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사키역에서의 구경을 마치고 나가사키를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다. 군대 싸지방에서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한참 찾아보던 중에 꽂힌 곳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길다란 선. 운젠-다라 씨라인, 혹은 이사하야 제방이라고 불리는 둑이다. 우리나라 시화호처럼 아리아케해의 작은 구석인 이사하야 만을 간척지로 만들어서 농지로 써먹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함.
내 여행 목표는 말 그대로 이 제방을 걸어서 건너가보는 것!
근데 후쿠오카에서 놀던 며칠 전, 이 운젠-다라 씨라인이 공사 때문에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건너지는 못해도 언제 건널 수 있는지라도 당장 확인해볼 필요가 있던 것이다.
일단 고베(고헤)역에 내렸다. 바닷가 옆에 있는 역이길래 오미사키역처럼 잘 꾸며놨을 줄 알았는데... 저 거울 흐릿한거 봐라ㅋㅋ
이런 작은 거라도 관광 수입원으로 써먹어야지 시마테츠 뭐하는 거냣!!
아즈마 역에서 내리는게 더 효율적이지만 아무렴 어때, 산책을 즐겨보자.
서해급 꾸정물의 아리아케해. 저 멀리 가운데에 하얀 시설이 보이는가? 저게 운젠-다라 씨라인의 수문이다.
일관갤에 가끔씩 올리는 무과장을 여기서 봤다.
아까운 양파가... 다 젖어있긴 하지만 한국이었으면 서리... 해버렸을 지도?
으... 역시 공사하고 있었다. 2월 29일까지(당시 26일) 통과가 불가능하다니까, 아마 나가사키에 있을 동안에는 건너기 힘들 것이고,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로 올라갈 때 가야할 것 같다.
묘하게 척박한 느낌이 드는 미나미시마바라와는 달리 운젠 북부는 반대로 묘하게 풍요로운 느낌이다. 시골 감성 개굿
아무튼 나가사키와 고토를 돌아다니며 풍경을 즐기고 돌아온 3월 3일... 드디어 운젠-다라 씨라인을 건너볼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고토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첫배를 타고 나가사키로 돌아와...
제방의 길이는 8km. 넉넉히 잡아 2시간이면 건널 수 있다.
드디어 걸어 들어가는 제방 초입.
원래는 지나가다 보이는 식당에서라도 밥을 먹어야 했는데 11시가 됐는데도 아무 가게도 문을 열지 않아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8km를 걸어야 하는데 과연 칼로리가 될까??
다른 일붕이들은 강행군이 있을 때 소모할 칼로리를 잘 계산하며 움직이자!
크... 사지방에서 도키도키하며 찾아보던 제방 수문을 드디어 내눈으로 보게 된거임~
(前)이사하야 만에는 꾸왁쓰가 존나 많다. 아마 어느정도 담수가 돼서 그렇겠지?
뒤로는 운젠다케가, 앞으로는 다라 산이 보이는 풍경. 그냥 생각 없이 무작정 걸을 수 있는 그런 일정도 가끔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느덧 이사하야시로 관할을 넘어 도착한 중간 지점. 전망대와 휴게소가 간단하게 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로 걸어온 나를 위한 자판기라도 있지 않을까?
자판기는 어딨는 거임?? 설마 이 화장실이랑 주차장이 휴게소의 전부인 거냐고~
어쩔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육지로부터 4km, 걸어온 거리도 4km, 남은 거리도 4km. 아무리 배가 고파도 걸어서 탈출해야 된다...
힘들고 배고프고 어차피 계속 똑같은 풍경이라 중간 지점에서 끝날 때까지 사진이 얼마 없음;;
아무튼 대략 1시간 20분 정도를 걸어 이사하야측 수문에 도착했다. 버킷리스트 달성! 일관끼얏호우~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밥을 먹으러 주 도로로 나가려면 1km를 더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 아즈마역에서 제방까지, 제방에서 나가사토역까지 합하면 실제 길이는 10km 쯤 된다. 제발 밥 먹게 해줘...
주 도로 쪽에 있는 식당 중, 카레가 있대서 찾아온 キッチンとどろき. 뭔지는 모르겠는데 웨이팅까지 있는 식당이었음;;
솔직히 웨이팅도 30분이나 기다리고 카레도 없다해서 치킨난반으로 바꾸고 식사도 은근 늦게 나와서 좀 짜증나긴 했지만 밥이 맛있어서 참았다... 쌀이 주력인 것 같은데 찰기있고 달달하고 암튼 맛있는 고봉밥이었음.
마지막으로 몇 마디 하자면... 아직까지도 어떻게든 결과를 끌어내보려는 새만금처럼 이사하야 간척 사업도 엄밀히 실패했다고 보는 곳이기도 하다. 이걸 알고 있으니 건너는 내내 씁쓸한 느낌이 들었음. '갯벌로 유명한 아리아케해도 간척 사업을 피할 수는 없었구나'하면서.
갯벌의 사업적 가치가 수치로 표현되기 어려워서일까, 농업이 가능한 간척지를 늘리는게 그 당시엔 가치가 더 높아서일까, 저때는 왜 자꾸 갯벌을 대규모로 간척하려 했던 걸까?
2010년대 후반에 들며 새만금과 이사하야 양쪽의 '대규모 갯벌 간척 사업'이 미지근한 결과로 끝나서야 갯벌 간척은 좀 줄어들게 됐지만, 이미 수없이 많은 어촌이 박살이 나고 나서였음. 가치도 없는 간척지를 활용하겠다고 잼버리며 특수 작물이며 양국이 발버둥치고 있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갯벌 아껴 지구 살려 농게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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