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있다는 거 가족한테 밝히고 정신과 치료다니는 것도 다 말하고 했는데, 이해는 해 주시는데 엄마도 우울증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더라 하는게 맘이 복잡하다.

그래도 나쁜 부모님이라는 건 아닌데, 가끔씩 부부싸움 대놓고 앞에서 할 때마다 너무 힘들다.

그걸 내가 웃으면서 말리질 않으면 나중에 너는 왜 안 말리냐, 너도 다 컸는데 부모님이 싸우면 네가 중간에서 농담이라도 하고 말려야지 이러시는데.

농담이라도 하면서 말리면 또 분위기 파악 못하고 농담한다고 혼난다.

조금 전에도 나랑 맛있는 거 드시고 싶다고 치킨 사오셔서 같이 사이좋게 먹었는데, 진짜 갑자기 너무 너무 별것도 아닌 걸로 싸우셔서 진짜 미칠거같다.

세탁기 건조 중간에 정지했는데 세탁기 문 바로 안 열린다는 거로 싸우시면 대체 내가 어떡해야되는거야.

난 진짜 우울한 거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고 하루에 한번씩 내 칭찬 내 스스로 하고 사는데, 걱정해서 찾아오실때마다 너무 무섭다.

올 때는 그리고 전화라도 하고 와 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우울한 게 조절이 안 될 때 찾아오시는 게 제일 무섭다.

우울한 상태를 조금 조절할 시간이라도, 진짜 내가 내 마음을 좀 우겨넣을 시간이라도 주고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해서 이제 연락은 해 주시긴 하는데, 집앞이라고 갑자기 엄마 아빠 와서 좋지? 하고 기뻐하시면서 연락하는 건 진짜 너무 힘들다....

너무 너무 힘들다 진짜.

힘들게 겨우겨우 감정 조절하면 곧바로 집에서 뭔가 엉망인 거 찾으면서 찾아올 때마다 우울해도 똑바로 살아야지 우울해도 똑바로 해야지 우울해도 네가 할 건 다 해야지 우울해도 싸우면 말려야지 우울해도 이래야지 우울해도 웃어야지

악몽꿔서 울고 토하고 그냥 잔 다음날에 와서 왜 변기물 안내렸냐 왜 청소 안했냐 왜 신발 정리 안돼있냐 왜 쓰레기 안버렸냐 왜 옷 안개놨냐 왜 휴지 새로 안사놨냐

왜 주변에 신경을 못쓰냐

우울하면 더 신경써야지 우울하면 더 잘해야지

우울한 나를 받아들일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힘들게 내 상태를 조금씩 회복시키고 유지시키고 있을 때마다 조금 나아졌네? 오늘은 웃네? 그러면 우울하지 않게 살아야지?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는 건데, 조금만 기다려 주면 좋겠다.

진짜 진짜 제발 조금만 진짜 제발 제발 제발 조금만 기다려 주면 좋겠다 진짜 제발....

힘들다 너무

적어도 내 앞에서 싸움이라도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다.

진짜 별 거 아닌 거로 싸우실 때마다 너무 너무 힘들다.

내가 죽어도 나 죽은 거로 싸우시겠지.

어디에 누구한테 우울한 걸 말이라도 해 보라고, 그게 되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말 할 상대도 이제 아무도 없어.

나 조금 마음 편하자고 이런 글 써서 미안해 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