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 좀 기니까 밑에 내려서 음식 사진부터 봐도 됨
일단 본인 홍대병 중증.
해외를 갔을 때 한국인이 많으면 김이 팍 식어버림.
그래서 항상 여행할 때 한국인 리뷰가 적은 곳을 골라 가거나, 여행 유튜버들이 추천한 곳을 싹 한 번 훑어본 뒤 다 배제해 버린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가족여행인만큼 완벽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도 식당만큼은 로컬을 가자라는 생각에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이번 시가-교토 3박 4일. 아니, 내 일본 여행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가게를 찾아냈음.
지도리(地鳥)라는 닭은 아는가?
대충 일본 토종닭이라고 생각하면 편함.
(사진은 식당과 무관)
관심있는 사람은 찾아봐. 地鳥라고 검색해야 나올듯?
암튼 매우 맛있고 귀한 닭이라고 한다.
타베로그에 있는 사진 가져옴.
여행 계획 짤 때 친구가 구글맵을 보고 무심결에 추천한 가게였는데, 이게 내 힙스터 항목을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1. 한국인 리뷰가 없음(네이버,구글리뷰,유튜브)
2. 시가현이라는 마이너한 동네에 존재
3. 메뉴판에 한글 없음. 영어도 없음 ㅋㅋ
그래서 곧 바로 예약.
ㄱㄱ싕
여러가지 코스와 메뉴가 있는데, 가장 비싼 8000엔 코스로 함.
그런데 막상 가게에 도착하니, 원래 8000엔 코스에 쓰이는 닭이 2인분 정도밖에 준비가 안 되어서, 자기들 나름대로 서비스로 이것저것 넣었다고 함.
그래서 정규코스랑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
1. 전채요리
왼쪽 아래->위 순서로
- 닭 육수로 만든 계란말이 : 내가 일본 특유의 달달한 달걀말이 싫어하는데, 얘는 달달한 맛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
- 닭 가슴살 샐러드 : 상상하는 그 맛
- 바질 토마토 : 상상맛2
- 닭고기 멘치카츠 : 멘치카츠 먹어본 게이들은 다 알듯? 그냥 호불호 없이 맛있음
- 민물고기 초절임 : 이게 ㄹㅇ 골 때리는데 내가 제대로 설명 들은 것이라면 '붕어'였음ㅅㅂㅋㅋㅋ. 실제로 비와호 명물이라고 하더라고 붕어 초 절임.
맛은...호불호가 강함. 일단 우리 가족 5명 중 나만 삼켰음.. 비린내를 잡으려고 엄청 강하게 절여놨는데, 그 탓에 굉장히 시큼하다. 다만 식감은 쫀득한 게 괜찮았음
이거 먹고 외국인이라 이상한 거 준 건가 싶었다.
- 닭 간 : 돼지 간이랑은 많이 다름. 돼지 간은 좀 퍽퍽하잖아? 순대로 먹으면. 근데 얘네가 준 간은 촉촉하면서 약간 꼬순한 맛이 나더라.
- 닭 가슴살 훈제 : 훈제 맛
- 오리 하몽 : ㅈㄴ짠 햄 맛. 씹는 맛이 좋음
2. 닭 연골 수프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재패니즈 스타일 곰탕'이라고 하더라고. 곰탕을 아는 것도 신기 ㅋㅋ
닭 연골을 베이스로 푹 고아 낸거라고 함.
맛 : 기가 막히다. 그나마 비유하자면 도가니 푹 우린 뼈곰탕 같은 맛인데, 좀 더 라이트하면서 크리미함. 한 모금 먹자마자 피곤한 몸이 풀어지는 맛.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데 호불호가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3. 닭 사시미
대망의 닭 사시미. 사실 이 가게 오고 싶었던 이유 ㅋㅋ
한국은 전라도쪽을 제외하면 닭 육회라는 음식 자체가 좀 마이너한 음식인데, 일본에서는 닭 사시미가 흔한 음식이라 하더라고?
부위는
그을린 것 : 허벅지살
가운데 : 닭 가슴살
오른쪽 : ささみ(사사미)라고 하는 닭 가슴살 내의 특수부위 (라고 설명 들음)
이걸 먹을 때 직원이 좀 귀여웠던게 ㅋㅋㅋ 꼭 자신의 말을 가족들에게 번역해달라고 하더라고(가족들은 일어 청취 안됨)
사시미로 내는 부위의 경우 가장 신선한 부위이기 때문에, 무조건 소금이나 특제 와사비를 찍어 먹어달라고 함.
맛의 경우
허벅지 살 : 토치로 살짝 그을린 덕인가 불맛이 좀 강했음. 좋은 의미로 ㅇㅇ. 모르고 먹으면 닭고기인줄도 모를듯?
