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베의 애장품인 그 "좋은 것"임 ㅇㅇ
본편에서 마 쿠베 본인이 언급한 바로, 저 도자기는 북송 시기 도자기임
포청천이 한참 활약하던 시절의 물건이라는 말인데, 만약 진품이라면 못적어도 우주세기 기준 1,000년이 더 넘은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의미
무슨 프반 한정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애지간히 인기가 있는 모양
가격은 대강 40,000엔 선
사겠냐?
어쨌건 저 도자기가 가짜라는 썰이 도는 모양임
요컨대 마쿠베는 애초에 짝퉁을 속아서 산거던가, 아니면 진짜는 따로 모셔두고 가짜를 들고 다녔다는 말이 되겠음 (생활용으로 가짜 롤렉스를 차고 다니는것처럼)
TVA 마쿠베만 보면 이 가짜설들이 어쩐지 그럴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내가 흥미를 느꼈던 점은 바로 이거임
내가 차를 마시다보니 개인적으로 도자기에도 조금 관심이 있는 편인데
사실 생각해보면 저 좋은 것은 40년 전 애니에 잠깐 나왔던 장면이잖음
그런데 그 도자기가 실제로 상품화까지 돼서 찍혀나오고, 이게 진짜인지 어쩐지 아직까지도 회자가 된다는 점이 걍 쥰내 웃겼음
아니 다 떠나서 중간보스가 키시리아님 만세! 도 아니고, 뜬금없이 도자기 타령하다 뒤짐ㅋㅋㅋㅋㅋㅋㅋ
저게 얼마나 좋은 것이길래 마 쿠베는 죽을 때까지도 "내 도자기! 그거 명품이야! 갖다 바쳐라!" 라며 스러진 것일까?
(사실 이해가 좀 가긴 함 나도 뒤질때 건프라랑 찻잔 껴안고 뒤질듯)
근데 그게 가짜라면 그건 또 얼마나 코메디임?
어쨌거나 흥미가 동해서 한번 찾아봄
어쨌건 살펴보면 저 마 쿠베의 도자기는 정병淨甁임.
———
”인도에서 승려가 여행을 할 때 밥그릇이나 의복과 함께 메고 다니던 물병에서 유래하였다. 범어로는 쿤디카(kuṇḍikā, 군지(軍持)·군치가(軍雉迦))라고 하였으며, 승려가 갖고 다니는 필수품의 하나로 쓰이던 물병이었다가 차츰 부처님 앞에 깨끗한 물을 바치는 공양구로서 용도의 폭을 넓혀가게 되었다.“
———
라는 설명인데, 쉽게 말해 절에서 쓰던 물주전자라고 보면 됨.
옆에 삐죽 솟아있는 부분이 물을 넣는 주수구 겸 손잡이인 귀때고, 이 부분을 잡고 위의 뾰족한 첨대 부분으로 물을 따르는 방식
처음 인도에서 등장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고려에까지 전파되어 우리나라에도 많은 유물이 남아있음
위 사진도 고려 시절의 유물인 국보 66호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인데, 저 병이 만들어질 즈음에는 공양할 때 뿐만 아니라, 예식있는 자리에서 사용하는 물병 용도로도 쓰였다는 것 같음
문제는 이 병이 (마 쿠베의 주장에 따르면) 북송대 물건이라는거임
사진으로 보면 백자로 보이는데, 몇가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임
첫째는 시기 상의 문제
으레 송나라 도자기 하면 여요汝窯를 주로 꼽음
보다시피 청자인데, 송나라 시절 가장 인기있었던 양식이고 남아있는 유물도 그나마 많이 전해짐
고려청자도 이 여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
특히 금간 듯 보이는 빙렬이라는 무늬가 특징인데, 세심한 조절을 통해 의도적으로 유약에 균열이 가게 만드는 기법임
차 우리는 용도로 오래 쓰면 저 빙렬에 찻물이 들어 예쁜 무늬가 새겨지는 것이 특징
문제라면 백자가 전성기를 맞은 것은 송 시기의 이후라는 점
대강 원나라 때부터인데, 이는 당시 중원을 지배하던 유목민족의 선호에 따른 것임
전통적으로 흰빛을 선호해온 유목민족의 취향에 따라 중원 각지의 도요지는 백자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서역의 코발트 염료, 즉 회청이 도입되며 우리가 아는 중국틱한 청화백자들이 비로소 등장함
요컨대 청화백자야 어찌됐건 백자의 시기는 아직 이르다는거임
벌써 여기서부터 뭔가 아구가 안 맞는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함
참조: 송나라의 한 재상
다른 하나의 문제는 송나라가 유교 국가였다는 점
쉅게 말해 유행의 문제라는거임
물 건너 고려에서는 한참 불교가 흥성한 탓에 정병도 많이 만들어졌고, 실제로 전해지는 유물도 많이 있음
(감정에 따라 다를테지만, 박물관급 말고 중하품 정도 되는 고려청자 정병 매물들은 180만원 가량 선에서 거래되는 것 확인함. 그 이상은 아마 개인 갤러리 단계.)
