21.11.07 522 0
484215 사람이 너무 게을러지네 ㅇㅇ(175.212) 21.11.07 16 0
484214 여기얘들은 왜케사주단순히보지ㅡㅡ관운을무조건 꼬부기(221.158) 21.11.07 42 0
484210 나는 물병 쌍둥이 천칭 얘네가 젤 좋음 [1] ㅇㅇ(175.213) 21.11.07 35 0
484209 남자와 여자의 주식 대결..누가 이길까? [1]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07 44 0
484208 자식 고집에 부모가 포기하는 팔자 어쩌구가 ㅇㅇ(27.119) 21.11.07 110 0
484206 엄마를 싫어히는 딸들이 많다는것을 알고 놀람 ㅇㅇ(211.219) 21.11.07 42 0
484205 아다년도 결국 더러워져 ㅇㅇ(175.223) 21.11.07 18 0
484202 초딩때 동네사람이 성희롱말 했는데 충격받아서 원형탈모 왔었는데 ㅇㅇ(118.235) 21.11.07 17 0
484201 나 세상을 바꾸는 일원이고 싶읔 ㅇㅇ(39.7) 21.11.07 14 1
484198 무소유 거리는새끼들 개빡치네 [3] ㅇㅇ(39.7) 21.11.07 29 1
484197 이것도 숙제인듯 999(58.123) 21.11.07 8 0
484194 나 염소자리는 이기적이야 ㅇㅇ(118.235) 21.11.07 25 0
484193 남자 잘날수록 해줘충 적어?? ㅎㅎ(121.133) 21.11.07 23 0
484192 참 신기해 티타늄z(106.101) 21.11.07 12 0
484189 네이처논문은 ㅇㅇ(223.62) 21.11.07 18 1
484188 나 육해살 있어서 나한테 초딩때 안좋은소리 한 사람 죽은건가 [5] ㅇㅇ(118.235) 21.11.07 232 5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