닭 가슴살 : 퍽퍽하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첫 식감은 쫀득한데 한 세 번 정도 씹으니까 부드럽게 감칠맛 덩어리로 변함. 신선한 우럭이나 광어먹었을 때 식감이라 해야하나? 생 닭가슴살은 이렇게 부드럽구나라고 놀랐음
사사미 : 맛 알못이라 그런가 닭 가슴살이랑 큰 차이 못 느끼겠더라 ㅋㅋ 좀 더 쫀득했음.
세 부위 모두 우려했던 잡내라던가 닭 비린내는 전혀 없었어. 굉장히 신선한 고기라는 생각 밖에 안 듬.
다만 누나의 경우 다 먹진 않더라고,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구나라고 생각함.
나의 경우 극호. 무조건 추천임.
4. 닭 날개 숯불 구이
크기는 꽤 큼. 아이폰 12미니정도의 크기. 볼륨감도 상당하다.
저 밑에 있는 황색의 소스는 홋카이도산 특제 와사비라고 함.
와사비 맛 자체는 매운맛은 연하고 약간의 단 맛이 나는게 신기했어.
그래도 중요한 건 닭고기 맛이지.
ㅋㅋ 이거 먹고 여긴 닭고기 집이 아니라 카부키초라고 확신함
내가 먹어본 닭 구이 요리 중에 최고였다.
간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닭껍질은 바삭하게 안은 촉촉하게 구워낸 것이 일품.
지도리의 특징이 감칠맛 덩어리라고 하는데 그 설명을 한 입에 이해시키는 맛이었음. 소금 후추만으로 간해서 더욱 그 맛이 살아나는 듯 함.
놀라운 점은 다 뜯어내니 뼈에 노란 지방층이 붙어있는게 보여. 그런데도 잡내 하나, 느끼함 하나 없었다는 거야.
짭잘, 바삭, 담백, 고소 이 4가지 맛이 공존한다.
5. 닭가슴살과 대파 꼬치 구이
분명 닭가슴살이라 들었거든? 근데 왜케 부드러움?
굽기도 절묘해서 파도 채소 특유의 단맛이 잘 우러나옴.
닭고기 한 점, 대파 한 점, 이렇게 먹고 대파와 닭고기를 같이 먹으면 시식 끝
6. 식도와 림프선 구이
실수로 한 입 먹음 ㅈㅅ ㅎ
닭 목인가요?
ㄴㄴ 식도랑 림프임
내장인거죠?
ㅇㅇ그렇게 봐야 편할듯
라는 설명 후 먹게 되었다. 특히 먹기 전에 특제소스를 바르고 구웠으니 꼭 향을 맡고 먹어달라고 하더라고.
향은 타레소스에 숯불 입힌 향..? 내가 비염이라 잘모르겠다 ㅇㅇ..
여하튼 이 친구는 위의 꼬치구이 둘 보다 좀 더 식감이 있음.
누군가는 질기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데, 난 잘 모르겠음. 그 특유의 쫀득함이 오히려 더 좋았어.
7. 닭 스키야키에 들어갈 신선한 야채들과 교토 특산품 버섯
저 반죽같은 것은 된장+닭고기남은부위+부추를 섞어만든 관자같은 거래. 동그랑땡이랑 비슷함 매커니즘이.
7-2. 닭고기 스키야키에 들어갈 암탉,수탉,특수부위들
특이하게도 수탉과 암탉을 같이 주더라고
위에게 수탉이고 밑에게 암탉
수탉의 경우 식감이 발군, 암탉의 경우 부드러운 육질과 감칠맛이 좀 더 좋다고 함.
밑에는 특수 부위인데 조금 있다가 설명
7-3. 스키야키
사진에는 안 나와있는데
암탉과 수탁을 각자 다른 냄비에 끓여줬음.
우선은 특제 간장 육수를 넣고, 끓어오르면 양파, 대파, 실곤약(시가현 특제 곤약은 빨간색이라함), 버섯등을 넣고 단맛을 우려낸 뒤 닭고기를 넣어줌.
그리고 그 닭고기가 익는 동안에 특수부위를 넣어 줬어
7-4. 스키야키 특수 부위
솔직히 다 기억은 못하는데
- 위
- 심장
- 똥집
- 닭껍질
여기까지만 기억남..
여기서 중요한건 저 약간 붉은 색을 띄는 알맹이임.
난 첨에 저게 방울토마토인줄 알고 속으로 좀 실망했거든? 뭔 근들토마토여 ㅋㅋ
근데 저게 토마토가 아니라 암탉을 도축했을 때 배를 가르면 나오는 '알이 생성되다가 만 형태'라고 하더라.
근까 노른자만 생긴거지?
이걸 반숙으로 부탁했음.
