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이번 이벤트 핵심을 관통하는 철학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데카르트 철학
세상의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도 결코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진리가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을 최대한 요약하면 이러할 것이다
데카르트 본인이 꾸었던 꿈속의 한마디 ‘나는 인생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처럼
당대의 유럽은 극심한 정치와 종교의 혼란 속에 모든 것의 진의를 의심하는 회의주의가 만연했다
데카르트는 그런 사회상 속에서 모든 혼란을 잠재울 합리와 이성의 절대명제를 찾고자 했다
그 탐구의 과정이 ‘방법적 회의론’이다
방법적 회의론
이것은 진리를 의심하기 위한 회의주의가 아니라, 의심을 통해 진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방법적 회의론에서 첫 번째로 의심하는 것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이다
인간이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진정으로 사실인가?
그로자가 Ots-12인 줄 알았다든가, 해순이를 랭킹전에 투입해서 잘 써먹었는데 강화를 안 했다든가
이런 식의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무수히 존재하기에 감각과 경험이란 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각과 경험이 설령 틀린 것일지라 하더라도 '그것을 느끼는 자신의 육체'가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로 의심하는 것이 ‘인간의 육체’이다
소전을 켜서 일퀘를 돌린다는 자신의 육체가 있다는 것은 얼핏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퀘를 분명 돌렸는데 출석보상칸을 다 채우지 못했다면?
어느 하루 엄청 피곤한 날에 자기도 모르게 곯아떨어졌다 일퀘 돌리는 꿈을 꾸고는 그게 실제로 한 것이라 착각했다면?
세상 속에서 움직는 육체의 존재와 꿈이라는 허구의 환상 간의 차이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자신의 육체의 존재마저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든 꿈이든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나타나는 세상의 보편적 특성은 어떠한가?
숫자와 형상으로 세상을 이루고 있는 '수학적 진리'는 개인의 육체와는 별개로 의심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세 번째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수학적 진리’이다
세상 어디든, 현실이든 꿈이든, 1+1은 2가 되고 3개의 선으로 이루어져 꼭짓점이 3개인 도형은 삼각형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보편타당한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악의로 가득 찬 기만적인 신’이 있어, 저마다의 사고관념을 마비시키고
1+1은 3이며 3개의 선과 꼭짓점 3개인 도형이 사각형이라고 세뇌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세뇌대로 조종당한 끝에 3과 사각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면?
댕댕이 라이칸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파딱은 파마스 딱가리의 준말이 아니라고 세뇌되고 있는 거라면?
이러한 극단적 가정 하엔 수학적 진리조차도 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의심 속에서도 결코 의심 불가능한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있단 것이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속이고 있을 지라도
‘그것에 속아 엉뚱한 것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출되는 절대명제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사유하기에 존재하는 자아’
이것을 절대명제로 삼아 데카르트는 회의주의를 넘어 종교와 신에 대한 절대성을 증명하고자 한다
신에 대한 증명
데카르트에게 의심은 불완전성이며, 믿음은 완전성이다
이 둘은 상대적 관계이기에 어느 한 쪽이 있어야 다른 한 쪽이 드러난다
의심은 믿음이 있기에 나타나며, 불완전성은 완전성을 목도하고서야 나타날 수 있다
의심과 믿음, 불완전성과 완전성의 양 끝에 위치하는 것이 각각 인간과 신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의심이란 신의 완전성에 대한 의심이며,
인간의 사고관념 속에 신의 완전성에 대한 것이 이미 존재하기에 의심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의심할 수 있음은 신의 완전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결하고 무한한 신에 대한 완전성이 결함있고 유한한 인간에게서 생겨날 수는 없기에
신의 완전성에 대한 사고관념은 신에 의하여 인간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도록 주어진 것(본유관념)이다
따라서 피조물은 신에 의해 창조되어 존재하며, 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필연적 존재가 되기에
신은 존재하며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증명을 통해 신은 ‘악의로 가득 찬 기만적인 신’이 아니라
‘선의로 가득한 전지전능한 신’이 된다
그러므로 수학적 진리와 같은 보편타당한 법칙은 의심의 여지없이 완전한 것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진리와 법칙에 대해 옳다고 느끼는 ‘인간의 직관’이란 것 역시
