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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편붕이 사장이랑 싸우고 그만둔 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06.101) 2024.11.07 20:03:28
조회 47 추천 0 댓글 2

아무것도 모르고 철 없었던 20살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면 내 행동이 조금은 어리석었고, 조금은 유약했다.


나는 20살 1월부터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 7회 14시 출근 02시 퇴근, 20시부터 22시까지는 저녁식사 겸 휴식시간.


지금은 어림도 없지만 그때는 온라인 수업이어서 가능했던 일정이었다.


근로계약서도, 주휴수당도, 야간수당도 없었다.


그때는 첫 사회경험이니 만큼 무조건 잘 하고 싶었다.


사장은 성격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이 새끼야"를 입에 달고 다니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소리를 질렀다.


그때는 그게 사회인 줄 알았다.


물론 저 무시무시한 주7회 근로는 3달만에 주4회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내 고통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사장은 '어차피 집 근처니깐 도와주라'며 새로 뽑은 알바생들에게 내 번호를 주었다.


편의점에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일손이 달리면 어김없이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내 근무일이 아님에도 가끔 30-40분씩 도와주곤 했다.


물론 그 시간에 대한 알바비는 없었다.


나는 '집에서 할 거 없었을텐데 가끔 30분 일해주는 건 괜찮지 않냐'는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게 사회인 줄 알았다.


아버지께서는 가끔 회사에서 급한 연락을 받고 휴일에도 출근하시고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부서장이었고, 담당 부서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였다.


물론 책임에 상응하는 급여와 대우를 받았다.


나는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도 아니었고, 최저시급만 딱 받았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내가 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인 줄 알았다.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장은, '최저시급 제대로 주는 것에 감사하라'는 마인드였다.


휴일에 기껏 다른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가 사장에게 1시간 뒤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미 약속이 있어서 못 나간다고 했다.


"그 나이때 돈 벌어야 한다. 이렇게 니 사정 먼저 내세우면 내가 왜 너를 뽑아주냐"는 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다른 점장들은 5천원 6천원만 준다. 나만큼 정직하게 시급 주는 사람도 없다"가 단골 멘트였다.


결국 나는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알바를 나갓다.


그때는 그게 사회인 줄 알았다.


그렇게 2년을 일했다.


우리 편의점은 물류가 안에 있으면 손님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물류상자를 밖에 쌓아놓았다.


어느 날, 내가 재고를 채우러 냉장고로 들어간 사이, 행인이 물류상자에서 과자 몇 개를 들고 갔다.


물론 나는 몰랐다.


다음 날 새벽 6시였나,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CCTV를 돌려보니깐 누군가가 물건을 훔쳐 갔는데 왜 말을 안했냐, 당장 나와라"는 것이었다.


편의점에 나갔는데 정작 사장은 없고 그 시간때 알바생이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다시 전화가 왔다.


"당장 재고조사 해서 절도분량 파악하고, 니가 잘못한 게 뭔지 근무자 단톡방에 올리라"고 했다.


"너는 파렴치한 놈이다. 니가 직접 잡아라. 아님 물어내라"고도 했다.


근무자에게 하소연을 하며 재고조사를 했다.


단돈 2만원.


얼마 안 되는 금액이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고작 이 돈 때문에 내가 새벽에 저런 막말 들으면서 일해야 하나 싶었다.


정확히는, 지금까지 있었던,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갔던 일들에 대한 분노가 일컬어졌다.


단톡방에 내가 잘못한 걸 올리라고 했으니, 써야지.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나는 더 이상 저런 인간하고는 일 못한다. 나보고 새벽에 전화해서 파렴치하다고 욕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니가 훨씬 더 파렴치한 놈이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단톡방에 3만원과 메세지를 보내고는 핸드폰을 껏다.


3일 뒤, 사장으로부터 장문의 메세지가 왔다.


니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으니, 사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혹시 노동청에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해 신고를 했는지 물었고, 신고를 안 했다면 퇴직금을 주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집 근처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 사과를 받기로 했다.


퇴직금을 주면서, "이건 법에 따라 너가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른 알바생들에게는 퇴직금 받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앞뒤가 안 맞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는 합의금인데, 자존심 때문에 퇴직금이라고 얼버무린 것 같았다.


그냥 그렇게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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