그러나 어쨌든 예술은 유행의 문제인만큼, 결국 조선 조에는 분청사기를 거쳐 백자가 완전히 자리잡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고려청자는 실전된 기술로 묻히게 됨
같은 이치로 송나라도 불교 전성시대였던 당나라가 망하고 세워진 나라인데
과연 불교 시기의 양식인 정병의 수요가 있었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마쿠베의 저 도자기는 갈수록 수상하기 짝이 없음
과연 저 좋은 것은 정말로 짭퉁인 걸까?
중국 딩저우박물관에 전시중인 “북송정요백자연문용두정병北宋定窯白釉蓮紋龍首淨瓶” 임
이 유물에 대한 대강의 설명은 다음과 같음
——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허베이성 곡양(취양,曲阳) 현의 정요(定窯)에서 제작된 것으로써, 이 가마는 11세기와 12세기 초에 황실에서 가장 선호하는 도자기를 생산했습니다. 휘종(徽宗, 재위 1101-1125) 초기의 여요(汝窯)가 등장하기 전의 일입니다. 곡양현은 북송 시대에 정주(定州)에 속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산된 도자기는 정요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략)
10세기와 11세기 초의 대부분의 정병은 장식이 없으며, 형태의 긴장감과 유약의 아름다움으로 매력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편 일부 북송 정병은 연꽃잎의 돋을새김 장식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
찾다보니까 웬 예술지 아티클 하나가 하나 나오던데, 요약하자면 이 도자기는 북송 시대의 정요定州에서 빚어진 물건임
앞서 말했던 송 시기의 여요보다도 더 전의 물건인데, 시기상 오대십국시대와도 맞닿아 있는 즈음임
이 병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말당 시절의 불교풍이 그 즈음에는 꽤나 남아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임
(그래서 어떤 자료에서는 오대五代정병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 것 같더라)
송나라 시절 유명했던 가마터는 총 다섯 군데가 꼽히는데, 개중 정요는 뛰어난 품질의 백자로 유명했다고 함
투명한 유약과 깨끗한 백색이 특징으로써, 주로 황실의 진상용으로 납품되었다는 모양인데,
이게 10~11세기 경의 물건임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어마무시한 오버 테크놀로지인거임
동시기 고려백자는 이 정도에 그친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함
(물론 고려백자도 상급품들이 몇몇 있긴 함)
앞서 말했듯 현재 전해지는 대부분의 송대 도자기는 앞서 말했던 청자 여요임
애초 현재까지 전해지는 송대 도자기 유물이 많지 않은데, 거기에 정요는 더 없음
아마 황실 납품용인 때문도 있고, 시대적 한계를 생각해보면 수율이 높지는 않았을 것 같음
뒤집어 말하면, 그렇기에 현존하는 정요 도자기는 어마무시하게 귀한 물건이라는 뜻임
실제로 어느 경매에서는 정요 백자 미인상이 한화 약 563억원 가치에 낙찰되기도 했는데,
매물로 나온 것이 이렇다는 것이고, 대개는 아마 영원히 거래될 일 없이 국가유물로 박물관에 전시될 수준이겠음
어쨌건 색이야 좀 푸르긴 하지만 마쿠베의 도자기는 정말 좋은 것이었음
현재에도 박물관에나 있을 정도인데, 대강 서기 2,100년대 (0080 주머니 속의 전쟁 설정 기준) 즈음인 우주세기에 이 물건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 될런지?
