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야. 서른 한 살이야. 살이 좀 빠져서 76kg이고 근량은 38, 체지방은 15프로.

어디 나가면 다 너 젊은 나이래. 헌데 별밤에서 헌팅하는 족족 너무 어려서 난감스러웠어. 있잖아.

표지판을 세워두는것이 어떨까. 사람들이 오가면서 볼 수 있게 골목골목 마다.

화기엄금이라고. 청춘은 쉬이 연소하고 불타버리기 마련이니 부디 착각이나 삿된 믿음에 시간을 날려버리지 말라고, 아주 친절하게 표지판을 세워두는건 어떨까.

하지만 그렇지 않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따듯하고 너그럽지 않지. 시간은 자기의 몫만큼 가고 모두에게 평등하니 길바닥에서, 혹은 길바닥에서 벗어난 갓길에서 제 삶을 태우며 멈춰서 있던건 모두 나의 몫이니 돌려달라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20대의 우울이 자기혐오와 연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이 가장 소중한 모순에서 만들어졌던 거라면, 이젠 삶의 차이와 저들의 급과 눈이 나를 떠밀고있어.

아. 그럼 나는 성인의 된 이례로 보낸 삶을 우울에 쫓기면서 제 살 파먹으며 지냈구나.

한탄스럽다가도. 결국. 내가 그랬다. 그런 생각을하면 마른웃음이 꺽꺽나서 청승도 하루이틀아리며 대충 날리듯 말하고 등 떠밀리고 싶어.

있잖아. 지나간것엔 만약에는 없는데  자꾸만 만약을 상정하고 더 외로워지는건 어째서일까.

책임이나 삶의 무게가 날 짓누른다는것을 잊어버릴만큼 우울했던 이유는 대체 뭘까.

불안하면 영락하고 방 뒷구석으로 물러나 파묻혀 죽어야하는 것. 혹은 얼기설기 엮은채로 누더기로 살아남는 것.

너 무얼 택할래. 넌 언제쯤 그 울음을 멈추고 제 삶을 푸름으로 물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