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마법으로 그려진 낙서를 조종하는 힘이 있었다.
그가 부리는 형상은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나타났으며
그 완성도 만큼의 힘을 지녔다.
다만 조종할 수 있을 뿐, 그에게는 마법을 그리는 힘이 없었다.
이 세상의 능력이라는 것이 다 이렇다.
평범한 경우라면 소년도 다른 능력자들처럼 평생 자신의 특이성을 깨닫지 못했겠지만
그에게는 마법을 그리는 힘이 있는, 그것도 꽤 잘 그리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하나가 부족하다면, 둘이 모여 완성된다.
그 것이 이 세상의 섭리다.
"지금까지 죄다 허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진짜 대박이야.
내 예리한 보물 사냥꾼의 감이 말해주고 있어."
그는 전설이 되었다.
강대한 서녘의 군대에 대항하여 한 명의 기사가 홀로 서니
그는 좁은 협곡에서 사흘을 내리 싸워 후퇴하는 동료들을 지켜냈으며
마침내 힘이 다하여 죽었을 때에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는 위대한 108 무구 중 하나를 두르고 있었으니
오랜 전장을 누빈 기사의 몸에는 단 하나의 상처도 남지 않았다.
그 갑주의 이름은 사자의 감옥.
갑옷을 입은 채로 죽은 자의 영혼은 그 안에 갇혀 영원히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
갑주를 입으면 그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거인의 언어가 진짜 발음이 어렵다니까.
'당신은 어머니가 있으십니까'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레벤시아의 대표로서 당신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라고 말해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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