그리고 한 입 먹었는데
와 난 이런 맛을 살면서 처음 느껴봤다.
한 입 씹으면 곧바로 과육터지듯이 팍!하고 터지는데, 그 안의 내용물은 감칠맛 응축덩어리들..이라고 해야하나. 먹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그런 형용하기 힘든 맛이었어.
우려했던 비린맛은 전혀 없고, 굉장히 고소하고 감칠맛의 고점이 터지다 못해 은은한 단맛까지 있더라.
진짜 쇼크먹음
여튼 특수부위들을 먼저 먹고 닭고기를 먹었다.
7-5. 스키야키 소스
스키야키 소스 먹으라고 날달걀을 한 바구니 담아놨는데
아버지가 달걀 하나 짚자 마자, '그거 쌍란임 ㅊㅋ' 라고 하는 관록을 보임.
암튼 이후는 정신없이 먹느냐고 사진을 못 찍음 ㅋㅋ;
간장 베이스로한 육수라 사람에 따라 좀 짜다고 느낄 수 있겠더라고
수탉의 경우 식감은 좋은데 좀 퍽퍽한 느낌을 받음
암탉의 경우 육질도 부드럽고 맛도 부드럽고 담백해. 거기에 간장육수가 스며들어서 간이 딱 알맞게 되었음. 다음에 가게 되면 암탉으로만 주문할듯?
8. 맛국물로 지은 솥밥.
진짜 닭고기 먹고 배터질 거 같은데 어마어마한 밥솥을 가져옴 ㅋㅋㅋㅋ
우리 가족들 다 당황해서 탄식하고 ㅋㅋㅋ
너무 배불러서 스킵하려 했는데
'이건 닭 육수를 맛국물 베이스로 하여 표고버섯과 함께 지어낸 영양밥입니다' 라는 설명 듣고 바로 한 공기 먹었다.
그냥 얘네는 감칠맛의 신임ㅋㅋㅋ
일본 쌀 맛있는건 다들 알잖아? 거기에 표고버섯+맛국물이라니. 말 다 했지.
씹을 때마다 밥의 단맛과 맛국물의 감칠맛이 계속 나와서 끝없이 먹게 됨...
사진은 못찍었지만 같이 먹으라고 준 채소 절임도 맛있었어.
이후에는 녹차아이스크림 위에 건망고와 요구르트를 뿌린 후식을 먹고 마무리.
그래도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버려서 걱정이었거든?
하지만 친절한 칸사이 형들이 스키야키는 따로 포장, 남은 밥은 오니기리로 만들어줌 ㅋㅋ
이건 다음 날 아침에 조식으로 먹었다.
여담으로 정말 친절했음 ㅋㅋㅋ 물론 운 좋게도 이 날 손님이 우리 밖에 없던게 컸겠지만
시종일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서비스 태도
밥 먹다가 담배피러 나왔는데, 쫄래쫄래 따라오더니 한 대만 바꿔피자고 하고 ㅋㅋㅋ
자기 한국 여행 다녀온 자랑하고 있고 ㅋㅋ
왜들 이렇게 재잘재잘 말이 많을까 궁금해했는데, 알고보니까 우리 가족이 한국인 관광객으로서는 처음 온 거라고 하더라고
국적 아다를 떼어버림 ㅆㅅㅌㅊ;;
외국인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홍콩 사람들이 종종 오는 편이고, 유일하게 오는 한국인이 1년에 2~3번 유학생분이 와서 혼자 먹고 간다고 하더라
누군지 몰라도 혜안 좋다 생각함.
암튼 이런 배경이다 보니 나중에는 주방 이모들까지 나와서 자기는 동방신기 팬이고, 한국은 언제갈꺼고 이런 수다 떠는 재미도 있었음ㅋㅋㅋ
난 이런 여행이 너무 좋다...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맛이고 서비스고 박살나는 가게를 너무 많이 봤는데, 오랜만에 사람 냄새도 강하게 나고 맛도 있는 식당을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닭고기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 꼭 방문 해야하는 가게라고 생각함. 타베로그 4점의 무게 ㅇㅇ;
아, 그리고 특이하게 가게 바로 뒤에 양계장있더라 ㅋㅋ
어두워서 사진은 못 찍었는데, 정말 깨끗하게 관리되어있었음. 식당 바로 옆에 양계장이 있는데 냄새가 하나도 안 나더라고.
거기에 구이담당, 스키야키 담당, 양계장 담당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체계적으로 업무 분담도 하고 있었음. 이러니 맛이 있을 수 밖에
암튼 이런 리뷰글 너무 오랜만에 써봐서 글이 좀 중구난방할텐데, 읽어준 사람들 모두 감사한다.
가게 이름은 '지도리야 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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