맑고 또렷한 정신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의심할 것 없이 믿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인간이 수학적 법칙과 그에 따라 구성되는 세상만물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심신 이원론
위에서 적은 것처럼, 데카르트에게 세상은 두 종류의 것으로 구분된다
완전하며 분할 불가능한 것, 불완전하며 분할 가능한 것
전자에 속하는 것이 신, 영혼, 수학적 진리이며
후자에 속하는 것이 인간, 육체, 물질적 존재이다
따라서 그에게 인간이란 영혼과 육체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 합쳐진 이원적 존재이다
형이하학적이며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와 형이상학적이며 비물질로 이루어진 영혼이란
함께 결합되어있되 구분되며 섞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질로 이루어진 사지가 절단된다 하더라도 영혼은 비물질이기에 절단된 만큼 손실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영혼과 육체는 정확히 1:1로 섞인 것이 아니며 분리되어 있되
특정한 지점을 통하여 정신과 육체가 접점을 가지며 그것을 통해 상호작용 하는 것이다
마치 배와 조종자가 별도의 존재이되 조타륜을 통하여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데카르트는 이러한 조타륜의 역할을 하는 곳을 두뇌, 그 중 일부인 송과선이라 보았다
기계장치와도 같은 육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면
그 인식이 신경을 통해 감각이란 형태로 전달되며
전달된 감각이 두뇌, 송과선를 통하여 영혼이라는 조종자에게 도달한다
그러면 영혼이라는 조종자가 그에 따른 적절한 반응을 육체라는 기계장치에 입력하게 되고
육체라는 기계장치는 입력된 신호에 따라 적절한 반응에 해당하는 움직임을 수행하게 된다
데카르트 극장
이러한 심신이원론은 데카르트 생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엄청 까였는데
인간의 영혼이 두뇌 속 내면세계에서 화면을 통해 외부를 인식하고
그것에 따라 육체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모습이
마치 극장 안에 앉아서 상영물을 보면서 그 상영물의 내용에 대해 이리저리 지시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유에서 따와 오늘날에는 그의 심신이원론에 대한 비판논점을 ‘데카르트 극장’이란 이름으로 지칭하고 있다
데카르트 철학의 의의
데카르트는 철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것과는 별개로
그의 사상은 당대는 물론 그 이후로 대대손손 까이기만 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천성이 수학자였던 그답게 철학을 수학명제 해결하듯이 생각한 것이 원인일 것이다
특정 명제가 참일 것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논리를 집어넣다보니
논리를 위한 논리가 빙빙 돌아 꼬여버린 것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정답을 두고 해결하려니 이런 사단이 난 것도 이상하진 않지만
한편으론 그가 살던 시대가 정치 종교적으로 굉장한 혼란의 시대란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런 시대 속에서 그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나름대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정표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선배들처럼 ‘신’을 논거로 인간의 행동방식을 말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논거로 신을 생각하는 방식을 말한 것은 유럽 역사 속에서 그가 최초로 해낸 지대한 업적이라고 평가된다
그 결과 엄청 욕을 얻어먹으며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신’과 ‘신학’을 욕하는 것은 그 결말엔 화형대와 잿더미밖에 없어도
‘인간’과 ‘철학’을 욕하는 것은 그 결말엔 격렬한 논쟁 정도밖엔 안 남으니 말이다
자고로 생각이란 많은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야 발전하는 법이다
데카르트는 유럽 사상의 지평을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왔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이후에도 여전히 중세적 사고관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던 유럽 문화가
인간을 중심으로 한 계몽주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싹틀 수 있게 한 거장인 것이다
그의 사상은 홉스, 로크와 같은 사상가들을 통해 흄으로 이어졌으며
(사족이지만, 의외로 이 두 사람의 사상도 이번 이벤트의 한축이 된게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흄이 유럽 근대철학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굉장한 공헌을 했다
그러므로 흄이 근대철학의 기초공사를 하고 토대를 마련했다면,
데카르트는 근대철학 자체의 시작지점을 마련한 인물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그는 유럽철학이 신학의 시녀가 아닌 독립된 학문으로 다시금 발돋움하는데 기여했으며
인간이 신의 시종뿐만이 아닌 세상 속에 선 개별적 존재로서 사유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로이 주지시켰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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