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바로 이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겉모습만으로 보아서는 양파 껍질 한 쪽도 주려 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육신은 추하고 몸가짐은 우스꽝스러웠다. 뾰족한 코에 눈은 황소눈이고, 미친 사람 같은 얼굴에 행동거지는 어수룩하고, 또 촌스런 옷차림에다 돈하고는 인연이 멀고 여복도 없으며, 국가의 어떤 직무에도 맞지 않았지만, 언제나 웃고 다니면서 누구에게나 옳다고 맞장구치며 같이 술잔을 기울였고, 항상 비웃어댔지만 신과 같은 지혜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이 상자를 열어보게 되면, 그 안에서 여러분은 인간의 능력 이상의 지혜와 놀라운 덕성, 꺾을 수 없는 용기, 비할 데 없는 절제, 확실한 평정, 완벽한 자신감, 또는 사람들이 그토록 불철주야로 쫓아다니며, 일하고, 항해하고, 전투를 벌이면서 얻으려는 것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초연함과 같이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천상의 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무슨 의도라고 생각하는가? 나의 충실한 제자들인 여러분과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가르강튀아"나 "팡타그뤼엘" "술고래" "바지 앞주머니의 권위" "주석이 달린 비계를 섞은 완두콩 요리" 등과 같이 우리가 만든 책과 같은 종류의 책들에 대해서 겉에 인쇄된 재미있는 제목만 보고는 하찮은 것,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그 내용이 즐거운 조롱이나 익살, 거짓말뿐일 거라고 쉽사리 판단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박함은 사람들의 작품을 평가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여러분들 자신도 의복이 수도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듯이, 수도사의 옷을 입은 사람이 속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