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업계에 종사하는 어떤 영업사원들은 '공부하라' 고 사람들을 닥달한다. 그리고 이 감상문은 그들을 위한 헌사이다.
놀랍게도 호평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책의 구성은 좋은 편이다. 특히 각 분파를 언급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비판점을 수록해 놓은 부분은 호평할 만하다. 토론을 위한 질문들 역시 생산적인 담화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읽는다면 말이다.
책에서는 수많은 페미니즘 분파에 대해 설명하고 비판한다. 저자는 '다른 모든 관점에 대해 승리하는 한 가지 관점을 찾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의 말미에서 결국 실망할 것이다.' 라는 말을 통해 어떠한 관점도 우위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페미니즘 논의가 건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음은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분파인 급진주의 자유주의론적 페미니즘과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즘의 주장의 핵심 요약이다:
가장 급진주의적이라는 두 분파의 의견조차도 서로 맞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임을 표방하며 수 많은 분파를 인정하는데, 내부에서조차 의견조율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
더욱이 어떤업계에서 애용하고있는 단어인 '흉내 자지'나 '코르셋' 등에서 볼 수 있듯, 그들은 오히려 다른 분파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다. 책에서는 '페미니즘적 사고는 (특히 여성의) 주관적인 경험 혹은 상황적인 경험이 지식에 접근하는 타당한 정보라고 여기고 그에 중점을 둡니다.' 라는 말을 하는데, 저러한 태도는 오히려 페미니즘적이지 못한 태도이다.
여러 분파의 의견은 서로 다르지만, '여성 해방' 이라는 문구 하에서는 서로 동의를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애매모호한 단어이다. 우선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했다. 숙명여대 사건으로 미루어보아 국내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여성만을 여성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하지만 젠더를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해방역시 명확하지 않다. 가령 북한에서는 해방을 '자본주의 혹은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 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런 연유로 우리가 북한인민들에게 '당신들은 해방되어야 합니다.' 라고 말을 했을 때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기에 이미 자신들은 자본주의나 제국주의와는 연관이 없기때문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은 해방을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해방인가? 남자로부터의 해방인가,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인가,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인가? 놀랍게도 페미니즘 분파들은 앞서 예시로 든 세 해방을 골고루 주장하고 있다.
앞선 가사노동에 대해서도 국내에서는 임금을 지불해야한다는 의견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페미니스트도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같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어떻게 반박하거나 수용할지 궁금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에 매장할지도 말이다.
저자의 주장과 별개로 번역에도 딴지걸고 싶은 바가 많이 있다. 역자는 '여성과 남성이 언급될 때 무의식적으로 남성을 먼저 언급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여성을 먼저 언급하고자 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본문에서도 여성과 남성 등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것이 여성 해방인지는 의문이 든다. 100년도 훨씬 전에 일제는 조선을 식민통치했지만, 조선은 일제를 식민통치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조선은 1945년에 이미 해방되었다!
음핵(陰核)에 관해서도 그늘 음이라는 한자가 그늘이나 어두움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클리토리스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유교나 도교를 받아들인 동아시아권에서 음과 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손가락만 본'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유란 어려운 영역이다. 책에서 언급한 여성할례나 전족은 내 보기에는 분명히 야만적인 풍습이다. 하지만 한 여성이 그것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제할 것인가? 그럼 음핵이 아니라 귀끝을 잘라낸다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으로 맡기겠는가? 음핵과 귀끝은 무슨 차이인가?
그렇다면 섹스는 어떤가?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스트들은 누구도 위로가지 않는 바닐라섹스만이 여성에게 좋은 유일한 섹스라고 주장한다. 누가 여성에게 좋은 것을 정하는가? 누가 다른 여성들의 삶까지 일괄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누가 다른 사람의 삶까지 일괄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이론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그 접점에서 우리는 무수한 논쟁을 겪을 것이고 최선의 수를 타협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를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설득하려하지 않거나 오히려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는 결국 파국만을 부를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상은 영속할 수 없다. 나치즘의 창시자 히틀러역시 아리아인들을 사랑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여럿 찾을 수 있지만, 종국에는 아돌프에게 살해당한 것 처럼 말이다.
그와 별개로, 페미니즘 내부에서는 '지식에 접근할 때 소위 보편적 경험 혹은 보편적 생각에 중점을 두는' 주류의 관점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할 때에는 페미니즘적인 사고는 조금 접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네들의 주관적인 경험 혹은 상황적인 경험까지 공부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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