그리고 이런 물건을 알아보고 손에 넣기까지 했을 고생을 생각해보면 (지구는 당시 콜로니가 떨어져 20억 명 가량이 사망한 시점), 마 쿠베의 유언이 과연 이해가 가는 바임
마쿠베가 말했던 "좋은 것"과 이 정병은 다른 물건이라는거
위의 한참 썰을 푼 정병은 초반부에 가지고 나왔던 물건이고
이게 키시리아에게 보내려 했던 도자기임
위의 정병은 TVA 기준 어느샌가 사라지고, 마쿠베는 대신 이 기묘한 모양의 도자기를 들고 나오기 시작함
문제는, 그렇다면 저 기묘한 병(항아리?)은 무엇이냐 하는 거임
비교적 익숙한 모습이었던 위 정병과는 다르게, 저 "좋은 것"은 도대체 무슨 용도인지 알수가 없음
저 튀어나온 부조 비슷한 것을 보면 향을 피우는 향로에 제일 가깝지 싶은데
동북아시아의 도자기 향로는 으레 우리가 아는 그런 모양에서 크게 변한 적이 없음
쌀 부어서 그 위에 향 꽂아피우는 넓적한 모양 그대로임
발이 달린 것을 보아하니 제사용인 것 같긴 한데, 당췌 비슷한 물건을 찾을 수 없음
(발 달린 도자기는 대개 제사용/예식용임)
하나같이 발이 있으면 긴 목이 없고, 긴 목이 있으면 저런 부조가 없음
당연한 것이, 향로면 목이 길 필요가 없고, 술병이나 물병이면 저런 귀 비슷한 무언가가 필요없겠지
그나마 비슷한 모양을 찾은 것이 위 두 사진인데, 그나마도 위쪽 청자는 유물이 아니라 타오바오산 도자기임
둘 다 아무리 봐도 저 “좋은 것”하고는 거리가 있음
결국 아무리 찾아봐도 저것이 어떤 도자기인지 감이 잡히지가 않음
내가 좆문가라 그래서 그렇다고 해도 구글이랑 바이두만 두 어시간 찾아봤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는건 좀 그렇잖음
이즈음 되면 묻어두었던 어떤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함
———
...하지만 토미노 감독은 '마 쿠베는 속 좁은 인간이라, 그건 위조품이고 진짜는 텍사스의 본가에 가져 다놓지 않았을까?' 라고 발언한 적도 있는지라, 굳이 따질 필요는 없으리라고 본다.
———
꺼무위키가 출처긴 한데 할배가 마쿠베에 대해 이런 썰을 풀었다고 함
앞서 등장한 진품 정병의 값어치,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한 저 이상한 도자기.
그리고 토미노 감독의 썰을 종합해보면, 어쩌면 이 "좋은 것" 논쟁의 결론은 어떤 거대한 블랙 코미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음
진짜 좋은 것, 마 쿠베의 저 정병은 우라간의 보따리가 아니라 모처의 금고에 고이 보관되고 있었다는 결론 말임
이상으로 길고 긴 "좋은 것"에 대한 썰을 마무리함
어쩌면 마쿠베는 진짜 정병이랑 저 도자기를 진품이라고 믿고 키시리아에게 보냈을는지도 모름
아니라면 저 두번째 도자기가 정말로 존재하는 유물인데 내가 ㅈ문가짓한 걸수도 있고 (썰 좀 풀어보고 싶었어… 미안..)
그것도 아니라면, 마쿠베는 정말로 그 정병을 아꼈는지도 모르겠음
그러니까 스윗지온남 행세는 밀어두고 우라간한테 저 테무에서 팔 것 같은 도자기나 쥐어보낸거일수도
어찌야되었건 마쿠베는 이렇게 외치고 죽음
——
그것은 좋은 것이다!
あれは・・・いい物だ!
——
과연 그 외침이 어디에 닿아있는지는, 오직 대머리할배만 알고 있겠지? (어쩌면 별 생각 없을수도)
읽느라 고생했다
끝
———
덧.
이상의 정보는 나무위키 "그것은 좋은 것이다" 항목에 정리해둠
(사실 좀 됨)
퍼온게 아니라 걍 내가 쓴거임
그리고 혹여 저 두번째 "좋은 것"의 레퍼런스를 알고 있다면
간곡히 부탁드리건대 저게 어떤 물건인지 좀 알려주셈
정보력의 한계인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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