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있던 곳은 분홍빛 조명이 은은히 비치는 테라스였다

그 테라스에는 순백색의 어여쁜 커튼이 쳐져 있었고 꽃 모양의 레이스가 예쁘게 달려있었다

언니의 얼굴은 분홍색으로 볼터치가 되어있었고 언니의 몸에선 늘 은은한 향기가 나곤 했다

그런데 언니의 눈은 항상 초점이 없었는데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늘 의아했다

내가 언니라면 이렇게 예쁜 집에서 이렇게 예쁜 묾건을 가지고 치장한다면

더 바랄 것도 없을텐데 왜 언니는 자신의 자산을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이따금씩 나는 언니에게 미군에게서 얻어왔다는 밇크 초콜릿을 얻어먹곤 했고 그럴때마다 나는 언니를 동경의 눈으로 보곤 했다

그런 나의 눈빛을 볼 때마다 언니는 귀엽다는 듯 웃어주었는데

그 웃음은 여느 철없는 새침떼기의 웃음이 아닌 흐뭇하고도 슬픔이 배여있는 미소인지라

나는 왠지 슬퍼졌고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니가 바깥에서 외출한 날, 언니는 침울한 표정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특히나 이것은 언니가 복덕방 집 아주머니께 집 관련하여 상담을 하고 난 뒤 돌아왔을 떄 더욱 심해지는 것을 나는 느꼈다

언니에게 아주머니가 무어라고 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언니는 그 질문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었다

나는 괜히 언니를 놀래킨 것만 같아 더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또한 나는 그때 뭔가 잘못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후론 언니가 침울해 있을때 나는 밀크 초콜릿을 달라는 말만 하거나 언니한테 화장품이 예쁘다는 말만 하곤 했다

그럼 그 옅은 안개같은 웃음이라도 언니가 지어주곤 했으니까

언니는 끈이 달린 분홍색이 비단 레이스 원피스를 입곤 했는데 언니의 그 원피스는 어쩐지 다른 옷들과는 달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아주머니들이나 내 또래의 옥희, 순자, 말자 등이 입는 옷들은 죄다 볼품없는 한복이거나 그다지 재미없게 생긴 말쑥한 양장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옷들과 다른 그 원피스는 마치 언니를 다른 세계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안개꽃 같은 언니

나는 언니를 본받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